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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제각각 부동산 통계, 어떤 게 맞나

4·5월에 아파트 중위가격이 떨어졌다고?…정부 입맛대로 쓰는 통계의 모순

시장은 KB시세 보는데 정부는 한국감정원 통계 고수


6월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6월 23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 사진: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국토교통부(국토부)가 한 판 붙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얼마나 올랐느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기준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다. 경실련은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50% 넘게 올랐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토부는 14%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치가 다른 이유는 데이터를 가져온 조사 기관의 차이다. 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지난 6월 23일 경실련은 ‘KB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3년간(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6억6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52% 올랐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KB국민은행 중위가격 통계가 시작된 2008년 12월~2013년 2월) 때는 3% 하락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2013년 2월~2017년 3월)에는 2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정부를 합친 기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26%)의 두 배가 문재인 정부에서 뛰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튿날 국토부는 반박에 나섰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근거로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14.2%에 불과하며, 경실련 발표는 가격 상승분을 과잉 해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경실련이 조사 근거로 삼은 아파트 중위가격은 가격 변동 추이 지표로는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다. 노후 아파트를 철거하고 새 아파트를 지으면 중위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새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을 기존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 집값 통계는 주택 시장의 양대 지표다. 한국감정원은 주택법과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2014년 12월 지정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업무를 담당해왔다. 당시 국토부는 위탁기관 지정 목적을 “감정원이 주택 가격 동향 조사 업무를 수행할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KB국민은행의 시세, 이른바 KB시세가 주요 잣대로 활용됐다. KB국민은행으로 합병된 과거 한국주택은행 시절부터 시작해 30년 가까이 데이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시장서 신뢰 잃은 한국감정원 통계

두 기관 모두 공신력 있는 기관이지만 아파트값을 조사한 결과에선 차이가 뚜렷하다. 중위가격은 일부 표본을 뽑아 조사하고 실거래가와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를 적절히 조합해 결정하는데, 두 기관이 기준으로 삼는 표본이나 계산 방식이 달라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우선 표본주택 수가 다르다. 감정원과 KB의 표본주택 수는 각각 2만7000가구와 3만4000가구다. KB가 더 많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KB가 약 3만 가구로, 1만6000여 가구를 조사하는 감정원보다 두 배 가량 많다. 조사 방식도 다르다. 감정원은 “전문가(감정원 직원)가 표본주택을 월 1회 조사하면서 실거래가와 유사거래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KB는 “KB국민은행이 중개업소를 통해 실거래가와 호가를 온라인으로 취합하고 추가 전화·팩스 조사를 실시해 보완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어느 조사가 더 정확한지 입장이 갈리지만, 일반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KB시세를 참고하는 일이 많다고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값이 등락하는 시기에는 KB국민은행의 주간 통계가 더 빠르게 상황을 반영해 주로 KB시세를 인용하고 있으며, 집주인이나 주택 매수자들도 이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한국감정원의 시세가 외면 받는 이유는 신뢰 하락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조사끼리도 서로 결과가 달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 기준 684만4000원에서 802만2000원으로 17%가량 상승했다. 2020년 5월까지 계산한 국토부의 발표 내용(14% 상승)을 감안하면 지난 4월과 5월에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더 내려갔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45%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 가격지수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한다. 표본을 추출해 조사하는 중위가격과 조사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거래된 모든 아파트값을 통계에 넣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 상황을 살피는 데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2017년 11월 지수를 100으로 가정할 때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 지수는 93.8이었는데 2020년 3월엔 136.3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7% 올랐다는 통계와는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월 단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문점은 더 나타난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선 2019년 1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 기준 935만8000원을 고점으로 2020년 3월까지 1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실거래 가격지수를 보면 같은 기간 128.8에서 136.3으로 5% 이상 상승했다. 실거래 가격지수는 2019년 3월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 실제 거래된 전체 아파트값은 오른 것으로 나오는데, 서울 전체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내려간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실거래 가격지수와 중위가격은 조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서울 전체 집값이 떨어져도 일부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거래가 늘면 중위가격은 하락하고 실거래 가격지수는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실거래 가격지수나 중위가격 모두 집값을 판단하는 데 장단점이 있다. 다만 정부가 집값의 등락을 설명하려면 두 지표를 모두 공개해야지 정부 입맛에 맞는 지표만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시비비 따지기보단 두 통계 모두 반영해야

한국감정원 자료와 정부 논리가 모순돼 시장에서 믿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4% 오른 것을 문제 삼아 부동산 정책을 20번 가까이 내놓았다는 뜻이다. 또 지난 6개월간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집값을 잡겠다며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2.20 투기수요 차단 및 주택시장 안정관리 방안을 잇달아 발표한 셈이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집값이 올라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정부도 부동산 대책을 20번 넘게 내놓고 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는 피하기 위해 유리한 통계만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렇듯 정부가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 상황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집값이 논란이 많은데 부동산 대책이 다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이용호 국회의원(무소속)의 질문에 “(부동산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장관은 “지금까지 22번째 대책을 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네 번째”라고 답하며 “22번째라는 것은 언론이 온갖 것들을 다 붙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민간 통계의 과잉해석, 통계적 오류 가능성을 주장하는 정부 논리대로라면 2019년 12.16 부동산 정책은 논리가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12.16 대책은 ‘집값이 15억원을 넘어갈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집값의 기준은 ‘KB국민은행 시세’나 ‘한국감정원 시세’를 참고로 삼고 두 시세 중 하나라도 15억원을 넘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가령 A 아파트가 한국감정원 기준 14억원이라도 KB 기준 시세로 15억원으로 책정됐다면 대출이 막힌다는 뜻이다.
 
이는 대부분의 아파트 KB시세가 한국감정원 시세보다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KB시세를 기준으로 규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파트값의 과잉 해석을 우려하는 정부가 KB시세를 근거로 규정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임재만 교수는 “어느 기관의 조사가 맞는지 틀리는지 따지기보다, 정부가 여러 가지 지표를 국민들에게 함께 알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아파트시세변동을 확인하는 주요 지표

●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실제 거래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만드는 지수를 말한다. 거래된 모든 아파트 가격을 대상으로 가격수준, 변동률 등을 고려해 한국감정원에서 계산한다. 2017년 11월을 기준(100)으로 놓고 상대가격을 표시한다. 가령 2020년 3월 실거래 가격지수가 136이라고 하면 2017년 11월보다 36% 상승했다는 뜻이다. 조사 지역 범위가 좁고 거래량이 많을수록 정확성이 높다. 재개발지역이나 신규 아파트 분양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비싼 값에 많은 거래가 이뤄지는데 이런 특징을 잘 잡아낼 수 있다.
 
 
● 아파트 중위 가격
아파트를 매매가격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말한다. 중간가격 또는 중간값이라고도 한다. 전국 아파트 중 기준으로 삼는 아파트를 정하고 표본을 추출해 일부만 조사한다. 범위가 넓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등락 흐름을 파악하는데 편리하지만,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락하는 경우 이런 특징을 잘 잡아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이 각각 조사하는데 조사 방법과 표본에서 차이가 난다. 한국감정원은 전국 261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약 2만7000여 가구(아파트는 약 1만6000가구)를 표본으로 삼는다. 한국감정원 직원으로 구성된 조사전문가가 실거래가격과 주변 주택의 유사 거래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택가격을 계산해 중간가격을 뽑아낸다. KB국민은행은 172개 시·군·구에서 3만4000여 가구(아파트는 약 3만여 가구)를 표본으로 정한다. 실거래가와 매매사례, 중개업소의 조사를 종합해 중간가격을 정한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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