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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에 숙이는척 속내 담았다…윤석열 의미심장 '5줄 의견'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국정감사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공직 비리를 여러 군데에서 수사하면 서로 견제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국정감사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공직 비리를 여러 군데에서 수사하면 서로 견제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일주일간의 고심 끝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한 5줄짜리 입장을 내놓았다. 언뜻 보면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수용한 모양새다. 하지만 검찰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 5줄에는 윤 총장의 속내가 압축된, 전쟁을 피해 추후를 도모하는 '외교 문서' 성격이 짙게 배어 있단 평가가 나온다. 메시지를 뜯어보면 "당장의 확전(擴戰)을 막고 항명 프레임에서 벗어나되, 추 장관의 지시는 위법이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윤 총장은 첫 번째 문장에서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이라며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짚었다. 여기서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한 현직 검사는 "추 장관이 검찰 조직에 대한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총장에게는 '부작위(不作爲)' 명령을, 추 장관의 지휘권이 없는 수사팀에는 ‘계속 수사하라’는 '작위' 명령을 내린 데 대한 평가를 담은 것"이라며 "위법한 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보면 윤 총장은 이미 추 장관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형성적 처분'이라는 생경한 어휘를 사용했다. '형성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모양을 이루며 만들어진'이라는 의미다. 이를 현 상황에 대입하면 윤 총장은 현재 주어진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하므로 본인의 의중은 내키지 않지만, 추 장관의 처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검 관계자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총장의 지휘권은 이미 상실된 상태(형성적 처분)가 됐다"며 "결과적으로 장관 처분에 따라 이 같은 상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앙지검이 책임지고 자체 수사하게 된 상황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 지휘에 '복명복창'하며 따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상당히 정무적인 메시지다. 
 
'쟁송절차'도 언급했다. 권한쟁의 심판이나 불복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단어지만 이는 수사가 진행 중인 당장은 실익이 없다. 그렇다면 이 단어를 굳이 왜 언급했을까. 한 검찰 간부는 "윤 총장은 대한민국에서 직권남용 수사의 1인자"라며 "추 장관의 지시가 소송에 붙일 만큼 위법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이라는 표현도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추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직접 작성한 문안을 페이스북을 통해 유출했다. 최 대표는 수사지휘권 발동의 계기가 된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고발당한 피의자라 비판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법무부는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지만, 대검은 법무부의 제안으로 독립수사본부 설치 방안을 출구 전략으로 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 장관은 끝까지 반대했다. 지방청의 한 검찰 간부는 "결국 현 수사라인과 정치권, 추 장관이 사실상 3위 일체가 돼 윤 총장을 배제한 상황을 꼬집는 것 아니겠냐"고 봤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됨"이라는 두 번째 문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윤 총장의 답변에 데드라인까지 제시하며 만들어 낸 항명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음."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사건도 거론했다.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총장이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면서 '항명' 파동이 일었던 당시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 대검의 한 간부는 "윤 총장은 당시 상부의 외압을 '위법한 지시'라고 했었다"며 "그 이야기를 숨겨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윤 총장의 메시지는 완성된 문장 형태가 아니라 '됨', '음'으로 끝나는 개조식 문장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서 검찰 내부에서는 추 장관의 위법한 지시에 대한 '전략적 무시' 의중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내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이번 사태가 길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한다. 특히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힘든 상황인데, 검찰총장까지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게 공직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는 말은 측근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한 대검 간부는 "일단 피해가지만, 나중에 잘잘못을 따져볼 경우를 대비해 이 메시지를 상당히 정무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은 것"이라고 전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추미애 장관 수사지휘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
[대검찰청 대변인실에서 알려드립니다]
 
채널A 사건 관련입니다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

 
결과적으로 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됨

 
이러한 사실 중앙지검에 통보필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음  
 
지휘권 발동 이후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하였으며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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