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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한 번 안보고···공공부문 310곳 경쟁 없이 정규직 전환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공사 로비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7일 공사 로비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험과 같은 경쟁을 거쳐 채용된 인원은 10명 중 2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유경준의원실 853곳 조사
17만 명 중 3만 여명만 시험 치러
전원 경쟁 채용한 기관은 38곳뿐
유 의원 “취업준비생 분노할 만”

또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정부의 정규직화 드라이브에도 정규직 전환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예산이 아예 없거나 조직 방만을 우려해 더는 인원을 확충할 수 없어서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신규 채용의 어려움도 우려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런 사실은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실과 중앙일보가 853개 공공부문 기관과 기업의 정규직 전환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중앙행정기관(49개소), 지방자치단체(245개소), 교육기관(76개소), 공공기관(334개소), 지방공기업(149개소)이다.
 
올해 1월 31일 현재 별도의 시험과 같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괄 전환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관은 310개소였다. 전원 경쟁 채용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바꾼 곳은 전체 기관의 4.5%인 38개소에 불과했다. 전환과 경쟁 채용을 혼용한 기관은 474개소였다. 25개소는 정규직 전환 작업을 하지 않았다.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비정규직은 전체(41만5602명)의 41.9%인 17만3943명이었다. 공공기관에서 기간제로 일하던 근로자가 7만864명이었고, 외부 민간회사의 정규직이면서 공공기관 등에 파견 또는 용역으로 일하다 공공부문 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가 10만3079명이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식. 그래픽=신재민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식.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들 가운데 경쟁 채용 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된 경우는 3만1998명으로 전체 정규직 전환자의 18.4%에 그쳤다. 기간제 근로자는 14.5%가 경쟁 채용으로 정규직이 됐고, 파견·용역의 경쟁 채용 인원은 21%였다. 파견·용역 근로자의 경우 공공기관에 직고용된 경우가 59.3%로 가장 많았다. 자회사 정규직으로 흡수된 인원은 39.8%, 협동조합과 같은 제3섹터로 1%가 옮겼다.
 
유 의원은 “공개경쟁보다 일괄적으로 전환 채용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취업준비생의 분노에 근거가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조직의 방만성에 대한 우려, 향후 신규(청년) 채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정규직 전환이 한 명도 없던 인천시 계양구청은 지난달 말에야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3명 정도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계양구청에는 300여 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계양구청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예산상 (정규직으로) 전환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계양구의 재정자립도는 16%로 “구민 사업을 하기도 버겁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 시책이니 어쩔 수 없이 최소한(1%)의 인원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인천 동구청도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하다 최근 고용부에 5명을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동구청에는 120여 명의 비정규직이 근무 중이다. 동구의 재정자립도는 11%다.
 
지방 공기업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주시설관리공단은 2017년 출범했다. 실제 운영은 2018년부터 2년 정도밖에 안 됐다. 이 기관에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독촉이 날아들었다. 공단에는 40여 명의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출범 뒤 적자를 면치 못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정규직 전환 작업은 엄두도 못 냈다. 이 공단은 외주를 주던 업무(사무실 수리 등)도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원들이 손수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공단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어서 따라야 하니, 일부라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중구 도시관리공단은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27명을 전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15%인 중구에서 인건비 지원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정규직 전환 컨설팅도 받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진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전환 작업을 못 하고 있다”며 “합리적 전환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정원 증원이 되지 않는 한 매년 하던 신규채용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점도 공단의 고민이다.
 
경기도 용인도시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용인시 시정연구원의 조직진단 결과 ‘정원의 29명 삭감’ 결정이 났다”며 “퇴직자 충원도 못 하는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은 난감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36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예산 때문에 신규채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사람이 아니라 일자리로 정규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직무 중심이 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고용시장 왜곡을 방지하고, 변화를 반영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채용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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