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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성의 미래를 묻다] 컴퓨터는 ‘정답’을 찾고, 인간의 두뇌는 ‘최선’을 찾는다

컴퓨터의 진화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우주에 인간의 두뇌만큼 복잡한 물체도 없을 것이다. 인간의 두뇌에는 대강 1000억 개의 뉴런과 그 1000~1만 배 정도의 시냅스(뉴런 사이의 연결)가 있다. 뉴런과 시냅스는 아직도 정확히 이해되지 않은 복잡한 알고리즘에 따라 번쩍번쩍하는 전기 신호(펄스)를 발생시켜 의식과 기억을 만들어낸다.
 

20년 뒤 데이터, 지금의 100만 배
저장·활용에 발전소 1000억 개 필요
컴퓨터보다 에너지 효율 훨씬 높은
인간 두뇌 탐구·모사에 해법 존재

평균적인 인간의 두뇌는 대강 1초에 1경(1 뒤에 ‘0’이 16개) 번 전기신호를 만든다. 두뇌를 이루는 뉴런·시냅스 등 물리적 존재들이 물리화학적 법칙에 따라 작용한 결과다. 어떻게 그런 작용들이 모여 의식 또는 마음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철학자·심리학자·신경과학자에게 밥벌이 수단을 제공했다. 오늘날에는 이 문제가 많은 물리학자나 컴퓨터 과학자의 수입 원천이 됐다.
 
현재 인류가 보유한 디지털 데이터의 총량은 대강 50제타바이트(1제타바이트=1조 기가바이트) 쯤이다. 노트북PC에 내장된 1테라바이트(1000 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 500억 개를 채울 양이다. 데이터의 대부분은 전 세계 600곳 정도의 데이터 센터에 보관돼 있다. 이 데이터 센터들은 대강 원자력발전소 50~60개 정도의 에너지를 쓴다.
  
자율주행보다 효율적인 인간 운전자
 
이것만 해도 엄청난 에너지다. 그런데 데이터양이 폭증하고, 이를 이용해 소위 ‘빅데이터 서비스’까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빅데이터의 속성 때문에 데이터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빨리 에너지 소모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대치로 예측하면 20년 뒤에는 데이터양이 지금보다 10만~100만 배쯤 늘어날 것이다. 이만큼의 데이터를 유지하고 이용하려면 발전소 1000억 개가 필요하다. 이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뭔가 전혀 다른 방식의 컴퓨터·데이터 사용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개 컴퓨터를 사용할 때 전기 사용량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만, 이런 문제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해결책이 엿보이기는 한다. 바로 사람의 두뇌를 모사하는 것이다.
 
전기자동차를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면, 사람이 직접 운전할 때에 비해 똑같은 전기량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약 절반으로 줄어든다. 자율주행을 할 때는 센서 등이 모은 수많은 주위 상황 정보를 자동차에 탑재된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컴퓨터가 처리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훨씬 효율적인 컴퓨터라는 뜻이다. 왜 그럴까.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과학자들이 눈에 대해 파악한 바를 살펴보면 답을 짐작할 수 있다. 시신경은 많은 정보를 먼저 적당히 처리해서, 적당한 양의 정보만 두뇌의 시상(감각 정보를 제일 처음 처리하는 부분)으로 보낸다. 여기서 ‘적당히’란 내가 보고 있는 사물이 인도에 있는 사람인지, 같은 차선에 있는 자동차인지, 아니면 배경으로 있는 건물인지를 파악한, 추상화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두엽을 포함한 두뇌는 이를 바탕으로 계속 갈 것인지, 차를 멈출 것인지 결정한다. 즉, 우리 몸의 감각 기관은 날 것의 정보를 적당히 처리해 두뇌에 전달함으로써 두뇌의 부담을 줄여준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에 달린 많은 센서들은 수집한 온갖 정보를 모두 메인 컴퓨터로 보낸다. 이래서는 사람처럼 효율적인 주행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시신경과 비슷하게 연산 기능이 센서에 포함된 소위 ‘스마트 센서’를 개발하는 것이 컴퓨터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다.
 
