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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허브 홍콩 앞날? 트럼프 액션보다 중국 경제를 봐라!"

유세프 카시스 교수

유세프 카시스 교수

홍콩은 ‘대륙의 오아시스’였다. 돈과 상품으로 가득했다. 정치적ᆞ경제적 자유뿐 아니라 욕망의 자유도 충만했다. 
 

‘금융허브 역사가’ 유세프 카시스 옥스퍼드대 교수 전화 인터뷰

런던은 산업혁명에 힘입어 프랑스 견제 뚫고 19세기 금융 중심이 돼
금융허브엔 언론ㆍ집회의 자유보다 계약ㆍ거래의 자유, 경제력 등이 핵심
현재 홍콩은 서방 자본의 중국 투자 통로, 먼 훗날 상하이에 밀릴 듯

그런데 올해 홍콩은 미국-중국 패권경쟁의 핫스팟(hot spot)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폐지했다. 중국은 홍콩 보안법을 제정ᆞ발효시켰다.
 
강대강 대결 와중이다. 이제 홍콩은 어떻게 될까? 돈과 사람이 탈출해 중국의 그저그런 도시가 되는 걸까?
 
이는 경제·금융 분석가나 규제·도시 전문가가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중앙일보가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는 유럽대학원대학(EUI) 유세프 카시스 석좌교수(금융사)에게 7일 전화를 건 이유다. 그는 『자본의 수도(Capitals of Capital: A History of International Financial Centres 1780~2009)』를 썼다. 18세기 이후 글로벌 금융허브의 흥망성쇠를 추적한 책이다.
카시스 교수의 책

카시스 교수의 책

홍콩의 앞날이 궁금해 전화했다.
“기자가 먼저 보낸 이메일을 보고 짐작은 했다. 금융역사가는 과거를 보는 사람이지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은 아닌데…(웃음).”
과거를 알면 미래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래를 예측하는 기준은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어쨌든, 홍콩은 현재 진행형이다. 역사가에겐 부담스러운 주제다.”
그렇다면, 런던이 오랜 세월 금융허브로 남은 비결부터 이야기하면 좋을 듯하다.  
“언어(영어), 법규, 전통(오랜 세월 축적된 노하우) 등을 꼽는 전문가들이 있다. 이런 요인도 의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체의 경제력과 경제규모가 핵심 요소라고 본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의 경제력이 더 크지 않는가.
“현재 뉴욕이 세계 금융의 가장 중요한 허브로 기능하고 있는 이유다. 런던은 뉴욕보다 한 단계 아래 허브다.”
 

런던은 미국 덕분에 20세기에도 허브로 구실

영국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의 경제 규모가 크다. 그런데도 프랑크푸르트나 파리가 아니라 런던이 지금까지 유럽의 금융 중심이다.
“미국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ᆞ금융 자원을 같은 언어권이고 문화권인 영국의 런던이 중개해주고 있다. 유로달러나 유로본드 시장이 런던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이유다.”
경제력 말고 시민의 자유는 어떤가. 유대인들이 자유를 찾아 런던과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근대 금융이 퍼졌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던데.
“17세기 금융중심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대인들이 런던으로 이주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다. 그 시절 첨단금융인 ‘더치 파이낸스(Dutch Finance)’가 런던에 전해졌다. 하지만 영국의 근대 금융은 유대인이 아니라 런던의 골드스미스(금세공업자) 들에 의해 탄생했다.”
카시스 교수는 잉글랜드 특유의 자부심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이집트 출신 학자다. 그가 말한  근대 금융은 시중은행이 ‘부분지급준비금(Fractional Reserve)’을 바탕으로 한 신용창출이다. 대출 비즈니스는 고대와 중세 시대에도 존재했다.
 
2020년 현재 글로벌 금융 허브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20년 현재 글로벌 금융 허브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져도 홍콩 특별지위 복원은 어려워”

런던을 분석한 틀로 현재 홍콩을 살펴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홍콩은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 신흥 경제대국 중국 사이에서 다리로 구실 했다. 이제 연결통로가 축소될 가능성이 보인다.”
무슨 말인가.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폐지했다.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과 자본, 기술에 접근하는 통로가 일단 좁아졌다. 미국의 차단은 트럼프가 올 대선에서 져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 민주당 내에도 반(反) 중국 정서가 강하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홍콩 특별지위는 복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중국 견제는 현재 미국 정치권의 컨센서스다.”
홍콩 앞날이 암울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타격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중기적으론 그렇지 않다. 중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홍콩은 서방 투자자가 본토 경제와 기업에 접근하는 창구로 구실 할 전망이다.”
실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요즘 서방 사모펀드 등이 중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중국 자본이 서방 기업을 사들이는 일은 미국 견제 때문에 줄어들고 있다. M&A 등 서방 자본의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홍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민의 자유보다 경제의 자유가 더 중요”

금융허브 흥망성쇠에 결정적인 요소라고 한 경제력이란 무엇인가.
“역내 실물경제의 총생산(GDP 등)이다. 금융은 '규모의 경제'에 의존한다. 1980년대 일본 도쿄를 봐라. 일본 실물경제가 팽창한 그때 도쿄가 뉴욕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금융 노하우 등 소프트웨어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금융 소프트웨어도 중요하긴 하다. 다만, 결정적인 요소가 아닐 뿐이다. 경제 규모가 크다는 말은 거대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거대 기업은 막대한 여윳돈을 금융시장에 굴리기도 하고,  반대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투자도 한다. 금융회사가 돈 벌 기회를 제공하는 쪽이 기업이란 얘기다.”
2025년 글로벌 금융 허브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25년 글로벌 금융 허브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견제 등 외부 변수보다 중국 경제 앞날이 결정적”

중국 기업이 있다면 홍콩의 수명은 이어진다는 얘기로 들린다.
“중국 정부에 달렸다. 중국 정부가 언론의 자유 등을 억압하더라도 계약의 자유, 자금이전의 자유, 회사설립의 자유 등 경제적 자유를 보장한다면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은 중국 기업 때문에 유지될 수 있다.”
요즘 중국 기업이 홍콩에서 기업공개(IPO)와 상장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이른바 ‘홍콩 금융시장의 중국화’가 한창이다.  
이제 진짜 홍콩 앞날을 이야기해볼 때가 됐다.
“홍콩의 경쟁 도시는 싱가포르나 도쿄, 기자가 있는 서울이 아니다. 중국의 상하이다. 먼 훗날 상하이가 중국을 대표하는 금융허브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홍콩 위상은 위축될 수 있다.”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는 데 홍콩 쇠락이 빨라지지 않을까.
“근대 초기 프랑스가 런던 부상을 견제했다. 하지만 영국 경제가 산업혁명을 거치며 팽창하는 바람에 런던이 파리를 누르고 19세기 후반 세계 금융 중심이 됐다. 미국이 중국 경제를 무너뜨린다면, 홍콩 쇠락은 빨라질 수 있다.”
유세프 카시스

1952년 이집트에서 태어났다. 현재 영국과 스위스 국적을 갖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대학 버벡컬리지의 박사과정(경제사)을 마쳤다. 단, 박사학위는 모교인 제네바대학에서 받았다. 논문 심사교수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자본의 시대』 등을 쓴 영국 역사가 에릭 홉스봄이다. 카시스는『자본의 수도』외에도 『위기와 기회: 근대 금융의 형성(Crises and Opportunities. The Shaping of Modern Finance)』등 금융역사 저서 4권을 썼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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