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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해찬 다음 이낙연 만남 계획" 묻혀버린 박원순 구상

지난 9일 숨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2018년 모습. 김현동 기자

지난 9일 숨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2018년 모습. 김현동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생을 마감하기 전 최근 며칠 동안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대외 일정만 보더라도 지난 6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 이어 8일 2조6000억원을 투입해 ‘탈(脫)탄소 사회’를 만들겠다는 서울형 그린뉴딜 정책을 기자들 앞에서 발표했다. 
 

“그린벨트 해제 생각 처음부터 없었다”
다른 차원의 ‘공급 비밀병기’ 구상
9년 임기 동안 “약자 편 되려 했다”
청년청·그린뉴딜 등 주요 정책 꼽혀
직무대행서 적극 행정 어려울 거란 전망

정부 여당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한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론이 높아지자 박 시장 발걸음이 바빠지기도 했다. 8일 오후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논의했다. 둘의 만남 이후 박 시장이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그린벨트 해제 반대라는 평소 지론을 깰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박 시장의 속내는 달랐을 거라는 게 박 시장 주변 인사들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없었다면 이 대표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김태년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날 계획이었다”면서 “소속 정당의 의견을 두루 듣기 위함이었지 그린벨트를 해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보전 기조를 굽히지 않으려 했던 것은 박 시장이 나름대로의 부동산 공급 대책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그린벨트 해제·유지와는 좀 다른 차원의 ‘비밀병기’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정책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전 강남권 개발이익 광역화, 그린벨트 해제 같은 이슈를 먼저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서울형 그린뉴딜'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2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서울형 그린뉴딜' 추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정책 담당 인사들은 박 시장의 부재 속에 시정 기조를 이어갈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책 실현 여부를 떠나 박 시장의 정치적 존재감과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박원순 프로젝트’로서의 진행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박 시장의 정책 방향이 워낙 확고하게 이어져 온 만큼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직무대행 체제 아래서 적극적 행정을 펼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박 시장이 직접 개별 정책을 챙길 때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시장은 지난 6일 간담회에서 “도대체 박원순이 지난 9년 (재임 기간) 동안 뭐했냐고 한다면 소명감을 가지고 그야말로 도시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많은 시민의 삶과 꿈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고 했었다. 청년, 노조 없는 노동자, 공공성, 복지 강화 등이 박 시장이 강조한 정책 가치이자 방향이었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이 2011년 첫 취임 당시 서명한 정책들은 무상급식, 서울시청사 건너편 플라자호텔 앞 신호등 설치 등이었다고 한다. 신호등은 장애인 통행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박 시장은 크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공공·복지 등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의 정책에서 여러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 스스로도 “요란하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난 세월은 조용한 혁명을 했다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노동권익센터, 청년 정책을 주도하는 청년청 등을 주요 ‘박원순표’ 정책으로 꼽았다. 생전 마지막 발표가 된 서울형 그린뉴딜 정책 역시 서울시가 지속해야 할 주요 정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겨냥해 최근 의욕적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들이 박 시장 유고로 상당수 면직되거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기존 정책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는 10일 오전 간부 인사 50여 명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권한대행 체제 전환에 따른 현안을 논의했다.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시정을 이끌 예정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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