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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 의외의 파장···김두관 말에 비정규직도 분노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이 공정하고 투명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이런 결정 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번 취업준비생의 길을 걸어보시길 추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누가 하지 말랬나. 명분 없는 직접고용이 문제.”

지난달 29일 〈밀실〉팀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들의 내용. 총 20대 취업준비생 210명이 응답했고 주관식 답변으로 206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최연수 기자

지난달 29일 〈밀실〉팀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들의 내용. 총 20대 취업준비생 210명이 응답했고 주관식 답변으로 206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최연수 기자

화가 난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목소리입니다. 최근 불거진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보안검색원 정규직 전환 논란,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 대한 취준생들의 생각인데요.
 

[밀실] <제37화>
2030 취준생·비정규직에게 물었다

〈밀실〉팀은 지난달 29~30일 20·30대 취업준비생 210명에게 온라인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이들 중 인국공 같은 공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은 절반이 넘는 112명이었습니다.
 

취준생 85% “보안검색직원 정규직화 반대”

우선 ‘인국공’ 보안검색 직원을 정규직화하는 데에는 85.2%가 ‘반대’를 선택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찬성’한다는 답변은 14.8%였습니다.
 
설문 결과 취준생들은 인국공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로 ‘입사에 들인 노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정규직화’(43.9%, 중복응답)를 꼽았습니다. 이어 ‘청년들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인의 언행’(26.7%)이 2위, ‘대폭 정규직화로 인한 신규 채용 급감 우려’(21.8%)가 3위를 나타냈습니다.
 
도대체 인국공이 뭐길래 ‘뜨거운 감자’가 됐을까요. 한장의 단체 대화방 캡처 사진이 퍼지면서 불이 붙었습니다. 캡처엔 대화방 참가자들이 인국공 직원인 양 “22세에 알바천국 통해 보안요원으로 들어와서 이번에 정규직 전환이 된다”“서·연·고(서울·연세·고려대) 나와 뭐하냐” 등의 대화를 볼 수 있습니다.
 
해당 글에 대해 인국공 보안검색노동조합은 '가짜 뉴스'라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캡처된 단체 대화방이 누구나 익명으로 들어올 수 있는 단체 대화방이라며, 보안요원들이 만든 대화방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고요. 인천공항공사 측도 연봉, 채용 조건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하지만 취준생들은 '가짜 뉴스' 논란과 별개로 인국공 사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취준생들은 특히 이른바 '노오력'이 필요한 공정한 채용 경로를 통하지 않은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부나 정치인들이 정규직 전환을 너무 단순하게 본다는 거죠.
    
인국공 논란엔 "취준생의 분노에 묻혀 정작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인국공 정규직화 논란, 취준생만 분노하고 비정규직은 찬성할까요? 밀실팀은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2030 취준생 4명, 비정규직 4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취업난에 ‘오버스펙’ 준비…배신감 들어”

‘신(神)의 직장’.

 
취준생 사이에서 인국공이 갖는 위상입니다. 높은 직업 안정성, 정규직 평균 연봉이 9130만원(지난해 기준)에 달합니다. ‘입사에 들인 노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정규직화’가 첫 번째 문제로 꼽힌 이유도 이 때문이죠.
 
중등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황인남(25)씨는 “노력의 차이라기보단 노력 형태의 차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취준생 입장에서 본인은 시간, 돈, 노력을 써가며 n년째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반면 인국공 보안 직원들은 별 노력 없이 발 앞에 혜택이 떨어진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인국공 취업을 준비한 지 5개월 차라는 한정원(가명ㆍ25)씨도 “취업난 때문에 ‘오버스펙’을 갖춰야 하는 게 현실인데 이번 정규직 전환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 정부가 강조해온 기회의 공정성이 무너진 것 같아 배신감이 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채용 시스템이 공정하냐는 밀실팀의 설문에는 5점 만점의 절반에 못 미치는 2.38점이 매겨졌습니다. 많은 취준생들이 정규직이 되는 출발선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보는 거죠.
 

