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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은행서 투자상품 샀다가 노후자금 날린 日고령자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55)

은행직원은 만기예금 2000만엔을 찾으러 방문한 70대 여성 G씨에게 좋은 상품이 있다며 무려 4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G씨는 만기예금을 안전하게 잘 보관하다가 자녀에게 남겨주고 싶었지만 은행을 믿고 계약해버렸다. 계약 후 불안한 나머지 문의해보았더니, 가입한 상품은 호주달러표시의 외국채권으로 지금 해약하면 1500만엔만 받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게다가 수수료와 자산운용관련 비용 3.18%를 원금에서 뗀다는 사실에 놀랐다. G씨는 믿었던 은행에 배신감을 느끼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어느 고령자는 은행 창구에서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으로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은행의 원금보장 정기적금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외화표시 변액종신보험에 가입돼 큰 손실을 본 사람도 많다. 이렇게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위험한 금융상품을 권유하고 판매 후에 원금이 손실나면서 금융분쟁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미공개주, 수상한 사채와 펀드 등 사기성 금융상품을 구입해 피해를 본 고령자가 많았다. 이제는 신용 있는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하는 주식, 채권, 펀드, 보험 등 금융상품 거래에 따른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분쟁의 당사자는 주로 거액의 노후자금을 갖고 있는 고령자다. 이들이 은행 창구판매의 타깃이 되고 있다. 금융회사와 고령자 사이에 금융분쟁이 늘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은행의 원금보장 정기적금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외화표시 변액종신보험에 가입돼 큰 손실을 본 사람도 많다. 이처럼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위험한 금융상품을 권유하고 판매 후에 원금이 손실나면서 금융분쟁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 pxhere]

은행의 원금보장 정기적금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외화표시 변액종신보험에 가입돼 큰 손실을 본 사람도 많다. 이처럼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위험한 금융상품을 권유하고 판매 후에 원금이 손실나면서 금융분쟁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 pxhere]

 
고령자들은 경제가 성장하고 금리가 높은 시대에 성실하게 일하며 저축만 하면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버블경제 후 제로금리 시대가 길어지면서 안전한 예·적금으로만 노후자금을 모으기 어렵게 되었다. 고금리 혜택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과 펀드로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정부도 저축에서 투자를 유도하였다. 종신고용의 붕괴, 연금감소, 노후파산, 하류노인 등 노후불안 요소가 커지고 자산운용을 통해 노후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퍼졌다.
 
또한 많은 고령자는 기본적으로 은행은 원금을 보장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고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도 원금보장여부를 따진다. 은행직원이 권유하는 상품은 틀림없이 원금보장상품이라고 믿고 안심하고 가입한다. 그러나 은행의 경영환경과 영업방식은 과거와 다르다. 현재 은행은 위험이 높은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많은 수수료 수입을 얻고 있다. 많은 고령자는 높은 금리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과거의 은행 모습을 아직도 떠올리고 있다. 이렇게 은행의 현실과 고령자의 인식 차이에서 애초부터 금융분쟁의 씨앗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고령자 금융 피해자 중에는 현역시절 열심히 일해 모은 노후자금을 송두리째 날린 경우도 있다. 고령자는 다시 일해 그 많은 돈을 모으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바로 노후생활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단순히 노후자금의 상실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인격과 존엄까지 흔들리는 정신적인 피해도 본다. 이런 금융피해를 본 고령자를 구제하거나 지원하는 장치와 제도는 거의 없다. 법률소송으로 호소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결국 소비자 보호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사람이 많다.
 
상담 통계를 보면 얼마나 많은 고령자가 피해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2017년 소비생활에 관한 상담 건수는 93만7000건인데, 그중 70세 이상의 비율은 20.2%(약 18만9000건)으로 가장 높다. 금융·보험서비스에 관한 상담건수는 1만5503건이고, 70대의 비율이 가장 높다(전국소비생활정보 네트워크시스템).
 
2018년 2명 이상 세대의 금융상품 보유액은 전국평균 1430만엔이다. 20대가 약 250만엔지만, 60대는 약 1850만엔이다. 젊은 세대보다 고령자의 금융자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인생 100세 시대에 장수를 위해선 고령기에 보유한 금융자산을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사용하는 안정된 자산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금융사기를 당하거나 자산운용을 잘못하면 장기간 쌓아온 노후자금이 순식간에 거덜날 수 있다. 연금소득으로 생활하더라도 지출이 소득을 크게 초과하면 저축한 금융자산을 헐어 그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노후생활에 불안은 커진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회사와 금융거래에서 고령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적합성 원칙이 마련되어 있지만, 고령자와 금융거래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사진 pxhere]

금융전문가들은 금융회사와 금융거래에서 고령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적합성 원칙이 마련되어 있지만, 고령자와 금융거래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사진 pxhere]

 
고령자는 보이스피싱 사기에만 노출된 것이 아니다. 신용을 중시하는 건전한 금융회사와 금융상품 거래 분쟁의 피해 당사자가 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금융회사와 금융거래에서 고령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적합성 원칙이 마련되어 있지만, 고령자와 금융거래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적합성 원칙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금융상품 거래계약을 체결할 목적으로 부당한 권유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령자는 과거에 금융상품 거래 경험도 없고 금융지식도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한 노후자금을 잃을 위험이 있는 금융거래로 재산을 늘리려는 사람보다 노후생활의 안정과 안전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즉 일반적인 고령자의 상황을 볼 때 정기예금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가격변동 위험과 환율변동 위험이 있는 외화표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고령자의 재산상태와 계약의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금융거래로 볼 수 있다.
 
일본증권업협회의 고령고객에 대한 권유판매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에 “고령자는 신체적으로 허약하고, 기억력과 이해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소득기회가 적고, 보유재산도 생활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고령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하려면 적합성 원칙에 따라 각 회사의 실정에 맞는 규정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명보험도 변액보험, 변액연금보험, 외화표시 보험 등 시장위험이 있는 특정보험에 대해 적합성 원칙 등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보험업법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보험계약 체결을 제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객의 성향과 보험계약의 내용이 합치하는지 고객이 확인할 기회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청의 보험회사 종합감독지침에는 고객이 보험을 계약할 때 의사확인 사항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고객이 어떤 분야의 보장을 원하고 있는가, 저축부분을 원하고 있는가, 변액보험에 가입할 때 투자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자금이 준비되어 있는가, 예금과 다른 중장기 투자상품을 구입할 의향이 있는가, 자산이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되는 것을 알고 있는가, 시장위험을 허용하고 있는가, 최저보증을 요구하는가 등 투자의향을 확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에게 편안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생체인증기술과 모바일 결제를 활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사진 pixabay]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에게 편안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생체인증기술과 모바일 결제를 활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사진 pixabay]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이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누구라도 정상적인 금융서비스에 접근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고령자는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으로 필요한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거나 피해를 보기 쉽다. 체력이 떨어지고 아프면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면 서류를 작성하고 대면으로 설명을 듣기도 힘들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면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고, 금융사기 범죄의 표적이 된다. 일본에서 특수사기 전체 인지 건수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비율은 2018년 78%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고령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포용 대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고령자 보호를 위해 성년후견제도의 확대 적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령자에게 편안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생체인증기술과 모바일 결제를 활용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점포에 방문하지 않아도 안심하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음성입력 방식은 필기구나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고도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런 혁신적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면 고령자의 개개인 특성에 맞춰 세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고령자에 대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 금융회사는 비약적 성장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고령자의 금융포용에 크게 공헌할 것이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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