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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공포 원조 '엑소시스트' 감독 "영화의 신이 나를 조종했다"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다큐 '윌리엄 프리디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는 역대 가장 충격적인 공포영화로 남은 '엑소시스트'(1973)로 공포영화 최초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던 당시를 직접 되돌아보는 여정을 그린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된 다큐 '윌리엄 프리디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는 역대 가장 충격적인 공포영화로 남은 '엑소시스트'(1973)로 공포영화 최초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던 당시를 직접 되돌아보는 여정을 그린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엑소시스트’가 호러 장르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네요. 이 영화에서 우리는 관객들이 등장인물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 느끼게끔 공을 들였죠. 인물을 구축하는 데 많은 상영시간을 할애했어요. 요즘 영화들은 초자연적인 사건부터 들이밀고 보죠. 관객에게 여유를 안 줘서 극중 인물을 ‘사람’으로 받아들일 새가 없어요.”

 
11일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된 미국 공포영화 거장 윌리엄 프리드킨(85) 감독의 말이다. 그의 대표작 ‘엑소시스트’(1973)는 47년이 지난 지금껏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공포영화로 평가받으며 걸작 반열에 올랐다. 공포영화로는 사상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전작 ‘프렌치 커넥션’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했던 프리드킨 감독은 이 영화로 또 다시 감독상 후보에도 올랐다.  

11일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
코로나19로 내한 불발, 화상통화 녹화 진행


 

올해 영화제에 상영된 다큐멘터리 ‘윌리엄 프리드킨, 엑소시스트를 말하다’(감독 알렉산더 O 필립)를 통해 첫 한국 방문을 계획했던 노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내한이 어긋나자 녹화 영상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인사를 대신했다. “아쉬워요. 언젠가 만날 수 있길 바라요!”

 

1949년 미국 악령들린 소년 실화 토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 속 장면들은 후대 공포영화에도 무수히 오마주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 속 장면들은 후대 공포영화에도 무수히 오마주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날 다큐 상영에 이어 마스터클래스 시간에 상영된 알렉산더 O 필립 감독과의 사전 녹화된 화상 대담을 통해 그는 고전이 된 영화 ‘엑소시스트’ 뒷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영화 철학도 전했다.  

 
‘엑소시스트’는 주류 상업영화에서 오컬트 장르의 새 장을 연 영화다. 이라크 고고학 발굴현장에서 악마상징 조각을 발견한 노신부 메린(막스 본 시도우). 불길한 예감은 미국 소도시의 어느 모녀에게로 향한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녀 레건(린다 블레어)은 몸에 악령이 깃들며 흉측하게 변하고 노신부 메린과 젊은 신부 카라스(제이슨 밀러)가 악령을 몰아내는 퇴마 의식에 나선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 속 장면들은 후대 공포영화에도 무수히 오마주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 속 장면들은 후대 공포영화에도 무수히 오마주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악령에 장악당한 소녀가 상처로 일그러진 얼굴을 180도 돌리고, 사지를 뒤로 꺾어 거미처럼 계단을 내려오는 ‘스파이더 워킹’, 십자가로 자해하는 등 영화엔 파격적인 장면이 가득하다. 놀랍게도 1949년 미국 동부지역의 악령들린 소년의 실화가 토대다. 이를 소설에 담은 윌리엄 피터 블래티는 영화에도 원작자이자 각본가로 참여했다.  

 

'엑소시스트', 영화의 신이 조종해서 만든 영화  

이날 대담에서 그는 “나는 다작 감독이 아니고 만든 영화가 다 좋지도 않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특히 ‘엑소시스트’는 “나를 능가하는 어떤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의 신이 조종해서 만든 영화 같다”고 고백했다.  
'엑소시스트'(1973) 당시 촬영 현장.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엑소시스트'(1973) 당시 촬영 현장.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앙에 대한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라며 그간 화제가 된 퇴마 장면만큼이나 주인공들이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순간들에 공들였다고 했다. “삶을 이루는 건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죠. 막상 닥치면 모르고 놓칠 때가 많지만 시간이 흘러 되살아날 때가 있어요. 일종의 계시처럼 다가오죠.”  

