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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여름 반바지 금지, 레벨제 평가” 타다=고용주 된 까닭

‘타다 베이직’이 사라진 지 석 달이 지났다. 하지만 타다 베이직에서 불거진 고용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차량-플랫폼 노동자(기사)-이용자를 연결만 해줬다는 쏘카(타다 운영사 VCNC 모회사) 측 주장과, 쏘카가 실질적으로 일을 시켰다는 전직 타다 드라이버 쪽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려서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최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용역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한 전직 타다 드라이버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정했다. 명백한 프리랜서 계약서가 있는데도 쏘카가 타다 드라이버를 고용해 일을 시켰다고 본 이유는 뭘까. 타다는 왜 반박하는 것일까. 중노위 재심판정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분석했다.
 

무슨 일이야?

· 중노위는 지난 5월 28일 전직 타다 드라이버 A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중노위는 “쏘카는 이 사건 근로자가 해고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고 했다. 중노위는 판정 결과를 지난 1일 공식 발표했다. 
· 전직 타다 드라이버 A씨는 지난해 5월 쏘카가 아닌 운전 용역회사와 ‘드라이버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했다. 하지만 두 달 뒤 타다가 차를 줄여 일을 더 못하게 되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냈다.
 

타다 드라이버, 왜 프리랜서 아닌 근로자?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따질 때 계약의 실질을 본다.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으면 계약 내용과 달라도 근로자로 판단한다. 핵심 기준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는지’다. (대법원 2004다29736


중노위는 쏘카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봤다.

· 타다를 운영한 VCNC는 타다 드라이버가 복장 가이드를 준수하도록 했다. 여름이라도 반바지·트레이닝복 하의를 금지했다. 원색·체크무늬 상의도 금지였다. 관련해서 불시 현장점검도 진행했다. 이를 3번 위반한 기사에겐 배차가 중지(계약해지)됐다. 
· 승객 응대지침도 있다. ‘실내 온도와 라디오 볼륨은 괜찮으신가요’ 등 8단계로 나눠 멘트를 하게 했다. 모두 선택이 아닌 필수 멘트다. 이를 위반하면 경고를 받았고 반복되면 대면 교육을 받아야 했다.
· VCNC는 드라이버 레벨제를 실시했다. 평가 항목에는 별점 외에도 운행 건수, 운행거리, 출근일수, 미수락 및 배차취소 건수가 포함됐다. 레벨은 퍼펙트·베스트·굿·베이직 등 4단계다. 출근 및 심야 피크시간대 운행 매출액에 대해 레벨에 따라 차등적으로 특별수수료를 지급했다. 평가가 가장 좋은 퍼팩트레벨 기사는 피크 시간대 매출액의 10%를 수수료로 받았고 평가 점수가 가장 낮은 베이식은 0%다.

 
· 중노위는 "타다 드라이버는 교육자료, 계약해지 표준 등을 통해 업무처리 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받았다"며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복무규정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타다의 획일적이고 차별화된 운영을 위해 드라이버는 정해진 복장을 하고, 이용자에 대해 공통적인 응대어를 말하도록 지시받았다”며 “레벨제를 통해선 근로의 질을 평가해 임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재심판정서 67쪽)

타다 파견ㆍ프리랜서 드라이버 차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타다 파견ㆍ프리랜서 드라이버 차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현행 법엔 타다 같은 플랫폼도, 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개념도 따로 없다. 중노위도 현행 법에 따라 근로자인지 여부를 가렸다. 모바일 앱 기반 플랫폼 사업을 하려는 테크 기업들의 비즈니스모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타다 드라이버들이 근로자로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이들을 해고할 수 없다는 얘기.  
· 향후 소송을 통해 근로자성이 최종 확인되면 쏘카는 드라이버들에게 4대 보험과 연장·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1년 이상 일한 드라이버는 퇴직금도 생긴다.

· 임금 채권의 소멸 시효는 3년이다(근로기준법 49조). 지난해 이후 타다에서 일이 끊긴 드라이버들이 일하는 동안 못받은 수당과 퇴직금을 3년간 요구할 수 있단 얘기다. 지난 3월 기준 타다 드라이버는 1만1444명이다. 이중 파견드라이버는 1368명, 프리랜서 드라이버는 1만76명이다.
· 이미 전직 타다 드라이버 25명은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에 쏘카·VCNC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근무 기간에 지급하지 않은 여러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근로자 지위 확인)이다. 
· 국내 대형 로펌의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법원에서 이들의 근로자 지위가 확정된다면 회사에 고용의무가 생긴다”며 “그간 밀린 월급과 수당을 줘야 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해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쏘카의 입장은?

중노위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낼 예정이다.  
· 쏘카는 드라이버를 2가지 형태로 모집했다. 파견업체에서 고용해 드라이버로 소개해주는 ‘파견 드라이버’와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 드라이버다.  
·쏘카 측은 “A씨는 자신의 선택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다”며 “출퇴근이 자유로웠고, 쏘카의 지휘·명령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A씨에 대해 배차를 중지하거나 계약을 중지하라고 한 적이 없고 용역업체가 다른 차고지에 배차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뿐이므로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는?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구축에 몰입했던 테크 기업들엔 새로운 숙제다.   
지난 달 1일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다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달 1일 플랫폼드라이버유니온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다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쏘카가 중노위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내면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내려질 예정이다. 
·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서비스 품질이 좋아야 이용자가 늘고 이용자가 늘어야 사업자도 모여드는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선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플랫폼이 사업자에게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냐가 업계의 고민이고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법원에서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날지가 앞으로 플랫폼 산업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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