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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높은 수직벽에 잡초만 무성…이게 전원주택이라고?

기자
손웅익 사진 손웅익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38) 

 
최근에 수도권 전원주택 단지를 여러 곳 돌아보게 되었다. 오래전에 사업시행 허가를 받고 대지 조성이 완료된 단지 중에 걱정스러운 곳이 많았다. 과거 전원주택 붐에 편승해서 마구잡이식으로 개발된 단지들이다. 그중에 경사도가 심한 산지에 조성된 주거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심각한 상황이 되어 있다.
 
우선 단지 내 도로경사도가 너무 급하다. 차로의 법적 한계 경사도는 17%인데 단지 내 도로가 한계 경사도인 경우가 많다. 이 정도의 경사는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하는 차로보다 더 심하다. 건물의 차량 경사로는 대부분 도넛 구조로 되어 있어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출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지에 조성된 주거단지 내 도로는 단지를 관통하는 직선 경사도로로 만들어져 있어 너무 위험해 보인다. 차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몸이 앞으로 쏟아질 듯하다.
 
전원주택을 수직 벽으로 조성하면 단지 경관도 망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고 실제 위험하기도 하다. 어떤 지역은 산비탈을 깎아내린 상태로 방치해둔 곳도 있다. 장마에 산사태 걱정도 된다. [사진 pixabay]

전원주택을 수직 벽으로 조성하면 단지 경관도 망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고 실제 위험하기도 하다. 어떤 지역은 산비탈을 깎아내린 상태로 방치해둔 곳도 있다. 장마에 산사태 걱정도 된다. [사진 pixabay]

 
게다가 필지마다 높은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다. 어떤 집은 6m가 넘는 수직벽도 있다. 그야말로 위험한 낭떠러지다. 계단식으로 조성할 수밖에 없는 경사지라 할지라도 이렇게 수직 벽으로 조성하면 단지 경관도 망치고 심리적으로도 불안하고 실제 위험하기도 하다.
 
특히 블록형 재료를 계단식으로 수 미터씩 수직으로 쌓아 올린 주거단지는 거부감부터 생긴다. 어떤 지역은 산비탈을 깎아내린 상태로 방치해둔 곳도 있다. 장마에 산사태 걱정도 된다. 흙탕물이 계곡으로 쏟아져 내리게 생겼다. 경사지를 조성하는 재료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당연히 조경과 함께 디자인해야 한다. 그러나 개발 초기에 산에 있는 나무를 다 밀어버리고 계단식 밭처럼 만들어 버렸다. 단지 내에 큰 나무는 한그루도 없고 잡초만 무성하다. 반복되는 침식 때문에 여기저기 무너지고 흙이 흘러내린다. 전원주택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런 주거단지의 분양률은 저조하다. 불과 몇 집만 입주해서 살고 있고 대부분 빈 땅이다. 이렇게 고립된 산지 주거지가 생각보다 많다. 이런 데 사는 사람은 매년 12월 20일 전후에 두 달 치 먹을 식료품을 한꺼번에 산다고 한다. 갑자기 눈이 오기라도 하면 급경사 도로가 얼어붙어 며칠 동안 차량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안해 보이는 것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와 방범 취약이다. 시니어에겐 응급상황이 생사와 직결되는 경우가 있다. 야간이나 겨울철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여기는 이웃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 택배로 주문하기도 부담스럽다. 인적 없고 폐허 같은 산속 단지의 집은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에 남아있는 빈 필지는 분양 가능성이 작으니 앞으로도 그대로 방치될 것이다. 이곳의 환경은 갈수록 나빠진다. 떠나려 해도 집이 팔리지 않으니 그곳에 사는 사람은 진퇴양난이다. 이런 난처한 상황임에도 필지 분양가는 내리지 않는다. 투자한 돈이 아깝고 시간이 갈수록 금융비용이 쌓여가니 헐값으로 처분할 수가 없다. 개발업자도 진퇴양난이다.
 
 
이런 주거단지가 개발되고 방치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개발업자에게 책임이 있다. 수요자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공급자가 과거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필지 수를 최대로 늘리기 위해 바둑판식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그나마 요즘 조성되는 전원주택단지는 좀 나아졌다. 뭐가 문제인지 개발업자가 이제 조금씩 각성하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주거의 본질에서부터 주거단지의 바람직한 조성을 위한 여러 가지 기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주거단지를 디자인하려면 전망이나 향, 지형, 경사도, 수목 현황, 주변 여건 등 현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망이나 사생활을 고려한 필지별 주택배치도 신중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전원생활에 걸맞은 조경디자인이 필요하다. 주택의 경우 서로 디자인 기본원칙을 통일한 다양한 규모의 몇 개 디자인을 입주자가 선택하도록 해서 단지 전체의 조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공유공간도 고려해야 한다. 단지 내 주민들이 만나고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유공간은 향후 고령사회 주거단지에서 필수조건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 참여자가 조금만 신경 쓰면 멋진 주거단지가 가능하다. 우선 개발업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아무 생각 없이 충실히 대행해주는 건축이나 토목사무소의 각성이 더 절실하다고 하겠다.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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