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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회담 필요없다면서, 미 독립절 DVD 달라 한 김여정

비핵화 협상 ‘핑퐁 게임’

6시간 시차를 두고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 [연합뉴스]

6시간 시차를 두고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오른쪽).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북·미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모일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밝힌 지 몇 시간 만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미국 7·4 독립기념일 행사 DVD를 깜짝 요청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이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 말미에 “미 독립절 기념행사 DVD를 꼭 얻으려 한다는 데 김정은 위원장의 허락을 받았다”고 하면서 DVD를 매개로 한 북·미 접촉 의향을 밝혔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정상회담 가능’ 공개 표명
김여정 6시간 뒤 “우리에겐 무익”
DVD 명분으로 접촉 재개 의향 비쳐

‘적대 철회 대 협상 재개’ 구도 요구
“두 정상 특별한 친분” 여지도 남겨

트럼프 대선 승리 기원 메시지도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까지 전했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외신기자 전화 간담회에서 정상회담을 포함해 북·미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낸 지 불과 6시간이 지난 뒤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대방과 나누고 있는 대화에 대해 얘기하진 않겠다”면서도 “우리는 정상회담보다 낮은 수준에서든, 또는 고위 지도자들이 다시 모이기 위한 적절하고 유익한 활동이 일어난다면 정상회담에서든 이 대화를 계속할 수 있기를 매우 희망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여건이 조성될 경우 3차 북·미 정상회담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미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누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 할지 그 시기에 관해선 오늘 말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제1부부장은 10일 새벽 담화문을 내고 “어디까지나 내 개인 생각이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북·미) 수뇌회담 같은 일은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은 뒤 “하지만 또 모를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어 “수뇌회담은 미국 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겐 불필요하며 무익하다”며 “나아가 올해 중 수뇌회담은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지금 수뇌회담을 하면 또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것이 뻔하다”면서다.
 
김 제1부부장은 대신 담화문 말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대선 승리 기원 메시지와 함께 “가능하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해 위원장 동지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B-1, B-2, B-52 전략폭격기 등의 저공 기념 비행을 포함해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방문 영상과 지난 4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을 위한 경례’ 독립기념일 행사 영상을 달라는 뜻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제1부부장이 지난달 발표한 강경한 성명에 비해 미국을 향해 부드러운 입장을 취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포함된 독립기념일 영상 DVD까지 요청하고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DVD를 건네받는 걸 명분 삼아 북·미 접촉을 재개할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 같은 요청에 대한 입장을 즉각 내놓지는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은 북·미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테러지원국·인신매매국 재지정을 포함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우리 제도와 인민의 안전과 미래의 담보도 없는 제재 해제 따위와 절대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며 “‘비핵화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 ‘적대시 철회 대 협상 재개’라는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상엔 B-52 전략폭격기 비행 포함
 
이와 관련,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해 상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 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일부 제재 해제와 핵 개발의 중추 신경인 영변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하려는 어리석은 꿈은 품지 말라”며 “우리 핵을 빼앗는 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자기들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 머리를 굴리는 게 더 쉽고 유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북한의 군사적 행위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은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대선 전야에 받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 있다.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우리를 다치게 하거나 건들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미 사이에 군사적 긴장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간의 특별한 친분 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두 정상의 친분을 재차 강조했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북·미 대화가 여전히 유효함을 재확인하면서 미국 측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한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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