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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몸짓, 베드신도 그 손길 닿았다, 더 촘촘해진 영화 안무

 
영화 '살아있다'에서 좀비 안무를 담당한 예효승 현대무용가. 지난 3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특유의 몸짓을 보여줬다. 임현동 기자

영화 '살아있다'에서 좀비 안무를 담당한 예효승 현대무용가. 지난 3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특유의 몸짓을 보여줬다. 임현동 기자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이 영화 몰입을 돕는 걸까. 6일까지 관객 157만명을 빨아들인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정체 모를 바이러스의 실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충실하다. 감염자들은 거친 호흡 속에 몸을 비틀며 식인의 의지를 담은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든다. 

157만 관객 돌파한 좀비 영화 #살아있다
현대무용가 예효승이 단계별 몸짓 안무
"고도로 계산된 동작, 관객 몰입 효과적"

 
포인트는 이게 전문가가 디자인한 동작이란 점. 이른바 ‘K-좀비’ 돌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부산행’과 15일 개봉할 속편 ‘반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등도 모두 좀비 안무가들의 손을 거쳤다. ‘#살아있다’에선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해온 현대무용가 예효승씨가 이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예씨가 영화 속 동작을 직접 재연하면서 들려준 몸짓 안무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감염자 연기 포인트는 호흡에 있다?
 
벌벌 떤다, 손이 앞으로 뻗는다, 다리가 꺾인다, 상체가 숙여진다, 문고리를 잡는다, 더욱 격렬하게 떤다….
 
‘#살아있다’에서 준우(유아인) 집에 들이닥친 옆집 남자 상철(이현욱)이 안구 출혈과 함께 보인 몸짓 순서다. 예씨가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맡았던 ‘안무’라 가장 고심했다고 한다. 고도로 계산된 몸짓 언어로 관객 몰입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철은 감염자의 전개과정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준우가 목격하는 상황에서 몸의 이상반응과 돌변을 초기, 중기, 말기에 걸쳐 한달음에 보여줘야 했다.”
 
이때 중요한 게 호흡 조절이다. “먼저 몸 안에서 이상 세포가 충돌하는 듯 가쁘게 숨쉬다가 이어서 신체 내 진동이 좀 더 폭력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말기 땐 내가 아닌 제3자의 의지에 의한 뒤틀림으로 바뀐다. 이 과정을 계산대로 해야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번 영화 속 감염자 중 캐릭터가 부여된 건 10여명. 감염 후에도 애초 직업적 특성대로 행동한다는 설정에 맞춰 한달간 각자 캐릭터(소방관, 경찰관, 경비원 등)를 염두에 둔 몸짓 훈련을 했다. 나머지 수백명 감염자들도 단체로 모여서 합을 맞췄다고 한다. 
 
“좀비물 제작이 늘어나면서 전문배우로 활약하는 이들이 많다. 이미 익숙한 듯 연기하는데 우리 영화에 맞게 디테일을 요청하기도 했다.”

  
영화 '#살아있다'의 안무를 맡은 현대무용가 예효승. 임현동 기자

영화 '#살아있다'의 안무를 맡은 현대무용가 예효승. 임현동 기자

#현대무용가의 좀비 안무는 뭔가 다르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예씨는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 프랑스의 캐럴린 칼슨 아틀리에 드 파리 무용단,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 조안무 등을 거쳐 현재 블루포엣 댄스씨어터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영화 작업도, 좀비 안무도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친분 있던 유아인이 그의 공연을 관람하고선 감독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관절을 꺾고 비트는 춤 스타일이 좀비 동작과 들어맞는다고 느낀 듯하다”고. 공포물을 안 좋아해서 안무를 맡고 나서야 ‘베놈’ ‘워킹데드’ ‘월드워Z' ’28일 후‘ 등 화제작들을 찾아 봤단다.
 
한정된 아파트 공간에서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살아있다’는 여느 좀비물에 비해 대낮에 활보하는 감염자들이 클로즈업돼 보이는 장면이 많다. 생존자이자 관찰자인 준우의 시선과 미묘하게 변화하는 감정이 중심이라서다. 처한 상황에 따라 폭력성보다 나약함이 돋보여야 하는 좀비도 있는데, 미세한 움직임에 이런 감정을 싣는 게 안무 몫이다.
 
“늘 몸을 관찰하고 의식적으로 움직여본 전문가라야 동작 팁을 제공할 수 있다.”  