인간이 현재까지 개발한 컴퓨터와 자연(혹은 신?)이 개발한 컴퓨터(두뇌)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두뇌가 특히 인지의 영역에서 뛰어나다. ‘인지’란 주어진 상황을 판단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의 두뇌는 성장함에 따라 이런 기능이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인지 또는 판단에 관한 문제에서 컴퓨터는 ‘정답’을 찾는 반면 두뇌는 ‘최선’을 찾는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뇌 같은 기능을 하는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분야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심리학자·뇌과학자·신경과학자 등 뇌와 집적 접촉하는 연구자들의 언어를 다른 분야 과학자들이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적당한 수학적 모델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뇌의 특정 기능에 대한 적당한 수학 모델을 확립하면, 이를 컴퓨터로 구현하기 위한 알고리즘·설계 등 컴퓨터공학 지식이 필요하다. 다음 단계는 알고리즘·설계를 반도체 하드웨어로 구현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어느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그렇다면 언제쯤 이런 것이 이뤄질까. 10년가량이면 실제 사람 코 정도 에너지를 쓰면서 인간의 후각 등을 정확히 모사하는 반도체 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두뇌는? 아직은 거의 답이 없다. 반대로 감각을 모사하는 반도체 칩이 발전해서 감각 기능의 상당 부분을 이해한다면, 이를 이용해 두뇌의 기능을 역추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인간처럼 의식을 지닌 반도체는 가능할까
 
흥미롭게도 철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의식 또는 마음이 반드시 탄소 기반의 생물체에서만 발현해야 할 이유가 없다. 실리콘 기반의 물리적 존재에서 의식을 만들지 못할 근본적인 이유는 없는 셈이다. 물론 아직 의식 자체를 이해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고, 이런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인공적인 피조물이 의식을 발현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점은 과학자·기술자들에게 엄청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진보를 거듭하고, 이를 이용한 시스템이 발전해 인류가 가진 많은 문제를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거꾸로 인간을 공격하는 ‘디스토피아’를 만들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영화 ‘매트릭스’ 속 세계와 인간의 실재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의 존재는 실재(實在)일까. 혹시 영화 ‘매트릭스’가 실감 나게 보여주었듯, 컴퓨터 프로그램의 세상에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었지만 진지하게 다루기에는 너무 버거운 것 같다.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의 인지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과거보다는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에 대해 구체적인 해답을 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해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매트릭스 같은 세계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컴퓨터가 수많은 인간의 두뇌 작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구 위에 나타났고 앞으로 나타날 총 인간의 숫자는 1000억 명쯤 될 것 같다. 기술이 발전하면 영생이 올 것이고, 그러면 더는 후손을 바라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인간이 평균 10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만들어내는 총 두뇌 신호는 10의 37제곱(1 뒤에 0이 37개) 회쯤 된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PC는 대강 1초에 10억 번 정도 연산을 할 수 있다. 이런 컴퓨터로 10의 37제곱 회의 신호를 시뮬레이션하려면 10의 20제곱 년 정도가 걸린다. 우주 나이의 100억배다. 거의 무한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만일 컴퓨터의 성능이 훨씬 발전한다면? 컴퓨터 성능을 파악하기에 아주 손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컴퓨터의 무게를 재는 것이다. 익히 알듯, 크고 무거울수록 성능이 좋다. 스마트폰과 노트북PC·서버·슈퍼컴퓨터를 생각해 보라. 그렇다면 인간 두뇌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10의 37제곱 번의 연산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크기의 컴퓨터가 필요할까. 대략 지구만 한 컴퓨터가 있으면 한 시간 안에 할 수 있다.
 
황당한가? 1969년 아폴로11호를 달에 보내기 위해 사용했던 집채만 한 컴퓨터의 성능이 지금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의 10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언젠가는 지구만 한 컴퓨터와 맞먹는 성능의 컴퓨터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언젠가 이것이 가능해지면(소위 포스트 휴먼의 시대가 되면), 매우 다양한 세상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고, ‘우리의 존재는 실재일까’처럼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황철성 교수
석학들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이다. 영국왕립화학회 펠로우(석학회원)이기도 하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삼성전자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2018년 인촌상을 받았다. SCI 논문 621편을 발표했고, 특허 130건을 보유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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