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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에 HEU 숨겼던 남아공…北 원로리 지하가 수상하다

북한의 새로운 핵탄두 개발 장소로 거론되는 평양 원로리 시설이 실제 핵 관련 시설이라면 이곳에서 고농축우라늄(HEU)이 은밀히 생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HEU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마지막까지 협상 카드로 삼을 만한 핵심 핵물질인 데다, 숨기기도 쉽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CNN이 확보한 플래닛 랩스의 북한 평양 만수대구역 원로리 핵시설 추정 건물의 위성사진. [CNN 홈페이지 캡처]

CNN이 확보한 플래닛 랩스의 북한 평양 만수대구역 원로리 핵시설 추정 건물의 위성사진. [CNN 홈페이지 캡처]

 
정부 관계자는 10일 “원로리에서 핵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면서도 “지하 시설에서 어떤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한·미 정보당국이 가능성을 열어놓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9일) CNN은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가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원로리에서 핵탄두를 개발 중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트럭과 컨테이너 적재 차량 등이 포착됐고, 공장 가동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로리 지역을 매우 오랫동안 관찰했고, 핵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원로리에 핵시설의 존재가 처음 제시된 것이다.
 
원로리의 지하시설에 관심이 쏠리는 건 북한이 이곳을 HEU의 비밀 생산·보관 장소로 삼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핵탄두를 구성하는 핵심 핵물질인 HEU는 우라늄을 고속으로 돌려 농축시키는 방식으로 발생된다. 이때 사용되는 게 알루미늄이나 마레이징강(니켈을 함유한 강철 합금)으로 만든 통인 원심분리기다.  
 
문제는 원심분리기가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이다. 핵물질을 구성하는 또 다른 물질인 플루토늄이 대규모 재처리 시설이 필요해 숨기기 어려운 것과 다르다.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원로리와 같이 기존에 드러나지 않던 핵 시설에 HEU를 숨길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HEU를 보유하고 생산할 수 있다는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북한은 2010년 11월 미국의 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해커 박사에게 영변에서 2000개 가량의 원심분리기가 작동하고 있는 우라늄농축시설을 공개했다. 이 시설은 한·미 정보당국이 뒤늦게 파악한 곳이다.
 
영국의 군사정보 매체인 제인스는 2015년 북한이 영변에 또 다른 우라늄농축시설을 가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평북 태천·박천에도 지하 우라늄농축시설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평북 구성시 방현비행장 인근 지하에도 우라늄농축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HEU를 찾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993년 비핵화를 선언한 남아공을 사찰했을 때 놀이공원 내 간이 건물의 작은 지하 공간에서 숨겨진 원심분리기를 발견했다고 한다.
 
북한이 HEU를 숨겨놓을 경우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향후 판을 깨고 주도할 수 있는 카드를 하나 더 갖고 있을 수 있게 된다. 한·미 당국과 핵 전문가들이 북한의 보험용 HEU 장소를 찾아내는 데 전력을 다하는 까닭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만 봐도 HEU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이 상당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 리스트를 뽑은 뒤 기존에 드러나지 않은 HEU 시설로 강선 지역의 시설을 지목하며 ‘영변 플러스알파(+α)’로 이곳의 폐기를 북한에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하노이 회담은 결렬로 끝이 났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숨겨놓은 HEU를 한·미가 얼마나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지가 비핵화 협상의 승부를 가를 수 있다”며 “새 핵시설이 수면 위로 드러날 때마다 HEU와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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