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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폐기할 고기 빨아 쓰는' 모범음식점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처음 이 내용을 제보 받았을 때, 말로 들었을 때도 안 믿겼지만 영상을 보니 더 안 믿겼습니다. '이걸 진짜 판다고?'

 

최근 JTBC 뉴스룸은 "유명 갈비 체인의 대형 지점에서 버려야 할 고기를 소주와 양념으로 헹궈 팔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 이후 파장은 컸습니다. 송추가마골은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고기 빨래' 영상 검증



1) 왜 빨아 쓰나?



송추가마골을 몇 달 전 그만 둔 직원의 제보였습니다. "상한 고기를 빨래하듯 '빨아서' 손님들 상에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는 해동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바쁠 때 양념 갈비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팩을 따뜻한 물에 담가 빠른 시간에 녹이는 방식을 쓰는데, 이후 몇 시간 상온에 두거나 다시 냉장보관을 하다 고기가 상해버린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관리하다보면 먼저 뜯은 팩이 뭔지도 헷갈려 뒤죽박죽이 된다고 했습니다.



2) 어떻게 빨아 쓰나?



이런 고기를 어떻게 판다는 말인지, 미간이 찌푸려지는 영상들이었습니다. 찐득한 양념에서 고기를 건져 올려 새 양념에 '슥슥' 헹군 뒤 접시에 올리는 모습들. 이런 식으로 헹군다 해서 손님이 알아차릴 수 없는 수준인지 궁금했습니다. 전현직 직원들을 취재하며, 상태가 변한 고기가 손님 입에 들어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알게 되니 의문이 풀렸습니다.

 


소주로 잡냄새를 제거한 뒤 새 양념에 버무린다 해도, '맛이 간' 고기들은 칼집이 없어질 정도로 물렁해진다고 합니다. 그래도 대부분은 이상한 점을 못 알아챈답니다. 혹시나 예민한 손님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숯불에 '빠르게' '바짝' 굽기 때문입니다. '티커'라고 불리는 고기 관리자가 무전으로 빨아놓은 고기란 점을 알리면, 오래 일한 직원들이 눈치껏 서빙을 하고, 능수능란하게 구워준다는 겁니다.



가끔 냄새나 맛을 문제 삼으면 곧바로 문제없는 고기로 바꿔주고, 탈이 났다는 손님이 나오면 빠르게 병원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메운다고 했습니다.

 


3) 다들 빨아 쓰나?



혹시 양념고기가 이렇게 변하는 일은 종종 있는 걸까? 서울 주요 먹자골목을 돌며 고깃집 관계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고 물었습니다. 대부분 '사장님'들은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소름끼친다." "30년 고기 팔았는데 이런 건 처음 본다." 영상만 봐서는 '상한 고기'인지 단정할 수 없다는 분도 있었지만, 어찌 됐든 이런 고기를 '빨아서' 파는 방식에 대해선 하나같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경악했습니다.



4) 왜 안 되나?



식품 위생과 관련한 식약처의 여러 지침서가 있지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온수해동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원래 냉동고기는 냉장고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녹이거나 차가운 물을 흘려주며 녹이는 게 원칙입니다. 온수로 해동하면 4℃~60℃ 온도를 좋아하는 세균들이 빠르게 증식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온수 해동을 했으면, 곧바로 고기를 몽땅 쓰거나, 남은 건 버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취재진은 송추가마골에서 냉동고기를 산 뒤, 녹색식품안전연구원에 맡겨 실험도 해봤습니다. 주방에 들어가는 고기들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실험 결과 온수로 해동할 경우 냉장 해동의 200배 넘는 일반 세균이 검출됐습니다. 그리고 냉장 해동 시 없었던 대장균군도 생겨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특이사항' 있을 리 없는 지자체 위생 점검 현장



1) 무엇이 모범적인 음식점?



