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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은 이해찬이, 사과는 대변인이…논란 더 커진 "나쁜 자식"

“그런 질문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합니까. 최소한 가릴 게 있고. 나쁜 자식 같으니라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서 기자를 향해 내뱉은 욕설이 문제가 됐다. 당시 조문을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고인에 대한 의혹과 관련 당 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 한 통신사 기자를 쏘아 보며 "나쁜 자식"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했나’, ‘고인과 마지막 연락은 언제였나’ 등 후속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답변 없이 질문한 기자를 노려봤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등 당 관계자가 만류에 나섰지만 대치 상황은 잠시 계속됐다. 이 대표는 자리를 뜨면서도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이 대표가 직접 사과해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박원순 시장의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며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는 모습. 장진영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박원순 시장의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불쾌함을 표하며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는 모습. 장진영 기자

이 대표의 ‘막말 논란’을 둘러싼 후폭풍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사과에 나섰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질문을 한 기자의 소속 언론사에 전화해 “송구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당사자인 이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인 출신의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은 1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욕설 파문이 퍼지자 수석대변인이 '대리 사과'의 뜻을 전했는데, 그렇다면 이 대표의 욕설이 '이해찬'이란 개인이 아닌 여당 전체의 뜻에서 이뤄진 것이냐"며 "이 대표의 욕설이 여당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이 대표는) 기자에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화를 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방정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는 “기자는 민주당 대표에게 당 차원의 대응을 물었는데, 이해찬 대표는 ‘박원순 시장의 친구’ 입장에서 감정이 격화돼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 같다”며 “공적인 자리에서 국민을 대신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욕설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것은 언론에 대한 잘못된 태도이자 분명한 실수”라고 말했다.
 

총리 시절엔 언론 향해 "역사의 반역자" 

2012년 6월 라디오 방송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당 대표 후보. [중앙포토]

2012년 6월 라디오 방송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이해찬 당시 민주통합당 당 대표 후보. [중앙포토]

이 대표는 과거에도 언론을 향한 적대적 태도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2012년 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 당시 라디오 생방송 도중 사회자가 대본이 없는 즉석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전화를 끊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당시 탈북자에 대한 막말로 논란이 된 임수경 의원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재차 묻자 “인터뷰를 계속 이렇게 하실 거냐. 언론이 왜 이렇게 하냐”며 전화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종료했다.  
 
2004년 총리 시절엔 언론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당시 독일 베를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특정 매체를 지목해 “역사의 반역자”라고 표현하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용납할 수 있어도 조선일보의 행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엔 이재명 지사의 ‘혜경궁 김씨’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그만해. 그만하라니까”라고 답한 뒤 기자의 마이크를 밀치는 태도가 논란이 됐다.
 

뿌리 깊은 '언론 불신'  

이해찬 대표는 2018년 당 대표 선거를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해 "저 이해찬은 수구세력과 보수 언론이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해찬 대표는 2018년 당 대표 선거를 위한 전당대회에 출마해 "저 이해찬은 수구세력과 보수 언론이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 대표는 2018년 전당대회 정견발표 현장에선 "저 이해찬은 수구세력과 보수언론이 가장 불편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도 단순히 우발적 사건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 대표의 언론 불신은 뿌리 깊다"며 "최근 집값 문제 등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촉각이 곤두선 상태여서 더 격한 반응이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조국 사태'와 최근 양정숙·윤미향 의원 등 계속된 의혹 국면에서도 '언론의 가짜뉴스와 왜곡보도'를 문제삼는 데 주력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현 여당은 자신들을 개혁의 주체로,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언론에 대한 불신이 고조돼 있다”며 “정치 현상이 편 가르기로 흐르는 중심에 언론이 있다고 보는 민주당과 이해찬 대표의 생각이 강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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