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지금 초등생 군대갈땐 병력 부족…결국 여성 징집시대 오나

 
 
“우리 준우는 군대 안 가죠?” 유모차에 앉은 아기를 보며 물어본다. 종종 받는 질문이다. 먼 미래에는 군대를 안 갈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해마다 출생신고한 남자 아기는 스무살이 될 때 입대할 병력으로 뽑아둡니다. 이미 여기에 포함돼 있어요” 기대를 벗어난 답변에 못 믿겠다는 눈빛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준우가 군대 갈 때는 병력이 많이 부족해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여성도 남성처럼 의무 복무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이쯤 되면 원망스러운 눈빛이 쏟아진다. 
지난 4월 육군훈련소 훈련병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장으로 들어가기 전 양팔을 벌려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육군훈련소 훈련병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장으로 들어가기 전 양팔을 벌려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불과 십 년 정도 지나면 병력 부족은 현실이 된다. 2033년 연간 병사 충원 병력(병력충원)은 한국군 병력 구조에 필요한 병력(필요병력)인 30만명 수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병력이 부족해 군대를 유지하기 어렵단 얘기다.
 
미래의 병력 충원 규모는 예측할 수 있다. 연도별 출생자를 기준으로 20년 뒤를 전망할 수 있다. 2000년부터 2019년 사이에 태어난 남자는 대략 2020년부터 2039년 기간에 입대할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여기에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우선 출생후 만 20세 생존확률(98.9%)을 적용한다. 2001년에 태어나 내년에 만 20세가 되는 남성 인구는 29만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간부 충원 인원(약 1만명) ▶현역 복무 판정률(90% 수준) ▶병사 복무 기간(육군 기준 18개월)을 적용하면 2021년 병력충원은 37만 8000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위기는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2025년이면 병력충원은 약 29만명으로 떨어진 뒤 한동안 필요병력 30만명 수준을 겨우 채우게 된다. 그마저도 2033년을 기준으로 급격하게 추락할 전망이다.
 

십년 뒤 병력 부족 빨간 불, 여성도 군대 가나 

여성 ROTC(학군단) 1기로 2013년 임관한 정희경 대위가 지난해 9월 육군 최초 여성 해안경계부대 중대장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했다. [육군 제공]

여성 ROTC(학군단) 1기로 2013년 임관한 정희경 대위가 지난해 9월 육군 최초 여성 해안경계부대 중대장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했다. [육군 제공]

 
2033년부터 불과 6년 사이에 십 만명 이상 줄어든다. 지난해 태어난 남자는 올해 입대하는 2000년생 33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만명이다. 이들 세대가 입대하는 2039년 병력충원은 18만 9000명까지 폭락한다. 필요병력 30만명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인구감소는 절벽 수준이다. 통계청이 2018년 출생률을 기준으로 추정한 2020년 이후 인구 변화에 따르면 2040년 이전에 남자 출생자는 2000년생의 30% 정도인 약 11만명까지 떨어진다.
 
조만간 남북한이 통일하거나, 출생률이 내년부터라도 두 배 정도 상승하거나, 외국에서 용병을 도입하지 않으면 미래 병력 부족을 막을 수 없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국방부는 2018년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인구 감소 대응에도 무게를 뒀다. 조만간 군 병력은 약 61만명(2018년)에서 10만명 이상 대폭 줄어든 약 50만명(2023년) 수준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병사 규모는 42만명에서 30만명으로 줄어 전체 병력대비 비율도 69%에서 60%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면,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 규모는 19만 8000명에서 19만 7000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해 사실상 늘어난 효과를 본다. 총 병력대비 비율은 32%에서 40% 수준으로 뛰어오른다. 여군 비율도 8.8%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군 당국은 우선 간부 비율을 45%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필요병력은 2만 5000명이 줄어든 약 27만 5000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병력 부족 시점을 3~5년 정도 늦추는 효과에 그친다. 2037년 병력충원은 23만 8000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현장에선 벌써 병력 부족 심각해 

동해 독도 해상에서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기동경비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동해 독도 해상에서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기동경비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현장에선 병력 부족 현상이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형 함정과 장비가 늘어난 해ㆍ공군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해군 관계자는 “전투함에 배치할 병력이 모자라 지상에서 근무하는 각 부서에서 간부와 수병을 차출해 채우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테니스 병’도 자취를 감췄다. 공관병 갑질 의혹이 나온 뒤 수시로 현장 점검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병력이 줄어들자 임무에도 공백이 생겼다. 민간인이 군부대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해군기지 방호에 실패하자 국방부 장관이 국가전략기동부대인 해병대를 해군기지 경비 임무에 투입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촌극도 벌어졌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백령도 서북도서 방어훈련에 참여한 해병대 6여단 장병들이 적 침투상황을 가정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령도 서북도서 방어훈련에 참여한 해병대 6여단 장병들이 적 침투상황을 가정해 상륙돌격장갑차에서 하차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해 해군기지 넓이는 여의도 면적 87만평의 절반이 넘는 54만평이다. 이런 대규모 기지를 물샐틈없이 지키려면 수 백명 이상의 병력을 24시간 투입해야 한다. 전체 병력이 약 4만명 수준인 해군에서 기지 방호에만 수천 명을 투입할 수 있을까. 