 
영화엔 예씨도 감염자로 출연했다. 준우(유아인)와 유빈(박신혜)이 아파트 8층으로 대피했을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감염자 무리를 이끄는 역할이다. 흐느적거리면서 발작적으로 움직이는 몸짓이 ‘춤 고수’답게 유려하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효과음과 CG 덕에 원래보다 움직임이 강화돼 보이더라. 공연 무대와 또다른 경험이라 즐겁게 임했다.”
 
영화 '#살아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살아있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은밀한 베드신도 ‘디자인’ 한다?
 
일반적으로 안무가의 역할은 춤 소재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발레리노 지망생이 등장하는 영화 ‘여교사’(2017)을 공동제작한 필름케이의 김정민 대표는 “발레 안무가를 모셔서 춤 안무와 배우 훈련은 물론 대역 캐스팅 때도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바람난 가족’(2003)에서 전직 무용수 출신의 30대 주부를 연기한 문소리는 현대무용가 안애순으로부터 훈련 받았고 영화엔 안애순 무용단원들도 함께 출연했다. 당시 문소리는 “현대무용을 배우며 무용수들의 생활습관·춤·사고방식 같은 것을 이해하면서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약 22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댄서의 순정’은 스포츠댄스를 정조준했다. C.C.K 픽쳐스의 최순식 대표는 “프리프러덕션 단계에서 스포츠댄스 프로선수들이 찾아왔다. 그 전해 나온 어느 댄스영화가 ‘사교댄스라는 편견을 다시 조장했더라’고 분개하면서 ‘우리가 도와줄테니 제대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메인 무용감독 포함해 총 6명이 4개월에 걸쳐 영화 속 춤의 세계를 완성시켜줬다”고 돌이켰다.  
 
오지호‧이지현 주연 ‘미인’(2000, 감독 여균동) 땐 파격적인 현대무용으로 유명한 안은미가 합류했다. 여주인공의 전신 누드를 포함해 육체의 탐닉 묘사에 주력한 영화에서 ‘베드신 안무’로 화제가 됐다. 그는 당시 “남녀 팔과 몸의 위치에 따라 감정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에로영화 속 노출과는 다른, 두 몸이 만들어내는 선과 몸의 언어에 신경 썼다”고 밝힌 바 있다.
 
#각광받는 K좀비 안무의 세계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반도'는 한반도가 좀비 바이러스로 뒤덮혔던 '부산행' 이후 4년, 폐허에 남겨진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부산행'에 이어 올해 칸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사진 NEW]

연상호 감독의 새 영화 '반도'는 한반도가 좀비 바이러스로 뒤덮혔던 '부산행' 이후 4년, 폐허에 남겨진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부산행'에 이어 올해 칸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사진 NEW]

넷플릭스가 제작한 조선판 사극 '킹덤'의 좀비 떼 모습. 드라마 속엔 의문의 역병에 걸린 것으로 묘사된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제작한 조선판 사극 '킹덤'의 좀비 떼 모습. 드라마 속엔 의문의 역병에 걸린 것으로 묘사된다. [사진 넷플릭스]



최근 한국영화의 몸짓 언어 혹은 몸 동작 디자인을 선도한 이로는 리듬체조 코치 출신 박재인 안무가가 첫손에 꼽힌다. ‘댄싱퀸’(2011)의 춤이나 ‘국제시장’(2014)의 파티 장면, ‘사물의 비밀’(2011)의 정사 장면 등에서 음악과 어우러진 몸짓들을 고안했던 그는 ‘곡성’(2016)에서 인물들의 전위적인 몸짓을 지도하면서 ‘바디 무브먼트 컴포저’라는 직책을 크레딧에 올렸다. 이후 영화 ‘사바하’(2018),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서도 기괴한 몸짓을 전담하는 안무가가 필수가 됐다.
 
‘부산행’ ‘창궐’ 등 한국 대작 속 좀비는 속도가 빠르고 강해 액션에 능한 특징을 보인다. 이 같은 ‘한국형 좀비’를 주도하는 안무가로는 전영이 있다. 본 브레이킹 댄서 출신인 그는 박재인과 함께 ‘부산행’(2016)을 맡은 데 이어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몸짓 디자이너가 됐다. 오는 15일엔 그가 다시 연상호 감독과 손잡고 ‘부산행’ 4년 후를 그린 강동원 주연 ‘반도’가 개봉한다. 지난달 16일 제작보고회에 따르면 더 빨라지고 진화한 K-좀비가 온다. 전영 안무가 본인도 네발로 뛰는 좀비로 출연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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