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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계약금 일부만 받았다, 그 계약 해제 가능할까

기자
정세형 사진 정세형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31) 

 
아파트같은 부동산을 사려다가 비교적 좋은 조건의 매물을 발견했을 때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우선 가계약을 하고 가계약금을 먼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계약은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이런 문제는 가계약금을 받은 후 더 비싸게 매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때 많이 발생한다. 
가계약은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가계약은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가계약은 법률적으로 어떤 의미?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을 살펴보면 규제 시행일 이전에 체결된 매매계약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가계약은 매매계약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일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가계약의 경우 제3자인 금융회사가 계약성립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만큼, 종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금융규제 적용에 있어 가계약을 매매계약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2018년 9·13 대책 이전부터 일관되게 확립되어 온 사항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고려와는 별개로 일상 생활에 있어서는 가계약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민법 제565조 제1항에서는 계약금의 경우 이를 해약금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특약이 없는 이상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약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
 

가계약도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에서는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은 성립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가계약이라는 표현 그 자체보다는 계약 내용에 관한 합의 정도가 중요하다. 또 가계약을 할 때 가계약 파기 조건과 효과 등에 대해 정해 둔다면 분쟁 예방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 pxhere]

가계약이라는 표현 그 자체보다는 계약 내용에 관한 합의 정도가 중요하다. 또 가계약을 할 때 가계약 파기 조건과 효과 등에 대해 정해 둔다면 분쟁 예방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진 pxhere]

 
한편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그 대가로서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해 쌍방 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한다. 대법원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가계약이라는 표현 자체보다는 당사자 사이에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에 대한 합치가 있었느냐에 중점을 두어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법원은 매매계약 당시 매수인이 중도금 일부의 지급에 관해, 매도인에게 제3자에 대한 대여금채권을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그 자리에 제3자도 참석한 경우 매수인은 매매계약과 함께 채무의 일부 이행에 착수하였으므로 매도인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정한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합의가 없는 경우 가계약은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화훼농원을 이전하기 위해 매수할 토지를 알아보던 중 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으로부터 한 토지를 추천받고, 매매계약서 작성일과 잔금 지급방법 등 중요부분에 관한 합의도 없이 이 직원의 요구에 따라 피고의 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위 토지는 진입로가 없는 맹지여서 화훼농원을 이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토지 소유주와의 사이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앞서 지급한 5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여 토지 소유주에게 500만 원을 송금했지만 매매계약의 본질적 사항인 매매대금에 관해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돈을 받은 토지 소유주가 부당이득으로서 5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울산지방법원 2017. 6. 28. 선고 2017나20531 판결). 즉 계약이 성립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준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록 하급심 판결이긴 하지만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이상 본계약의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사람은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선고되어 주목을 받았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12. 11.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결국 종합해 보면 가계약이라는 표현 그 자체보다는 계약 내용에 관한 합의 정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가계약을 할 때 가계약 파기 조건과 효과 등에 대해 정해 둔다면 분쟁 예방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해약금만 주면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할 수 있을까? [사진 pxhere]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해약금만 주면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할 수 있을까? [사진 pxhere]

이 외에도 계약금에 관해 알아두면 유용할 대법원 판례를 추가로 소개한다. 우선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한 경우 해약금만 주면 계약을 마음대로 해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즉 대법원은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 계약을 한 경우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임의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계약금 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한다는 점을 이유로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뒤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이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또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 설령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라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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