취재진은 제보자가 근무했던 송추가마골 양주 덕정점 현장에 가봤습니다. '모범 음식점' 지정판이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이 곳은 2007년부터 매년 한 차례도 빠짐없이 양주시가 선정한 모범 음식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모범음식점은 영업시설 개선자금 우선 융자 대상이고, 여러 위생물품도 지원받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되면, 2년 동안 지자체의 위생 검사를 면제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위생과 안전 기준을 준수하는 곳으로 검증됐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모범 음식점을 뽑는 지정기준 점검표엔 정작 식재료 위생을 확인하는 항목은 없었습니다. 주방 시설이나, 맛, 서비스 등 '외관'에 치중된 점검 항목을 기준으로 점수를 주고 있었습니다.

 


양주시청 관계자들도 모범음식점이 지역 상점 홍보 목적이 크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모범음식점 지정 절차를 알아보니, 해당 가게의 신청을 받아 미리 점검 일정을 알려주고 나간 뒤 평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식재료 위생' 같은 내밀한 사정을 따질 만한 여건이 아닌 겁니다.



2) 무기력한 지자체 위생 점검팀



그렇다면 이 정도 수준의 위생 점검이라도 제대로 되고 있을까. 식품접객업소의 위생 점검 의무를 지닌 곳은 서울시의 경우 구청, 경기도의 경우 시청입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정기 점검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식약처가 '특별 단속' '정기 단속' 등의 이름을 붙여 지시할 때 나가는 식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냉장시설의 온도, 유통기한정도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수준인 겁니다.



위생 점검 분야를 전담하는 직원은 지자체마다 1~2명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양주시청 관계자는 "관내에 식품접객업소만 4000곳 가까이 된다. 민원이나 제보 없이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특별사법경찰이 아닌 일반 지자체 점검반의 경우, 민원이나 제보 없이는 수상한 점이 있더라도 식재료를 가져올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시료를 확보해 과학적인 분석을 거쳐야 법적 처벌 근거를 만들 수 있는데 "왜 우리 식당 것만 가져 가냐"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3) '폐기할 고기 빨아 쓴' 죄값 '과태료 30만원'



JTBC 뉴스룸이 관련 의혹을 보도한 직후 양주시청은 송추가마골 양주 덕정점에 대한 긴급 위생 점검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이 터진 뒤에 가봐야 단서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양주시청 관계자는 "특이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JTBC 보도 영상 속 사실관계에 대해 업소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양주시청은 보도된 영상을 근거로 식품위생법 상 '올바른 식재료 냉장·보관 규정'을 따르지 않은 죄를 물어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우롱한 죄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분"이란 지적들이 나옵니다.

 


양주시청은 송추가마골 김재민 대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보도 내용을 근거로 식품위생법 7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식품위생법 제7조(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 ④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기준과 규격이 정하여진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그 기준에 따라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보존하여야 하며, 그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보존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한 법 조항입니다. 아직 김 대표가 관련 내용을 알고도 방치했는지, 또는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일단 송추가마골 측은 "본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고, 지점의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어떤 구조 속에서 '고기 빨래'라는 해괴한 관행이 탄생하게 됐는지 밝혀지길 기대합니다.



■ '먹거리 꼼수', 송추가마골 뿐일까?



보도 이후 송추가마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보도된 사례는 경기 양주 덕정점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비슷한 관행이 다른 곳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관계자들의 주장도 나왔습니다. JTBC는 추가 취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송추가마골은 "해당 지점에서만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먹거리 꼼수를 부리는 곳이 송추가마골 뿐일까요?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지자체 위생 점검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식약처 지시로 나가는 점검 이외에 불시 점검에도 나서고, 주민들 신고나 제보가 있으면 빠르게 점검에 나설 수 있도록 인력이 갖춰져야 할 것입니다. 식중독 위험이 높아지는 여름철입니다. 유사한 대형 갈비 전문점 등에서 고기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보자는 '고기 빨래'를 목격하고 사표를 냈습니다. "상한 고기를 버려야 한다"고 점장에게 수차례 보고했지만 부당한 지시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TV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장면을 눈앞에서 보고 공범이 되는 길을 택할 순 없었다고 합니다. 병들어가는 현장은 못 본 척, 지점 확장에만 골몰하는 회사 분위기에 더 이상 애사심을 느끼기도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눈 감아버린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을 그만두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증거를 모으기 위해 '고기 빨래' 현장을 숨죽이며 촬영하고, 언론사에 제보하기까지 수없이 고민했을 제보자의 용기도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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