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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만 수강 땐 미국에서 떠나라” 한국 유학생 비상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경제 재개하려고 유학생을 희생양 삼나.”
 

미 “비자 취소, 신규 발급도 중단”
마지막 학기 학업 비자 취소되면
체류연장 안 돼 취업 준비 힘들어

미국 대학 한국인 유학생 5만 명
“경제 재개하려 우릴 희생양 삼나”

미국 유학생들이 일시에 혼란에 빠졌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6일(현지시간) 발표한 외국인 학생비자 발급 정책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 수업이 완전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경우 이민자가 아닌 유학생의 F-1이나 M-1 비자는 취소될 수 있다. 미국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F-1은 학업 과정을, M-1은 직업훈련 과정을 밟을 때 내주는 비자다. 미국에 건너가 온전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대학이나 프로그램에 등록하려는 유학생에게는 비자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구체적 절차 등은 조만간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대면 수업과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는 대학에 다니더라도 유학생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해선 안 된다. 한 과목 이상은 대면 강의를 들어야 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미국 대학들이 가을학기 수업을 속속 온라인 강의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경우 아예 전체 수업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끝까지 대면 수업을 개설하지 않을 경우 유학생은 미국을 떠나거나 전학을 가는 수밖에 없다. 프린스턴·예일 대학도 대부분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가을학기에 대면 수업이나 하이브리드 강의(대면 수업+온라인 강의)를 계획하는 대학들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해 전체 강의를 온라인으로 돌릴 경우 유학생들의 비자가 취소될 수 있다.
 
미국 대학 졸업반 유학생들, 현지 취업 기회 사라질 위기
 
미국 유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에는 충격과 답답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가을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를 결정한 한 아이비리그 대학 재학생 A씨는 “너무 이해가 안 가는 정책이라 이민국에 직접 알아봤다”며 “온라인 수업만 들어야 하는 학생의 경우 미국을 나가야 하고, 미국에 남아 있으려면 학교를 옮기라고 하더라. 황당해서 말을 잃을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미국 온라인 수업만 듣는 외국인 유학 불가

미국 온라인 수업만 듣는 외국인 유학 불가

미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 4학년 유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보통 F-1 비자로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유학생들은 최대 12개월 체류를 연장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제도를 이용해 전공 분야의 취업 문을 두드린다. 마지막 학기에 F-1 비자 취소로 OPT 기간까지 사라지면 굳이 큰 비용을 들여 미국 유학을 한 이유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유학을 계획했던 이들도 혼란에 빠진 건 마찬가지다. 당장은 연기한다 해도 앞으로 비자가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장학금 대신 학비 전체를 내는 비중이 높은 외국 유학생들이 강제 퇴출당할 경우 대학들은 재정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여서 대응책 마련에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교육협의회(ACE)와 미국대학연합(AAU), 공공대학연합(APLU) 등 미국 대학 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를 성토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테드 미첼 ACE 회장은 “득보다 실이 많고, 더 많은 문제만 야기하는 끔찍한 조치”라고 말했다. 리즈뱃 버로스 AAU 부대표는 “(정책 발표 이후) SNS를 보며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미 대학은 가을학기 운영 형태를 오는 15일까지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국제교육연구소(IIE) 통계에 따르면 미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09만5299명이다. 이 중 한국인 유학생은 4.8% 수준인 5만2250명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한국 유학생 규모는 대학별 정책과 연동돼 있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외국 유학생은 2018년도 기준으로 미 경제에 447억 달러(약 53조3000억원) 규모의 기여를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가별 외국 유학생은 중국이 가장 많고 인도,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갑작스럽게 유학생 정책을 바꾼 이유는 신속한 경제 재개를 위해 대학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학생을 잃을 수 없는 미국 대학들로선 결국 오프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학교들이 가을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11월 대선의 사활이 신속한 경제 재개와 경기 회복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상점은 물론 대학도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경제 봉쇄 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명분으로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2일 코로나19 확산 차단 등을 이유로 이민 일시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올 연말까지 특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반이민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유학생들의 불안이 커지자 한국 외교부는 미국과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 협의를 해 우리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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