 
다큐멘터리로 출발한 그는 그런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촬영에 다큐 기법도 적용했다. “배우들은 세트장 바닥에 붙인 (동선) 표식에 얽매이면 안 돼요. 난 리허설을 안 해서 배우의 연기 피로도가 높아요. 다큐를 통해 자연스러운 반응이 옳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죠. 영화에는 에너지와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해요.”
 

배우 놀래키려 현장서 총 쏘기도   

영화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이라크에서 노신부가 고대 악령 석상을 마주하는 모습이다. 원작 소설부터 영화까지 각각 출판사, 영화사가 삭제하길 원했지만 원작자와 프리드킨 감독은 끝까지 지켜내 극 전체의 불안감을 자아냈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이라크에서 노신부가 고대 악령 석상을 마주하는 모습이다. 원작 소설부터 영화까지 각각 출판사, 영화사가 삭제하길 원했지만 원작자와 프리드킨 감독은 끝까지 지켜내 극 전체의 불안감을 자아냈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연기도 기술적인 지시 대신 ‘은유’를 활용했다. “감독은 배우의 심리학자가 돼야 해요. 무엇이 그 배우에게 슬픔, 기쁨, 공포를 일으키는지 찾아봐야죠. (악령 들린 소녀 역의) 린다 블레어는 가장 슬펐던 경험이 할아버지의 죽음이더군요. 그래서 극단적인 감정을 주문할 때마다 죽은 그의 할아버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다음에 연기를 시키면 매번 잘했죠.
 
촬영은 대부분 딱 한 테이크만에 끝내기로도 유명한 그다. 단번에 생생한 연기를 끌어내는 게 중요했다. 젊은 신부 역의 제이슨 밀러가 전화벨에 놀라는 장면에선 현장에서 예고 없이 총성을 울려 깜짝 놀란 표정을 포착했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 속 특수효과 장면들은 후대 공포영화에도 무수히 오마주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1973) 속 특수효과 장면들은 후대 공포영화에도 무수히 오마주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엑소시스트’를 ‘소리의 박물관’이라 표현한 그다. “음향은 시각적인 것만큼 중요하다”면서다. 악마의 소리는 남녀 목소리를 모두 낼 수 있는 성인 배우 머세이디스 맥캠브릿지가 연기한 목소리에 돼지울음, 개 짖는 소리 등 여러 음향을 섞어 탄생했다.  
 

1순위 감독은 나 아닌 큐브릭이었죠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 [사진 시체스영화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 [사진 시체스영화제]

퇴마 장면에선 최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프리드킨 감독은 31년간 퇴마 의식을 해온 신부가 한 여성에게 빙의된 악령을 퇴치하는 현장을 코앞에서 카메라에 담기도 했단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애초 ‘엑소시스트’에 원한 1순위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이었단다. 아서 펜, 마이클 니콜스 등 3순위 감독까지 모두 거절하자 프리드킨에게 기회가 왔다. “전부 운명이 만든 우연”이라며 그는 자신을 “운명주의자”라 했다.  

 
히어로물이 장악한 요즘 할리우드 영화엔 아쉬움도 표했다. “요즘도 아끼는 옛날 영화들을 많이 봐요. 요즘 영화는 안 내켜요. 망토 두른 남자가 날아다니고 딱 붙는 옷 입고 세상을 구하는 영화들요. 지금 미국 영화판이 수퍼히어로물밖에 없어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걸작을 만날 일은 없잖아요.”

 

요즘 영화? 눈으로 아편한 듯 넋 잃기 싫다  

 그는 자신이 “영화관에 가는 이유는 연주회나 전시회에 가는 것과 비슷하게 놀라움을 느끼기 위해서”라며 “눈으로 아편이라도 한 것처럼 넋을 잃긴 싫다”며 꼬집었다.  
 
‘엑소시스트’는 관객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며 만들었을까. “감동과 행복을 느꼈으면 했어요. 세상 어디선과 선과 악이 충돌한다면 대체로 선이 승리한다는 가능성을 믿길 바랐죠. 매번은 아니고 대체로요. 나는 이 충돌이 내면의 싸움이라고 봐요. 선과 악의 투쟁을 사람들이 ‘알기를’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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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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