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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퇴직연금 가입자는 봉…영국의 이 제도 어떨까

기자
김성일 사진 김성일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60)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해 조금 실질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퇴직연금제가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가입자 이익을 대변할 방법을 찾는다는 게 때늦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의 본질에는 과연 이 제도가 가입자를 위해 존재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늘 내재해 있었다. 수익률에 대해 가입자가 불만을 느끼거나 그냥 퇴직연금은 퇴직금과 같은 것이므로 원금이라도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많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다른 여러 나라가 그렇듯이 가입자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운용구조로 되어 있다. 한마디로 많은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수밖에 없어 매우 복잡한 구조다. 그러나 제도가 복잡하건 말건 가입자의 이익이 지켜지고 향상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는 여러가지 근본적 의문이 늘 내재해 있었다. 수익률에 대해 가입자가 불만을 느끼거나 그냥 퇴직연금은 퇴직금과 같은 것이므로 원금이라도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많다. [사진 piqsels]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는 여러가지 근본적 의문이 늘 내재해 있었다. 수익률에 대해 가입자가 불만을 느끼거나 그냥 퇴직연금은 퇴직금과 같은 것이므로 원금이라도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많다. [사진 piqsels]

 
실망스럽게도 현행 퇴직연금제는 가입자 이익을 대변할 장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굳이 말한다면 가입자 교육을 의무화한 것과 위험상품 투자 한도 설정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가입자 교육의 현실은 가입자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조차 아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이메일이나 우편 자료송부가 전부다. 용어조차 어렵고 생소해 일부 가입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해하지 못할 듯하다.
 
위험상품 투자 한도 설정은 실적배당형 운용에서 가입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그림1]에서 보듯이 전체 적립금 221조2000억원 중 원리금 보장형은 198조2000억원(89.6%, 대기성 자금 포함), 실적배당형은 23조원(10.4%)을 차지한다. 실적배당형 운용비중이 2018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했으나, 여전히 10% 내외로 가입자 이익을 지킨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자료 김성일, 제작 김소연]

[자료 김성일, 제작 김소연]

 
근로복지연구원은 퇴직연금 운용구조의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했다. 첫째, 퇴직연금사업자 및 운용상품을 선정·교체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노사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대부분의 가입자와 사용자는 적립금 운용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셋째, 퇴직연금사업자는 연금 수탁자로서 가입자의 연금자산 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한계를 벗지 못한다. 넷째, 현 퇴직연금시장은 과점시장으로 서비스 제고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다섯째, 퇴직연금사업자 대부분이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캡티브(captive)’ 시장을 구축해 수익을 내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금형제도와 디폴트제도다. 사실 가입자가 보기에는 이들 용어도 상당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연 기금형이 가입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느냐란 의문과 디폴트 제도에서 수익률 마이너스가 될 경우 누가 보전할 것인가란 문제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가입자 이익을 대변할 방법은 없을까? 이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2015년 4월 6일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계약형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사업자에게 독립지배구조위원회(IGCs)를 설립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든 것을 들 수 있다.
 
영국의 경우처럼 퇴직연금사업자의 충실의무 및 신의성실의무 준수를 위한 견제장치로 독립지배구조위원회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 pixabay]

영국의 경우처럼 퇴직연금사업자의 충실의무 및 신의성실의무 준수를 위한 견제장치로 독립지배구조위원회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진 pixabay]

 
독립지배구조위원회는 적절한 가입자 보호를 보장하고,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효과적인 경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입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 행동하며, 가입자 적립금 가치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사용자의 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금융행위규제청과 가입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한 위원회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매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근로복지연구원은 이와 함께 퇴직연금사업자 내부에 가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장치로 영국의 독립지배구조위원회를 벤치마킹한 ‘퇴직연금 관리위원회(가칭)’를 의무적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제도에서 퇴직연금사업자 내에 상품선정위원회가 있는데, 이를 가입자 이익을 위해 활용하면 독립지배구조위원회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품선정위원회의 역할은 [그림2]에서와 같이 자산배분, 상품선정, 모니터링 및 리밸런싱의 4가지라 할 수 있다.
 
[자료 SC제일은행, 제작 김소연]

[자료 SC제일은행, 제작 김소연]

 

하지만 상품선정위원회는 위에서 정의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한다고 해도 최소한에 그치고 있다. 왜냐하면 가입자의 이익보다 자사의 이익에 우선하는 자산군별, 전략별 상품 선택업무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의 미래 수익 극대화를 위한 자산배분자문, 포트폴리오구축 및 리밸런싱 등과 관련해 전적으로 가입자에게 선택을 맡겨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퇴직연금 시장에는 2200개 이상의 상품이 존재하고 퇴직연금사업자별로 수백 개의 상품을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있어 가입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선택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영국의 경우처럼 퇴직연금사업자의 충실의무 및 신의성실의무 준수를 위한 견제장치로 독립지배구조위원회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영국에는 기금형이 주류지만 우리와 유사한 계약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왜 계약형에서 이런 장치를 만들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 

 
그러나 가입자 이익 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퇴직연금사업자가 자사의 이익에 앞서 가입자 이익을 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독립지배구조위원회의 감독감시권한을 명확히 한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도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감독당국도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가입자에게 유익한 상품선정위원회의 역할 재정립을 목적으로 영국의 독립지배구조 위원회를 참고하면 가입자 이익 우선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해 본다.

 
모름지기 제도 진화는 한술에 배부를 수 없다. 현재 가장 먼저 극복할 수 있는 것부터 차곡차곡 진행해 가면서 질적 변환을 꾀해가는 접근법도 필요하다. 다만 원칙은 가입자 이익 우선이며, 그것이 공생의 핵심이란 점만 간과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한국연금학회 퇴직연금 분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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