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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누명' 교사 순직 판결 존중"…인사혁신처 항소 포기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 2일 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지난 2일 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전북교육청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송경진(사망 당시 54세) 교사의 순직 판결에 대해 인사혁신처가 항소를 포기했다. "공무상 사망을 인정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다. 
 

인사혁신처 "법원 판단 존중" 항소 포기
"고 송경진 교사 사망 공무상 사망 인정"

김승환 "인사혁신처도 항소 우호적" 발언
인사혁신처 "그런 말 한 적 없다" 부인
하태경 "전북교육감, 고인 두 번 죽여"

 인사혁신처는 7일 "전날 오후 '항소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서울고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선근형 인사혁신처 대변인은 "고검에서 저희 의견을 토대로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항소 포기 이유에 대해 김도형 인사혁신처 재해보상심사담당관은 "송경진 교사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한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별도의 변호사를 통해 자문한 결과 '항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담당관은 "(송 교사 사망과) 공무상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송 교사는 전교생 19명(여학생 8명)인 전북 부안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2017년 8월 5일 김제시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해 4월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도 전북교육청에서 징계 절차를 밟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법원은 3년 만에 송 교사의 죽음을 '공무상 사망(순직)'으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지난달 19일 부인 강모(56)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인사혁신처장)가 2018년 12월 11일 원고(강씨)에게 내린 유족급여 부지급 결정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다 2017년 8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송경진 교사의 빈소 모습.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 성추행 의혹으로 조사를 받다 2017년 8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송경진 교사의 빈소 모습.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재판부는 "망인(송 교사)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학생들과의 신체 접촉에 관해 일련의 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과 우울 증상이 유발됐다"며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망인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학생들 탄원서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 학생인권교육센터에서는 피해 여학생들을 면담해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존에 작성된 진술서만을 근거로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에 망인으로서는 깊은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학생이 쓴 탄원서 사본.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학생이 쓴 탄원서 사본. [사진 고 송경진 교사 유족]

 행정소송은 판결 이후 14일 이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 담당관은 "검찰에 의견을 제시하면 최종적으로 항소할지 말지는 검찰의 고유 권한"이라며 "인사혁신처에서 의견을 내면 검찰이 따르는 게 보통의 관례지만, '100%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순직 판결 후 유족과 한국교총 등은 김승환 전북교육감 등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사과 대신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김 교육감은 지난 2일 교육감 취임 10주년 기자회견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며 "인사혁신처에 항소할 것을 요청했고, 인사혁신처도 호의적으로 나온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선 대변인은 "저희가 전북교육청에 그렇게 말씀드린 적이 없다"며 "항소를 전제로 검토한 게 아니라 항소 여부를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담당관도 "전북교육청에서 정식 공문으로 항소를 요청한 건 없다"며 "교육청 직원이 와서 (인사혁신처) 실무자들을 만나고 갔는데, '(항소를) 검토해 보겠다'는 정도로 말한 게 와전된 것 같다"고 했다.
 
 인사혁신처의 항소 포기 소식에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전날 의원실 공식 페이스북 계정인 '하태경의 라디오하하'에서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송 교사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되고 유족들의 슬픔을 보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가 항소에 우호적이라는 김승환 교육감의 거짓말도 탄로 났다"며 "거짓말로 고인 두 번 죽이고 유족과 국민 우롱한 김 교육감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영수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단(순직 판결)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해야 한다. 이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송경진 교사 관련된 사안은 전주지검의 형사적 판단이 있었고, (순직을 인정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이 있다"며 "두 판단 사이에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인사혁신처가 항소를 포기했다고 하니 아쉽기 그지없다"고 했다.
 
 송 교사의 아내 강씨는 남편이 숨진 뒤 당시 부교육감과 해당 학교장, 학생인권교육센터장 등 10명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와 강요·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전주지검은 2018년 6월 "조사 과정에 강압은 없었고, 법령과 지침도 지켰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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