“청년은 가짜뉴스에 속은 바보가 됐다”

인천공항 노조의 25일 청와대 인근 기자회견. 뉴스1

인천공항 노조의 25일 청와대 인근 기자회견. 뉴스1

청년 가슴에 불을 붙인 사람은 또 있습니다. '가짜뉴스'가 인국공 논란을 촉발했다고 이야기하는 일부 정치인입니다. 취준생들은 ‘청년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치인 언행’을 두 번째로 큰 문제로 꼽았는데요. 취준생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여기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국가가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청년들을 ‘가짜뉴스에 분노하는 바보’로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취준생들의 노력과 간절함이 희화화된 기분이다.”

1년째 인국공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조희상(가명ㆍ23)씨가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연봉 5000만원’은 가짜뉴스라는데 그게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다.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하길 바랐는데 결과적 평등만 추구하니 허무하다 말하는 것이다.”

중견기업 계약직으로 일하는 정은지(가명ㆍ23)씨도 목소리를 높입니다.

 
밀실팀이 인터뷰한 청년 취준생ㆍ비정규직들은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발언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 27일엔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바람이 연봉 3500만원 주는 보안검색이냐”는 글을 올렸었죠.
 

“정치인이 비정규직 차별 오히려 조장” 

이에 대해 한정원 씨는 “중소기업을 보면 언제 잘릴지 모르고 복지도 나쁜데 연봉 3000만원조차 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연봉 3500만원에 안정적인 직장이라면 경쟁률이 100:1은 넘어갈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대기업 통신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강하나(가명ㆍ26)씨도 “대기업 계약직원은 월급을 깎아서더라도 안정된 중소기업 정규직원이 되려고 한다. 정치인들의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감각이 요즘 청년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라고도 꼬집었죠.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정치인의 발언에 뿌리 깊은 차별이 깔렸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공기업 준비생 이의령(24)씨는 “‘연봉 3500만 보안검색요원’이라는 말에 이미 차별이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그런 말을 더더욱 삼가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비정규직은 웃는다? “오히려 걱정된다”

인국공의 정규직화로 신규 채용이 급감할까 봐 우려된다는 입장도 설문 3위를 차지했는데요. 2030 세대는 인국공을 시작으로 다른 공기업, 민간기업도 정규직을 확대하는 만큼 채용 규모를 줄이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겁니다.

 
몇몇 비정규직 20대는 인국공 사태 이후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를 오히려 접었다고 했습니다. 강하나 씨는 “이번 인국공 논란이 기업 입장에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사람들의 반발이 이 정도다 확실하게 체감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강씨 회사 내에서 ‘인국공’은 금기어가 됐다고 합니다. 팀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동료들이 섞여 있어, 서로 피해야 할 대화 주제가 된 겁니다.
 
항공사에서 단기계약 형태로 지상직 직원으로 일하는 박태규(가명)씨도 정규직화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박씨는 “주변 동료들의 반응은 (보안검색 직원들이) ‘운 좋게 정규직 전환돼 부럽다’는 반응뿐”이라며 “내가 정규직 되는 것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라도 살아남는 것에 안심할 뿐입니다.
 

비정규직 악순환 계속…“을 vs 을 안타까워”

25일 오후 6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청원글 상황.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25일 오후 6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청원글 상황.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노력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의 노력도 깎아내려선 안 된다.”

 
밀실팀이 만난 청년 취준생ㆍ비정규직들이 입을 모은 생각입니다. 인국공 논란에 분노하면서도 ‘청년 갈등’으로 번지는 건 경계하는 건데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정규직과 취준생의 싸움이 되는 건 피해야 한다는 겁니다.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황인남씨는 “얼마 전 노량진에서 인국공 정규직화 반대 서명 운동을 봤다. 이번 논란이 을과 을 간의 싸움으로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는데요. "(인국공 보안검색 직원들이) 입사에 들인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긴 했지만, 이들의 정규직 전환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것 같다”(취준생 이의령씨)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국공 논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밀실은 ‘중앙일보 레니얼 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도있는 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박건·최연수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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