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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 내고 21억아파트 아들 준다, 정부가 팔라해도 안파는 이유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단기 투기성 매매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사진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단기 투기성 매매자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사진은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연합뉴스

다주택자인 일부 국회의원의 주택 증여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내건 ‘1가구 1주택’ 공약 취지와 어긋나서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때 매각 대신 증여를 택한다는 점도 비난이 쏠리는 이유다.

'팔까, 증여할까'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팔면, 2주택 중과에 양도세 6억4600만원
증여세 최고세율 내더라도 '집 보유' 택해
규제에 '부의 대물림' 늘어나는 이상 현상

 
이는 주택 증여에 나선 다주택 자산가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팔아서 현금을 쥐기보다는 증여를 통해서라도 주택을 보유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집을 팔도록 유도했던 정부의 예상과 다른 움직임이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부의 대물림’인 증여를 부추기고 있다.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5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918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639건)보다 49% 늘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구는 지난 5월 기준 5개월간 832건의 증여가 이뤄졌다. 1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증여’증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증여’증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강남 2채 내년 보유세 5782만원

다주택 자산가가 증여를 선택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사업가 김 모(61)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와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83㎡)를 보유한 2주택자다. 두 채의 공시가격은 합쳐서 35억8600만원이다.  
 
김씨가 내년에 납부해야 할 보유세는 5782만원이다. 올해(4650만원)보다 24% 오른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가 12ㆍ16 대책 때 나온 종부세 세율 강화 방안을 반영한 시뮬레이션(모의계산) 결과다. 최근 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추가로 높이자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21억 아파트 팔면, 양도세가 6억4600만원

김씨가 보유세 부담을 낮추려면 주택 수를 줄여야 한다. 팔거나 증여하는 방법 두 가지다. 예컨대 과거 9억원에 샀던 개포주공6단지(전용 83㎡)를 이번 달에 21억원에 매각했다고 가정하면 시세차익은 12억원이다. 
 
하지만 양도소득세가 6억4600만원에 달해 김씨의 실질적인 수익은 5억5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지난달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이 끝나 52% 양도세율(일반세율 42%+2주택자 10%포인트 중과)을 적용한 결과다. 또 개포의 아파트를 처분한 만큼 김씨가 내년에 부담해야 할 보유세는 2366만원으로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어든다.  
 
김씨가 아들에게 개포주공6단지를 물려주면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김씨의 보유세는 절반으로 준다. 아들이 6억4000만원 상당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팔 때의 양도세(6억4600만원)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21억원 상당의 집을 팔지 않고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다주택자 시나리오별 세금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주택자 시나리오별 세금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주택자 증여로, 매물잠김 지속 우려  

양경섭 세무사는 “상담을 해보면 상당수 고액자산가는 파느니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한다”며 “앞으로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매매차익을 손에 쥐더라도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창우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세무사는 “단순히 세율 측면에서도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세율(62%)이 증여세 최고세율(50%)보다 높다”며 “보유 기간이 길어 시세차익이 클 경우 물려주는 것보다 양도세가 더 많이 나와 증여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다주택자가 잇달아 증여로 돌아선다면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일시적으로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매매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며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무조건 늘리기보다 양도세 감면 혜택 등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출구까지 고려한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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