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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남기고 떠나다

박원순 서울시장 극단 선택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긴 유언장. 박 시장이 자필로 작성한 뒤 공관 내 서재 책상에 올려 둔 것을 주무관이 발견했다. [사진 서울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긴 유언장. 박 시장이 자필로 작성한 뒤 공관 내 서재 책상에 올려 둔 것을 주무관이 발견했다. [사진 서울시]

시민활동가, 인권변호사, 가장 오래 재임한 첫 3선 서울시장 등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박원순 서울시장.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는 이틀 전인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함께 미투 사건 연루 의혹까지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최고위 공직자 연이은 미투 의혹
“피해자는 평생 고통 안고 갈 것”
장례 절차 놓고 엇갈리는 여론
서울시정 당분간 공백 불가피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 피소 관련 경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박 시장 유서도 이날 장례식장에서 공개됐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그의 마지막 길 앞에는 애도와 추모의 분위기와 함께 논란과 숙제거리가 남아 있다.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죽음의 이유를 따지기보다는 우선은 고인에 대한 애도와 유족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 나왔다. 유족 대리인을 맡은 문미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족과 서울시 직원,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은 고인에 대한 장례를 치르고 마무리할 때”라고 적었다.  
 
장례식장을 찾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악의적인 출처 불명의 글이 퍼지고 있어 고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유족들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부디 무책임한 행위를 멈춰달라”고 했다.
 
하지만 애도와는 별개로 그가 왜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피해자로 추정되는 전직 비서의 고통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8일 박 시장은 성추행 등으로 고소됐고, 조사와 수사 협조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면서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지만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목수정 작가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 시장 자신을 위해서도, 그를 고소한 전 비서를 위해서도, 특히 진실을 위해 이렇게 사건이 종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썼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역시 페이스북에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며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나 혼자라도 이 얘기는 꼭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장례 절차와 문상을 놓고도 입장은 엇갈린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를 5일장인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고인의 삶을 기리는 당연한 예우”라는 입장과 “논란이 있는 죽음에 호화스러운 장례는 적절치 않다”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많은 조문객이 장례식장과 분향소를 찾고 있지만, 류호정 정의당 의원처럼 “애석하고 슬프지만, 조문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가진 이도 있다. 박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의 고통과 입장을 고려해서라는 이유 때문이다.
 
내년 4월 있을 보궐선거 전까지 박 시장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를 놓고 서울시 역시 큰 숙제를 떠안고 있다. 강력한 리더십의 선출직 시장의 부재를 권한대행으로 나선 서정협 행정1부시장이 얼마나 메울지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박 시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시청 앞 광장에는 시민 분향소가 설치됐다. 발인은 13일이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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