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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믿는 구석 하이실리콘, 美제재 버티기 쉽지않은 까닭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③ : 히든카드 하이실리콘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기린(麒麟)
고구려 벽화고분 중 하나인 안악1호분의 기린도. [중앙포토]

고구려 벽화고분 중 하나인 안악1호분의 기린도. [중앙포토]

동물원 기린이 아니다. 동양 신화에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용, 거북, 봉황과 사영수(四靈獸)로 꼽힌다. 군주가 통치를 잘하면 등장하는 동물로 여겨진다.
 
곤붕(鯤鵬)
책 『중국환상세계』 중 붕에 대한 삽화.[사진 네이버 지식백과]

책 『중국환상세계』 중 붕에 대한 삽화.[사진 네이버 지식백과]

중국 장자(莊子)가 전한 전설의 물고기(곤)와 새(붕)다. 북극 바다에 사는 곤이 새로 변하여 붕이 된다. 크기는 몇 천 리인지 알 수 없고 태풍이 불면 하늘 9만 리를 날아올라 6개월 만에 남극 바다로 간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다른 의미다. 중국의 한 회사가 자신의 제품 이름으로 쓰고 있다. 자신들의 포부를 두 단어에 담으려는 듯이.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기린(麒麟)은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반도체다. 연간 1억대가 넘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고량에 힘입어 하이실리콘의 대표 상품이 됐다.
기린 980. [사진 화웨이]

기린 980. [사진 화웨이]

곤붕(쿤펑·鯤鵬)은 서버에 들어가는 데이터 센터용 반도체다. 지난해 1월 공개된 쿤펑920은 최신 7nm(나노미터)의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해 1월 쿤펑920이 공개되는 모습.[사진 화웨이]

지난해 1월 쿤펑920이 공개되는 모습.[사진 화웨이]

두 제품 모두 설계·개발을 하이실리콘이 했다.

하이실리콘 : 화웨이의 '믿는 구석'?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하이실리콘은 화웨이에겐 미국의 집요한 무역제재 예봉(銳鋒)을 막을 '믿을만한 항전(抗戰) 조직'이다.

반도체 설계 능력 때문이다.

쿤펑920.[사진 하이실리콘]

쿤펑920.[사진 하이실리콘]

하이실리콘은 프로세서를 개발한다. PC나 데이터 서버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AP가 등이다. 프로세서는 연산과 제어에 속도와 안전성까지 겸비해야 한다. 개발이 어려운 이유다.
 
다시 쿤펑으로 가보자. 쿤펑은 서버용 CPU다. PC나 스마트폰에는 프로세서 하나면 되지만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서버에는 여러 개를 써야 한다. 다른 프로세서보다 만들기 더 어렵다.
 
실제로 서버용 CPU는 인텔이 글로벌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인텔을 제외해도 만드는 곳은 AMD와 퀄컴 정도다. 모두 미국 회사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퀄컴 제품을 생산할 뿐 서버용 독자 CPU는 없다.
 
그런 시장에 하이실리콘이 자체 제품을 내놓은 거다.
화웨이 P40 프로. [사진 화웨이]

화웨이 P40 프로. [사진 화웨이]

기린은 어떤가. 기린은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쓰는 자체 AP다.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중 AP를 스스로 만들어 쓰는 곳은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뿐이다. 나머지는 퀄컴 제품을 사다 쓴다.
바룽 5000. [사진 하이실리콘]

바룽 5000. [사진 하이실리콘]

이외에도 하이실리콘은 무선통신 5G 칩셋인 바룽(巴龍) 5000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셋톱박스, 사물인터넷(IoT)용 칩셋도 만든다.
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10위에 하이실리콘이 포진했다.[자료 : IC인사이츠]

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10위에 하이실리콘이 포진했다.[자료 : IC인사이츠]

시장 위상도 높아졌다. 2020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용 AP 시장 점유율은 43.9%로 퀄컴(32.8%)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에서도 올해 1분기 처음 총매출 기준 반도체 시장 상위 10대 기업에 들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렇게 보면 하이실리콘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반도체 자립’을 이뤄줄 존재처럼 여겨진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산 CPU를 수입 못 해도 하이실리콘이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허팅보 하이실리콘 회장. [진르터우탸오 캡처]

허팅보 하이실리콘 회장. [진르터우탸오 캡처]

지난해 5월 허팅보(何庭波) 하이실리콘 회장도 자신했다. 그는 당시 내부 전산망에 “화웨이가 이미 수년 전부터 미국의 반도체와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극한의 기업 환경을 설정해 ‘스페어타이어’를 준비해 왔다”며 “수천 명의 하이실리콘 직원들이 오랜 기간 고생하며 최근과 같은 상황에 미리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너 없어도 우리 버틸 수 있어” 라고 선언한 셈이다.

과연 그럴까.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쉽지 않다. 하이실리콘은 팹리스(fabless)다. 별도의 반도체 생산 공장 없이 개발과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고려할 게 많다. 그래서 안정된 설비와 기술을 갖춘 회사(파운드리)에 대량생산을 맡긴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파운드리 실력은 떨어진다. 그동안 하이실리콘이 의지했던 건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다. 이들이 미국의 엄포에 거래를 끊었다. 하이실리콘은 부랴부랴 중국 SMIC로 생산물량을 돌렸지만, SMIC는 고난도 기술 분야에선 경험이 일천(日淺)하다.
 
설계도 힘들어질 수 있다. 하이실리콘이 복잡한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는 배경엔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SW)인 전자 설계 자동화(EDA) 덕분이다. 중요한 건 세계적인 EDA 업체 빅 3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시놉시스와 케이던스는 캘리포니아, 멘토그래픽스는 오리건에 있다. 하이실리콘이 아무리 반도체를 잘 구상해도 설계조차 미국 제재로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은 돈을 퍼붓고 있다.

하이실리콘의 글로벌 천재 소년 채용 공고. [사진 하이실리콘]

하이실리콘의 글로벌 천재 소년 채용 공고. [사진 하이실리콘]

미국 제재를 피해 어떻게든 자생하겠다는 의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1440억 위안(약 22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연간 총 조달액(약 640억 위안)의 2.2배다. 대부분 정부 계열 펀드와 주식 시장 자금이다.
 
하이실리콘도 ‘글로벌 천재 소년 채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졸업하는 우수 학·석사 졸업생에게 5배 이상의 연봉을 주는 등 막대한 지원을 해 영입하겠단다. 우수 인재를 영입해 자체 기술력을 더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반도체야말로 단기간에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게 어려운 분야다. 중국, 아니 하이실리콘의 꿈은 이뤄질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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