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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암매장한 부모도 챙겨···양육수당 100억원 줄줄 샜다

지난달 경남 창녕에서는 9살 여자아이가 계부와 친모의 학대에서 도망치기 위해 4층 건물에서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계부와 친모는 군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매달 90만원 정도 받았다. 사진은 지난 5월 탈출한 아이가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경남 창녕에서는 9살 여자아이가 계부와 친모의 학대에서 도망치기 위해 4층 건물에서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계부와 친모는 군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매달 90만원 정도 받았다. 사진은 지난 5월 탈출한 아이가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5년간 잘못 지급된 양육수당이 100억 원을 넘었지만, 환수한 금액는 30억 원대에 그쳤다.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지급한 양육수당의 규모는 파악조차 안 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이종성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양육수당 부정수급 사유별 환수 결정 및 납부 현황'에 따르면 2015~2019년 106억6100만원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수당은 취학 전 만 86개월 미만 아동 가운데 종일제 아이돌봄서비스 등을 지원받지 않는 아이에게 준다. 12개월 미만은 월 20만원, 24개월 미만 월 15만원, 이후 86개월까지 월 10만원을 지급한다.
 

100억 넘게 부정지급…환수는 36%뿐

 
복지부가 파악한 부정수급 사유는 ▶90일 이상 해외체류 아동에게 지급한 경우(2016년 시행) ▶사망 아동에 지급한 경우다. 
최근 5년간 양육수당 부정수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5년간 양육수당 부정수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6년 해외 체류 아동에게  29억7200만원 잘못 지급됐다. 2017년 43억5500만원, 2018년 28억2300만원, 2019년 4억9700만원이다. 이 중 38억5400만원(36.2%)만 환수했다.  
 
사망한 아동에게도 5년간 1400만 원 지급됐다. 2015년 275만원, 2016년 405만원, 2017년 260만원, 2018년 340만원, 2019년 120만원이 잘못 나갔고 이 가운데 875만원(62.5%)을 환수했다.  
 
이종성 의원은 “양육수당뿐 아니라 아동수당 등 보편적 복지 재원이 증가하고 있지만, 부정수급과 환수 대책은 미진한 상황이다”며 “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복지 수당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 죽인 부모도 수당 받아

 
양육수당이 이렇게 새는 사이 아이를 ‘돈’ 취급하는 부모가 학대를 한 사건도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세상에 드러난 ‘고준희 양 실종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고양의 아버지는 2017년 4월 딸(당시 5살)을 심하게 폭행해 아이가 숨지자 내연녀와 내연녀의 어머니와 모의해 야산에 암매장했다. 그 후 한 달 쯤 뒤 양육 수당을 신청한 고씨는 7개월간 70만원 받아 챙겼다.
2017년 친딸 고준희(당시 5세)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고모(38)씨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딸을 암매장 한 뒤 7개월 간 양육수당 70만 원도 받았다. [뉴스1]

2017년 친딸 고준희(당시 5세)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고모(38)씨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고씨는 딸을 암매장 한 뒤 7개월 간 양육수당 70만 원도 받았다. [뉴스1]

 
 2016년 9월 둘째 딸을 암매장한 뒤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각종 수당을 받아 챙긴 20대 부부도 올 1월 적발됐다. 이들은 당시 5개월이던 딸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뒤 땅에 묻고 계속 수당을 받았다. 딸이 죽은 지 2년 뒤엔 아동수당도 신청했다. 지난 1월까지 이들이 받은 수당은 약 700만원이라고 한다.
 
경남 창녕에서 학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9살 소녀의 계부와 친모 역시 창녕군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매달 90만원 정도 받았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위해 지급되는 각종 수당이 아이에게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양육수당은 학대 아동의 부모에게 지급하지 않을 근거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는 “아이를 그저 ‘돈’으로 보며 출산을 거듭하면 새로 낳은 아이도 결국 학대의 굴레에 빠진다”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가 일부러 출산장려금을 많이 주는 곳에서 셋째, 넷째를 낳고 방임하는 경우가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궁이 수당’ 취급…독일은 2년 만에 폐지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집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한다. 하지만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원하는 돌봄서비스를 받지 않아야 하는 조건이 오히려 아이를 고립에 빠뜨리고 학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정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동수당의 경우 누구에게나 지급되지만, 양육수당은 조건이 붙어서 학대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_아동폭력_아동_가정학대_아동_중앙포토_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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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학 전까지 양육수당을 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는 아이가 36개월이 될 때까지만 양육 수당을 준다. 아이가 취학 전까지 집에만 있을 경우 사회성 발달과 언어 발달 등이 느려질 수 있고 학대 신고의무자를 만날 기회가 봉쇄돼 학대를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2013년 양육수당을 도입했으나 이러한 비판을 받아 2년 만에 폐지됐다. 박 위원은 “독일에서는 이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양육자 가운데 1명이 집에 머물러야 하고, 이 때문에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아 ‘아궁이 수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우리나라도 아동수당을 도입한 만큼 체제 개편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0세부터 만 7세 미만(0~83개월)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2018년 9월 만 6세까지 주도록 시행한 뒤 지난해부터 만 7세 미만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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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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