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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트럼프편?…김여정, '포스트 트럼프' 준비하면서도 트럼프 재선 기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사진)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이후(다음) 미국 정권'을 언급하며 비관적 입장을 밝혔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를 염두에 두고 북한이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대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덧붙이며 대미(對美) 메시지 대응에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 
 

◇"김정은-트럼프 관계 좋지만…조·미 회담은 어려워"  

10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김여정의 담화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7~9일 방한을 마친 직후 나왔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기간 중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지위를 격하하고 "협상 상대를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까지 나서 북한을 '불량배 국가'라고 언급했다.  
 
이틀 만에 김여정은 직접 나서 담화를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 아래(실무진)에서 심심치 않게 엇박자를 내는 것이 의도적인 흉계인지, 대통령의 불확실한 권력 장악력으로부터 산생되는 일인지는 평하고 싶지 않다"며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달라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며 "미국의 결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 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북·미) 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못 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의 역사적 만남에 대해 남북 정상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의 역사적 만남에 대해 남북 정상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면서 김여정은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는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제시했다. 그는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은 그간 북한이 거듭 비판해온 한·미연합훈련 중지, 종전선언, 평화협정 논의, 주한미군 철수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여정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제시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는 현재 미국이 당장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높은 기준을 만족하게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대선 전 정상회담을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위협할 생각 없어…건드리지 마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미국이 대선 전야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될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군사 도발 가능성도 내비쳤다. [중앙포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미국이 대선 전야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될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군사 도발 가능성도 내비쳤다. [중앙포토]

 
김여정은 또 담화에서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군사도발을 예고하며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는 전적으로 자기들(미국)이 처신하기에 달려있다. 여기저기서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11월 미 대선에 앞서 북한이 대규모 군사 도발을 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제1부부장은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립장(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며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아직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 유지는 필요하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실상 결별을 선언하는 조치가 될 수 있는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과 같은 전략무기 시험 발사는 당분간 조건부로 유예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라고 봤다.
 
물론 북한의 대미 군사도발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위 전 본부장은 "대선 전 북한이 유리한 협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군사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뜬금없는 'DVD 교환'과 '재선 기원'…정상회담 미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지역에서 인사한 뒤 남측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담화 말미에 언급한 '트럼프의 사업 성공'과 '독립절기념행사 DVD'에 주목하고 있다. 
 
김여정은 "앞으로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 독립기념일 행사 DVD를 보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이어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대선)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셨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기원하는 말까지 곁들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독립기념일 DVD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안부 인사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김여정이라는 2인자를 통해 전달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복잡한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여정은 담화에서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의 깜짝 개최 가능성에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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