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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레이스 전면 중단한 민주당, 미투 악재 불거질까 곤혹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0일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10일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은 10일 한목소리로 애도의 메시지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박 시장의 사망에 대해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했다. 노 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께서 ‘박 시장은 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오신 분인데 너무 충격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박 시장 사망, 정치권 쇼크
문 대통령, 사시 동기 빈소에 조화
이해찬, 성추행 의혹 질문에 버럭

홍준표 “그렇게 허망하게 갈 걸…”
주호영 “비극적 선택 깊은 위로”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조문하지는 않고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조화를 장례식장에 보냈다. 대신 노 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참 오랜 인연’이란 문 대통령의 말처럼 두 사람의 인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사법시험에 합격한 동기로 연수원도 나란히 마쳤다. 시민단체 활동에 주력하던 박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대통령은 “박 변호사와는 아주 잘 알고 가깝다. 시민운동과 민변을 같이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도 자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시민사회쪽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 시장 토크 콘서트에 출연해선 “선거판에서 마이크 잡고 지원 유세하는 건 생전 처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는 다만 박 시장 사망과 관련해 이날 공식 논평은 내지 않았다. 당초 13일로 예정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국민 보고대회도 박 시장 발인일과 겹치는 까닭에 14일로 하루 연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부동산 대책 당·정 회의 등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8·29 전당대회 레이스도 전면 중단됐다. 이낙연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잠정 연기했고 11일 강원도 평창 방문 계획도 취소했다. 지난 9일 출마선언을 한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경기도청 출입기자 간담회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 일정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이를 잠정 중단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인은 유신 시대부터 저와 민주화운동을 함께해온 오랜 친구”라며 “성품이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을 갖춘 외유내강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그렇게 아끼셨던 서울시정에 공백이 없도록 각별히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비통한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애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엔 박 시장 빈소를 찾아 “우리 사회의 불모지였던 시민운동을 일궈내고 서울시 행정을 맡아 10년을 잘 이끌어왔다”며 “친구가 이렇게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참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뒤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질문한 기자를 쳐다보며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해당 기자를 계속 응시하며 “XX자식 같으니라고” 등의 말도 했다.
 
민주당 내에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사망 소식과 별개로 불거진 ‘성추문’ 논란이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성 인권을 중시해온 시민사회의 거목이자 서울시장의 성추문 논란이 당에는 뼈아픈 부분”(당 관계자)이란 말도 나왔다.
 
야당 지도부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시장의 비극적 선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슬픔에 잠겼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참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박 시장의 고향(경남 창녕) 선배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렇게 허망하게 갈 걸 뭐하려고 아웅다웅 살았나. 큰 충격”이라고 썼다. “(박 시장이) 고향 후배지만 고시는 2년 선배여서 웃으며 선후배 논쟁을 하며 허물없이 지냈다”는 일화도 함께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이 달라 늘 다른 길을 걸어왔다. 최근 활발한 대선 행보를 고무적으로 보기도 했다”며 “그런데 허망하게 갔다.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편안하게 영면하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피소를 당한 ‘미투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상범 통합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투 사건이 발생하면서 책임지는 차원에서 아마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것 같다”며 “깊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그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은 충분히 밝혀져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호·정진우·한영익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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