관련기사

 
미군은 다르다. 한 군 관계자는 “미군처럼 군대는 소규모 신속대응팀을 꾸려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고, 외곽 경비는 민간 업체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군 당국도 미래 병력 감소에 대비한 연구에 착수했다. 각 군에서도 2040년을 기준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과 연구기관에선 기존 방식으론 대안이 없다는데 공감한다. 해외 사례를 검토하면 민간인력 활용이 불가피하다.
 
미군은 국방에 필요한 사람을 군인으로만 채우지 않는다. 군 상비병력 대비 민간인력(공무원, 군무원, 민간업체 위탁 등) 비율은 52% 수준이다. 미군의 민간인력 활용 분야는 획득ㆍ정비ㆍ군수ㆍ수사ㆍ재무ㆍ정보ㆍ공보 등 다양하다. 미군은 부대 경비뿐 아니라 병력과 장비 호송 임무에 민간 인력을 활용한다.  
 

미군, 병력 52% 규모 민간인 채용 

서울 용산 미군기지 입구에서 경비임무에 투입된 한국인 근로자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주한미군 내 한국인 직원은 9000여명으로 생명, 보건, 안전 등 주한미군 임무수행에 필요한 필수 임무도 맡는다. [뉴스1]

서울 용산 미군기지 입구에서 경비임무에 투입된 한국인 근로자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주한미군 내 한국인 직원은 9000여명으로 생명, 보건, 안전 등 주한미군 임무수행에 필요한 필수 임무도 맡는다. [뉴스1]

 
민간인력 활용 비율은 영국(38%)과 프랑스(30%)에서도 꽤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은 5.5% 수준으로 일본(8%)과 터키(7.6%)보다 낮은 수준이다. 민간 인력을 확대해야 병력은 줄어도 국방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 규모는 유지될 수 있다.
 
‘국방개혁 2.0’에서도 전투근무 지원분야의 민간개방 확대를 포함했다. 제초작업과 같은 시설관리는 민간 업체에 위탁하고 민간 조리사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군무원 등 민간 인력은 2018년 기준 3만 4000명 수준에서 2020년까지 5만 5000명으로 2만명 이상 늘려갈 계획이다.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냈던 홍규덕 교수(숙명여대)는 “민간 개방 대상과 규모를 지금 계획보다 과감하게 넓혀야 한다”며 “취업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고 우수 인력도 확보해 국방력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군 간부 장기복무 여건을 마련해야 하락하는 간부 충원율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지냈던 부승찬 특임교수(연세대)는 “군 조직의 교육과 훈련, 행정과 전략 등 전문 분야는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민간 개방 분야로 ▶각 군 사관학교 교수 ▶교육사령부 등 교육 및 훈련기관의 교관 ▶군수사령부 등 군수 업무 및 관리직 ▶정비창 정비 요원 ▶재정 및 계약 업무 행정직 등이 꼽힌다.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미군은 민간인을 채용해 다양한 군사 업무에 투입한다. 리처드 기자 뒤로 군복이 아닌 복장으로 일하는 미군 근로자가 보인다.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NBC 화면 캡처]

유사시 한미연합사 지휘소인 벙커 CP 탱고는 2017년 8월 리처드 앵겔 미 NBC 기자의 보도로 내부 일부가 공개됐다. 미군은 민간인을 채용해 다양한 군사 업무에 투입한다. 리처드 기자 뒤로 군복이 아닌 복장으로 일하는 미군 근로자가 보인다. 현재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NBC 화면 캡처]

 
민간 인력 활용을 확대하려면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은 민간 인력의 규모를 군 병력의 6% 수준으로 제시했다. 총 병력 50만명을 기준으로 3만명 수준이다. 정부 소식통은 “10% 수준으로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인 정원을 늘리지 않는 방법도 있다. 백재옥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방 분야 민간인력 활용 방향’ 논문에서 “군이 수행하는 업무 중 외주(outsourcing)가 가능한 부분과 전투근무 지원 분야는 외부의 민간인력 활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예산만 배정하면 당장에라도 군 기지 외곽 경비는 민간에 맡길 수 있다. 군대가 민간군사기업(PMC)이나 경비 전문업체와 계약해 부대 경비 임무를 위탁하는 방안이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부대는 실제 한국인을 고용해 경비뿐 아니라 시설관리 등 다양한 기지 운영 임무를 맡기고 있다.

 

군 기지 외곽 경비 민간에 맡겨야 

강원도 고성 훈련장에서 적 해상도발을 가정해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고성 훈련장에서 적 해상도발을 가정해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하고있다. [중앙포토]

 

관련기사

획기적인 조직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예비사단을 통·폐합하는 방안 등 조직을 완전히 바꾸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도 도움이 된다. K9 자주포는 자동장전 기능으로 전환하면 승무원 5명을 3명으로 줄일 수 있다. 1000대를 기준으로 병력 2000명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무인화 수준을 높이고 적용 대상을 넓히면 병력 절감 규모는 수 만명으로 늘어난다.
 
한ㆍ미 연합군사령부에서 근무하는 한 군 관계자는 “미군은 민감한 정보부서에도 민간인 근무자가 군인보다 많다”며 “군인은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전장에 뛰어드는 임무에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다른기사 보기 〉 https://news.joins.com/reporter/1795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