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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된 사모펀드 놓고 온통 '네 탓' 공방···그 속에 숨은 진실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불지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노조)
“49인 숫자만 맞춰 파는 편법으로 위험 키운 판매사”(금융위원회 관계자)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금융감독원”(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내 탓은 없고 온통 네 탓만 있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부실·사기운용이 드러나면서 ‘폭탄’이 된 사모펀드 사태 이야기다. 관련 기관은 서로를 손가락질하기에 바쁘지만 들여다보면 진실은 그 속에 있다.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금융위 원죄론 : 위험 알면서도 규제 완화

2014년 12월 국회는 사모펀드 투자 최소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추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여당에 맞서 법을 개정한 뒤에도 시행령으로 5억원 기준을 고수하겠다는 주장을 폈다.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좀더 위험하기 때문에 사모펀드 투자자의 자격요건은 5억원 정도 돼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듬해 10월 금융위는 시행령 상 사모펀드 투자 최소금액도 1억원으로 낮췄다. 개인 투자자를 위한 ‘사모펀드 재간접 공모펀드’ 도입이 국회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을 그 이유로 설명했다. 개인의 투자 기회를 열어주겠다며 당초 계획과 달리 투자 금액 기준을 확 낮춘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시행령으로 5억원을 고수하다가 단계적으로 1억원까지 낮추려던 계획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사모펀드 시장의 급 팽창으로 이어졌다(2014년 말 176조→3일 424조원). 금융감독원 노조가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라며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요건 완화다. 이미 금융위도 일반투자자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투자 최소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월 입법예고했고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다.  
 

판매사 책임론 : 펀드 쪼개 팔기와 불완전판매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6월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라임·디스커버리·옵티머스 등. 최근 문제가 된 사모펀드와 관련해서 투자자들은 공통적으로 불완전 판매의 피해자임을 주장한다. ‘예금만큼 안전한 상품’이라며 투자자들에 투자를 권유했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판매사 책임론이 비등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판매사의 무리한 사모펀드 판매 행태도 사태를 키웠다고 본다. 사실상 거의 같은 펀드를 여러개의 시리즈로 쪼개서 49인이란 숫자에 맞춘 ‘무늬만 사모펀드’를 판매해온 것이 대표적인 행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체투자를 하려면 3~4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금융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실적 경쟁이 붙으면서 6개월 만기로 쪼개서 시리즈로 팔았다”며 “그런 편법이 ‘펀드 돌려막기’의 위험을 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라임운용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며 판매사에 투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판매 시점에 착오로 계약이 맺어졌다면 그 책임을 판매사가 지게 한 첫 결정이다. 판매사는 자신들도 운용사에 속은 피해자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감독부실 논란: 깜깜이 실태점검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간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간판의 모습. 연합뉴스

금감원은 규제 완화와 인력·조직 부족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를 제대로 감독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감원의 부실 감독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진다.
 
지난달 말 전국사무금융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 실태점검을 했는데도 옵티머스운용의 계약서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했다”며 “자산운용사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하고 부실한 감독시스템을 방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올 1월 사모펀드 1786개에 대한 검사를 했지만 당시 “대부분 운용사가 큰 문제 없었다”는 결과만 내놨었다.
 
옵티머스운용은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부업체 등 사채에 투자해놓고 서류를 위조했던 것이 지난달에야 뒤늦게 드러났다. “(금감원이) 수탁회사와 사무수탁사 간의 자산명세 실체를 교차 검증만 했어도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사무금융노조의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2일 사모펀드 1만여 개를 9월까지 전수조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전수조사와 관련해 금감원 노조와 사무금융노조 모두 “실효성이 의문”이라며 비판한다.
 

결국은 모두에 책임

전문가들은 금융위, 금감원, 판매사가 크든 작든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한다.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책임은 모두 져야 한다는 뜻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이후 운용사를 감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좀더 일찍 도입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도 “뒤늦게나마 4월에 그런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금융위가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사모펀드가 여과없이 팔려나가는 불완전 판매 문제”라며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을 국회에서 추가로 논의할만 하다”고 제안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네 탓을 하는 모두에게 다 책임이 있다”면서도 “사모펀드인 만큼 운용사 기준은 완화하더라도 펀드 상품은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관리·감독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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