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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무죄 1사면' 재판불패 박지원…통합당 "청문회장서 보자"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당시 무소속 의원이 2016년 2월 18일 오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당시 무소속 의원이 2016년 2월 18일 오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에서는 저를 탄압하지 않길 바란다. 이제 서초동과의 인연은 끊고 싶다
 
2018년 1월 12일 이른바 ‘만만회 의혹 제기’ 사건으로 기소된 당시 박지원 의원(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한 말이다. 자신의 정치 인생을 따라 다닌 숱한 기소와 법정 다툼을 ‘서초동 인연’에 비유했다.   
 
4선 의원으로 대통령 비서실장, 문화부 장관,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거친 그는 ‘정치 9단’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통하지만, 정작 그의 정치 인생을 응축하는 말은 ‘재판 불패’라는 수식어다. 스스로 “서초동 인연을 끊고 싶다”고 되뇌었을 정도로 박 후보자는 검찰에 세 차례 기소되며 정치적 고비를 맞았지만, 그때마다 2번의 무죄와 1번의 특별사면으로 기사회생했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박 후보자는 석 달 만에 국정원장에 낙점돼 네 번째 기사회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청문회장은 법정과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03년 대북송금특검 사무실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03년 대북송금특검 사무실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꽃잎이 진다고 어찌 바람을 탓하겠느냐”
2003년 6월 18일 새벽,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 후보자는 서울구치소를 향하며 조지훈 시인의 ‘낙화’ 시구를 인용했다. 그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대북 송금 명목으로 1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150장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박 후보자는 최후진술에서 “정계 입문 이래 김대중 대통령을 위해 13년간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고 호소하며 뇌물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ㆍ2심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무려 36차례나 법정에 선 박 후보자는 2007년 대법원에서 150억 원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SKㆍ금호그룹에서 받은 1억 원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형이 선고됐다. 박 후보자는 “꽃은 네번 졌어도 녹음방초의 계절은 다시 왔다”는 말로 4년간 이어진 법정 다툼을 갈음했다. 그는 그해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정치 면죄부까지 받았고, 이듬해 전남 목포에서 당선돼 여의도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012년 7월 24일 당시 권재진 법무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저축은행 비리혐의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2012년 7월 24일 당시 권재진 법무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저축은행 비리혐의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11년째 계속되는 검찰과의 악연을 이제 끝내고 싶습니다”
이후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돼 또다시 기소된 박 후보자는 2013년 11월 1심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원직 상실 위기에 몰린 박 후보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한숨 돌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오 전 대표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또 살아났다. 2016년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의 재상고 포기로 무죄가 확정됐다.  
 
선고 직후 법정을 나선 박 후보자는 “누구도 저의 결백을 믿지 않았지만 오늘부로 끝났다”고 했다.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2016년 2월 18일 서울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2016년 2월 18일 서울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박 후보자는 몇년 뒤 또 법정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씨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만만회(박지만,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윤회)가 국정을 좌우한다”는 발언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앞선 두 재판에 비해 이 재판은 싱겁게 끝났다. 1심 재판부가 “발언이 과장됐더라도 공익에 부합한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박 후보자는 “서초동과의 인연을 끊겠다”는 말을 남기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런 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장으로 내정되자 통합당은 ‘송곳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외교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 중인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유죄를 선고받았던 대북송금 사건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박 후보자의 대북관이 국정원장에게 맞지 않다는 점도 청문회에서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청문회장은 박 후보자가 ‘불패 신화’를 쌓아 올린 법정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대북송금 사건 등을 ‘현미경 검증’해 대북 이슈를 다루는 국정원의 수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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