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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이 위협" 거짓말에 감방행? 70초 영상에 폭망한 개주인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던 중 '흑인이 목숨을 위협한다'는 허위 신고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 AP=연합뉴스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던 중 '흑인이 목숨을 위협한다'는 허위 신고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 AP=연합뉴스

"여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이 있어요. 그가 저와 제 개를 계속 촬영하면서 협박하고 있어요. 빨리 경찰 좀 보내주세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를 산책중이던 에이미 쿠퍼(41)가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911에 전화한 내용입니다. 이때만 해도 쿠퍼는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몰랐죠.
 

[영상] 뉴욕 검찰, '인종차별' 백인 여성 기소
"개 목줄 써라"는 남성 허위신고, 영상 퍼졌다

그 후 40여일,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은 백수로 전락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무개념 백인 여성을 지칭하는 '카렌(Karen)'의 대명사로 쿠퍼를 꼽고 있죠. 이른바 '센트럴파크 카렌'이 된 겁니다.
 
그뿐일까요. 검찰에 기소까지 당해 '범죄자'가 될 처지까지 됐습니다. 그 이유는 허위신고. 위급 상황이 아닌데도 거짓말로 경찰을 불렀다는 겁니다. 최대 징역 1년까지 가능해 감옥행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 말 한마디에 인생 폭망한 쿠퍼의 이유,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램블 구역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 "개는 항상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규칙이 명시돼있다. [페이스북 캡처]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램블 구역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 "개는 항상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규칙이 명시돼있다. [페이스북 캡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신고 내용만 보면 쿠퍼가 잘못한 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위험해보이는 상황 같죠. 그러나 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문제의 5월 25일, 쿠퍼는 센트럴파크의 '램블' 구역에서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고 산책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각종 동식물과 새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이곳엔 "개는 항상 목줄을 채워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에이미 쿠퍼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촬영한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흑인 남성 크리스천 쿠퍼. [페이스북 캡처]

에이미 쿠퍼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촬영한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린 흑인 남성 크리스천 쿠퍼. [페이스북 캡처]

새를 구경하러 온 흑인 남성 크리스천 쿠퍼(※에이미 쿠퍼와 아무런 관계 없음)가 이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그러고는 초면인 에이미 쿠퍼에게 이야기하죠. 

"선생님, 램블에 있는 개들은 반드시 목줄을 채워야 합니다. 안내판이 저기 있어요." 

하지만 쿠퍼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목줄 착용을 거부합니다.
 
그런데 이 남성이 개를 부르자 쿠퍼가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내 개를 만지지 말라"고 소리친거죠. 그 뒤부터 심상치 않은 낌새를 챈 남성이 자신의 아이폰으로 촬영을 시작합니다. 1분10초 분량의 영상에는 두 사람의 실랑이부터 '카렌'의 경찰 신고까지가 담겼습니다. 
 
이 영상 속에서 카렌이 제일 많이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가 '아프리카계 미국인', 즉 흑인입니다. 인종차별적인 의도가 그대로 묻어난거죠. 이런 식입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이 제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할 겁니다."

"여기 자전거 헬멧을 든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 남성이 있어요. 그가 저와 제 개를 계속 찍으면서 협박하고 있어요."

5월 25일(현지시간) 백인 경찰이 체포하며 목을 누르는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이 일을 계기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AFP=연합뉴스

5월 25일(현지시간) 백인 경찰이 체포하며 목을 누르는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이 일을 계기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AFP=연합뉴스

쿠퍼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 남성은 체포되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이 증거가 된 겁니다. 1분 조금 넘는 영상은 곧바로 비수가 돼 쿠퍼에게 돌아왔습니다. 크리스천 쿠퍼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겁니다. 마침 같은날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숨지면서 인정차별에 대한 분노에 불을 붙였습니다.
 
결국 '흑인'을 강조하며 거짓신고한 쿠퍼는 책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사건 이틀 뒤, 자신이 다니던 프랭클린 템플턴 자산운용사에서 잘렸습니다. 사측이 '속전속결' 해고 절차를 밟은 겁니다.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던 중 '흑인이 목숨을 위협한다'는 허위 신고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 같이 있던 반려견 목줄을 잡아당겨 호흡 곤란을 일으키면서 동물학대 논란도 불거졌다. AP=연합뉴스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산책하던 중 '흑인이 목숨을 위협한다'는 허위 신고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백인 여성 에이미 쿠퍼. 같이 있던 반려견 목줄을 잡아당겨 호흡 곤란을 일으키면서 동물학대 논란도 불거졌다. AP=연합뉴스

반려견과도 잠시 헤어져야 했습니다. 사실 반려견도 피해자인 셈입니다. 쿠퍼가 목줄을 계속 잡아당겨 호흡 곤란이 왔던 반려견은 영상 내내 괴로워했죠. 동물학대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유기견 센터가 이 개를 데려갔습니다. 다만 며칠 뒤 학대 무혐의가 나오면서 쿠퍼에게 개를 돌려줬죠.
 
인종차별 '카렌'은 뒤늦게 사과했지만 완전한 사죄와 거리가 멀였습니다. 결국 맨해튼 지방검찰청이 6일 쿠퍼를 기소키로 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검찰 측은 이러한 허위 신고에 법적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날 법원에서 나오는 쿠퍼는 모자·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공원에서의 당당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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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통화 버튼을 잘못 누른 죄로 나락으로 떨어진 쿠퍼, 인종차별의 씁쓸함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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