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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승무원 옷, 조여야 하나? 디자인 반란 일으킨 이 항공사

넉넉한 사이즈의 크롭트 재킷 어깨선은 각진 데 없이 부드럽다. 재킷 안쪽에는 블라우스 대신 스웨트 셔츠(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다. 몸에 달라붙는 치마 대신 편안한 스타일의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옷만 봐서는 항공사 객실 승무원 유니폼 같지 않다.    
유틸리티 웨어(기능성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실용적이고 편안한 디자인의 에어로케이 유니폼.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유틸리티 웨어(기능성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실용적이고 편안한 디자인의 에어로케이 유니폼.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넉넉하고 짧은 재킷에 맨투맨 셔츠, 바지에 운동화
'성별 구분 않는 유니폼' 만든 디자이너 박소현·이재우
안경?타투까지 허용하는 에어로케이 열린 방식도 주목

지난달 23일 공개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의 ‘젠더뉴트럴’ 유니폼이 화제다. 에어로케이는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오는 8월 첫 운항에 들어가는 신생 항공사다. 젠더뉴트럴(gender neutral)은 성을 구분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여기는 태도를 말한다.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은 지금까지 격식을 갖춘 단정한 차림새의 치마 정장이 일반적이었다. 타이트하게 몸을 조이고 운동화보다는 구두를 신는다. 하지만 에어로케이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유니폼 디자인을 제안했다. 가장 큰 특징은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니폼을 만든 이들은 여성복 브랜드 ‘포스트 디셈버’의 박소현 디자이너와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인 이재우 디자이너다. 평소 다양한 일을 함께해왔던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있었던 에어로케이 유니폼 디자인 경쟁 프레젠테이션에도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 7월 유니폼 디자이너로 최종 선정됐고, 올해 2월까지 약 8개월간의 작업 기간을 거쳤다.   
에어로케이의 젠더뉴트럴 유니폼을 만든 이재우(왼쪽), 박소현 디자이너. 7일 서울 자하문로 '포스트 디셈버' 쇼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상조 기자

에어로케이의 젠더뉴트럴 유니폼을 만든 이재우(왼쪽), 박소현 디자이너. 7일 서울 자하문로 '포스트 디셈버' 쇼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상조 기자

 
두 사람이 처음부터 주목했던 단어는 ‘거꾸로’다. 박씨는 “항공사 이름인 ‘에어로케이(AERO-K)’를 거꾸로 쓰면 코리아(KOREA)가 된다는 점에 재미를 느꼈고 발상의 전환을 떠올렸다”다고 했다. 기존 항공사 유니폼의 전형적인 형태를 뒤집어 보면 어떨까. 이 과정에서 가장 집중한 가치는 아름다움보다는 ‘안전’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하늘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의 핵심은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움직임을 방해하는 불편한 옷보다는 기능적이고 활동적인 옷을 입고 승객들의 안전을 살피는 승무원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정비복. 박소현, 이재우 디자이너는 기내 승무원 유니폼뿐 아니라 파일럿, 정비사 등 각 파트의 유니폼을 모두 디자인했다. 사진 에어로케이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정비복. 박소현, 이재우 디자이너는 기내 승무원 유니폼뿐 아니라 파일럿, 정비사 등 각 파트의 유니폼을 모두 디자인했다. 사진 에어로케이

박소현씨는 여성, 이재우씨는 남성 유니폼 디자인에 집중했다. 기내 승무원 유니폼뿐 아니라 파일럿·정비사 등 각 파트의 유니폼을 모두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직접 에어로케이 각 파트의 임직원들을 만나 유니폼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비복은 수월했다. 원하는 기능이 확실했고, 그에 따라 실루엣을 정해나갔다. 노란 조끼 등을 더해 무겁게 흐를 수 있는 분위기도 밝게 잡아줬다. 파일럿 유니폼은 일반적인 수트보다는 단순하게 디자인했다. 활동성을 강조한 초경량 봄버를 재킷 안쪽에 더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객실 승무원 유니폼에서 이루어졌다. 박소현씨는 “승무원 교육 담당 교관들을 만나 유니폼에 대한 의견을 들었는데 ‘이런 건 어떠냐’며 집업 재킷(지퍼로 올리는 재킷) 사진을 건네주셨다. 에어로케이 내부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매와 기장이 짧아 활동적 느낌을 주는 재킷과 맨투맨 셔츠, 넉넉한 팬츠로 구성된 여성 승무원 유니폼. 왼쪽은 파일럿 유니폼이다.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소매와 기장이 짧아 활동적 느낌을 주는 재킷과 맨투맨 셔츠, 넉넉한 팬츠로 구성된 여성 승무원 유니폼. 왼쪽은 파일럿 유니폼이다.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여성 승무원의 재킷은 피코트를 변형한 루즈한 실루엣의 크롭트 재킷으로 디자인했다. 크롭트 재킷은 일반 재킷보다 기장이 짧아 활동성이 좋다. 어깨선도 각진 형태보다 부드럽게, 라펠도 크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넉넉하고 캐주얼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남성 승무원 재킷은 바이커 재킷을 토대로 디자인했다. 재킷 안쪽에는 남녀 모두 블라우스나 셔츠 대신 스웨트 셔츠를 제안했다. 바지는 남녀 모두 치노 팬츠 같은 형태로 제작해 깔끔하면서도 편안한 형태가 되도록 했다. 안전을 상징하는 ‘벨트’를 디자인 요소로 유니폼 여기저기에 넣었다. 주머니 쪽에는 노란 벨트 장식을 포인트로 달았다. 
바이커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남성 승무원 유니폼. 주머니 부분에 '안전'을 상징하는 벨트 장식을 달아 포인트를 줬다. 사진 에어로케이

바이커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남성 승무원 유니폼. 주머니 부분에 '안전'을 상징하는 벨트 장식을 달아 포인트를 줬다. 사진 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의 새로운 유니폼 디자인이 공개된 후 반응은 뜨겁다. 기존 여성 승무원 복장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많은 이들이 호응했다.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여성 승무원에 합당한 복장이라는 반응이 많다. 단순하면서도 미래적인 디자인에 호감을 표한 이들도 있다. 박씨는 “페미니즘, 젠더뉴트럴 이슈가 화두가 된 지 꽤 됐기 때문에 상징적인 항공사 유니폼을 제안한다면 신선하겠다는 생각을 한 게 적중했다”며 “무엇보다 기존 항공사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고 싶다는 에어로케이의 의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실제 임직원들이 촬영한 에어로케이 유니폼 사진. 안경을 쓴 승무원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에어로케이

다양한 연령대의 실제 임직원들이 촬영한 에어로케이 유니폼 사진. 안경을 쓴 승무원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에어로케이

 
유니폼 디자인을 촬영한 에어로케이의 사진들도 화제다. 전문 모델을 쓰지 않고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임직원들이 직접 나섰다. 한 여성 승무원은 안경을 쓰고 있다. 이번 유니폼 프로젝트를 총괄한 에어로케이 김상보 마케팅본부장은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임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라고 했다. 실제로 에어로케이에는 용모 복장 가이드가 따로 없다. 보통의 승무원들은 헤어스타일이나 염색, 타투 등 용모에 관한 디테일한 내부 규정을 따른다. 하지만 에어로케이에선 안전 조건에 어긋나거나 승객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타투도 허용된다. 
이번 유니폼 디자인에 대해 김 본부장은 “성 역할을 고착화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신선한 변화를 위한 깜빡이 신호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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