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LTV라는 칼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LTV. ‘담보인정비율(Loan To Value ratio)’이란 금융용어의 약자다. 금융사가 대출을 내줄 때 담보가치의 얼마까지를 인정할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주로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쓰인다.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인데 대출이 4억원이면 LTV는 40%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LTV 한도는 집값 9억원 이하인 경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40%, 조정대상지역 50%, 그 외 지역은 70%이다.
 
LTV는 대출규제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실제로는 은행 부실을 막기 위한 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이 LTV를 규제하는 명분도 건전성 관리에 있다. ‘부동산 가격 폭락=금융재앙’이 되는 걸 막겠다는 뜻이다.
 
부동산 거품이 절정이던 1990년 전후 일본 은행의 LTV는 무려 120%에 달했다. 집값보다 대출금이 컸다.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치솟을 것이라고 오판한 결과였다.  
 
1991년부터 거품은 꺼졌고 그 충격은 고스란히 일본 은행들을 덮쳤다. 개인은 물론 기업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 일본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992년 말 12조8000억 엔에서 2002년 39조2000억 엔으로 급증했다.
 
한국은 2002년 DJ 정부 때 LTV 규제비율을 60%로 처음 도입했다. 애초부터 은행을 지키는 건전성 지표가 아니라 들썩이는 부동산시장의 수요를 잡기 위한 요긴한 카드로 썼다. 이후 2003년 참여정부 시절 40%까지 강화됐다가 2014년엔 전 지역에 70%까지 완화했다.
 
‘LTV 40%’라는 지금의 규제비율을 금융의 시각에서 해석하자면 이런 뜻이 된다. ‘집값이 지금보다 60% 넘게 떨어질 수 있으니 은행은 40% 이하로 대출해라’.  
 
과연 한국의 집값이 60% 넘게 하락할 거라고 진지하게 보는 이가 얼마나 될까. 금융당국 관계자조차 사석에선 “LTV 40%는 과하다”고 말한다.
 
6·17 부동산 대책을 논의할 때 국토부에서 “규제지역의 주택가격 9억원 이하에 적용하는 LTV 비율을 지금(40%)보다 낮추자”고 주장했다는 뒷이야기가 나온다. 부처 간 이견으로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만약 LTV 비율을 30%로 조였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지 아찔하다. 은행 부실을 막는 데 써야 할 무디고 거친 LTV라는 칼을 엉뚱하게 휘두르다가 실수요자만 잡을까 걱정이다.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