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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마지막 승부수’ 퇴짜···“마주 앉을 생각 없다”는 北 속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탑승한 비행기가 7일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탑승한 비행기가 7일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7일 오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방한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썩 밝지 않다. 
 
북한은 지난 4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에 이어 7일엔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담화를 통해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이번 방한단에 그동안 대북 접촉을 전담했던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 국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비건 부장관 방한에 앞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진행된 북·미 간 비공개 실무 접촉 또는 의사 타진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승부수 띄운 비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맞아 군용기까지 동원된 이번 방한의 배경을 놓고 외교가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미 행정부 내에서 현재 북·미 협상에 관심을 보이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비건 부장관이라는 말은 이미 구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 부장관이 개인적으로도 북한 문제에서 진전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했다. 비건의 강한 협상 의지를 위기감이 고조되는 한반도 상황 관리와 북한이 원하는 북·미 협상 재개로 연결하기 위해서였다. 
 
나름 효과는 있었다. 김 본부장 방미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6월 23일) 결정과 비건 부장관 방한(7월 7~9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반도 상황 관리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등을 볼 때 본격적인 북·미 실무 협상 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을 이제 마무리짓자.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며 북측에 대화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을 이제 마무리짓자.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며 북측에 대화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 이후 보는 북한=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한 실무 협상 재개 전망이 어두운 것은 북한이 미국의 최신 제안에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비건 부장관 방한 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선언했다. 한·미 간 사전 협의를 바탕으로 비건 부장관이 내놓은 모종의 '제안'에 퇴짜를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의미심장한 단어를 사용했다. 최 제1부상은 지난 4일 담화에서 "미국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적 계산표'를 짜놓고 있다"며 "국내 정치 일정과 같은 외적 변수에 우리 정책이 변경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 일정은 미국 대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여부가 달린 11월 대선 이후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자력갱생', '장기전' 등을 강조하는 것도 차기 미 정부가 확정될 때까지 '진지전'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건의 최신 제안은=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비건의 제안이 뭔지에 대해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협상안을 물밑에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워싱턴의 이도훈-비건 협의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지난 3월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통해 코로나19 관련 협력 의사를 직접 밝힌 적이 있다. 최근 정부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코로나 사태로 공을 들이고 있는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여권 일각에선 북한이 가장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비건 부장관 방한 전 접촉 과정에서 미측은 북한이 원하는 '균형 잡힌(equilibrium)' 안 대신 일단 협상을 시작하면 유연하게 임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이에 북한이 실망했다는 관측도 있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2일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면 유연한 입장으로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인도적 지원이든, 제재 완화 유인책이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으로 들어와야 전향적인 보상책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은 언제나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고,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면서도 “북한이 원하는 만큼의 제재를 풀기 위해선 영변 핵시설 이상을 내놔야 한다는 기준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김다영·백희연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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