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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부동산 민심 달래기용 '희생양'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집을 여러 채 가진 고위 공직자에게 집을 처분하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다주택 보유 국회의원에게 주택을 팔라고 권고했습니다. 입법과 행정을 책임지는 주축들이 먼저 집값 안정 의지를 보이고, 정책 수립과 입법의 신뢰성을 회복하자는 취지입니다.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 29일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면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자 고위공직자 임명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 29일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면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자 고위공직자 임명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해야 하는 현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강제로 집을 팔게 하는 거라면 납득할 수 없습니다. 서울만 해도 집 없이 사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데 집을 여러 채 가진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이 불로소득을 챙기는 걸 보면서 무주택자들은 박탈감ㆍ소외감을 느낍니다. 다주택자 중 상당수가 투기 목적으로 집을 샀을 개연성도 높습니다. 하지만 집을 추가로 산 게 불법은 아니죠. 
 
집값이 오를 것 같아서 사 두었다 한들 법을 어긴 파렴치한 짓인가요. 불법적인 방법으로 집을 산 게 아니고, 세금 제대로 냈다면 문제 삼을 일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다주택자를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지 않았으면 될 걸 이제 와서 뒷북치는 거 볼썽사납습니다.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이 정책 수립이나 입법 과정에서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입법을 했다면 당연히 문제입니다. 이런 공직자나 국회의원이 있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택 매수라는 경제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입니다.  
  
 집을 팔라고 강요하는 건 사유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발상입니다. 설령 이들이 여분의 집을 팔더라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입니다. 민심 달래기용 이벤트이지만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근본 해법은 다주택자가 이익을 누리는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는 것이죠. 집값이 뛰는 건 일차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부 선호지역에는 공급 부족이 심합니다. 용적률을 높이고 보존가치가 떨어진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하세요. 높아진 용적률만큼 임대주택을 더 짓고,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세요. 서민들이 집 장만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주거 복지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 과제입니다.
  
다주택자에게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세요.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낮아져야 부동산 투자 열기가 식을 거 아닙니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0.87%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1.06%입니다(2018년 기준). 보유세 부담이 크지 않으니 쉽게 집 사겠다고 나서는 거 아닙니까. 10일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징벌적 세금도, 깃털 같은 세금도 모두 답이 아닙니다. 보유 자산의 가치에 적합한 보유세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일관되게 줘야 합니다. 
 
희생양 만들었다고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식힐 수 있을까요. 충분히 주택을 공급하고 적정한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면 시장은 균형점을 찾아갈 겁니다. 마녀사냥은 중세에나 있었던 만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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