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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다윗의 무기는 신기술뿐이다

최훈 편집인 겸 논설주간

최훈 편집인 겸 논설주간

교역을 청한 영국 사절에게 청(淸)의 건륭제는 조지 3세에게 전하라며 서신을 썼다. ‘우리는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소. 이상하고 기발한 당신네들 물건을 중시한 적도 없고, 그 제품이 더 필요하지도 않소….’  그 이상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장착한 영국의 철제선 한 척이 1840년 들이닥쳐 철 지난 중국 해안의 목제 전함들을 모조리 파괴해 버렸다. 청을 불구로 만든 다윗의 무기는 바로 증기기관이었다. 그 배의 이름은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 (사피 바칼 『룬샷』)
 

7대 IT 플랫폼 골리앗 독주 시대
글로벌 벤처 31% 한국에선 불법
1년8개월 권력, 이념에 소진 말고
미래에 먹고살 신기술 올인하길

최근 가장 눈에 띈 뉴스는 세계 7대 IT 플랫폼 기업(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의 강림(降臨)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작 직전인 1월 1일. 이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6876조원(구글 통계 기준)이었다. 이후 반년간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간 7월 1일. 이 7대 골리앗들의 시총 규모는 9004조원. 무려 2128조원, 30%가 넘게 폭증했다. 늘어난 규모만 올해 우리 국가 예산 512조원의 4배, 삼성전자 시총(313조원)의 7배, 현대차(21조원)의 100배 안팎이다. 같은 날 일론 머스크의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상장 10년 만에 도요타를 누르고 자동차 업계 시총 정상(248조원)에 올랐다. 재래식의 제왕 도요타의 아성을 무너뜨린 건 역시 첨단 대체에너지 기술이다.
 
좀 더 들여다 보자. 시대의 트렌드가 확연하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22일 7대 기업의 시총 합계는 6134조원이었다. 당시엔 글로벌 재보험·투자사인 버크셔 해서웨위가 6위로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언택트(Untact)의 쓰나미에 8위로 휩쓸려가버렸다. 상위 7위 리더보드 독식을 디지털 테크 기반의 플랫폼이 굳힌 흐름이다. 존 챔버스 전 시스코시스템즈 회장은 최근 “포춘지의 세계 100대 기업 중 40%가 도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는 디지털, 바이오테크 기반의 혁신이 모두의 운명을 가른다는 진실에 국가와 기업을 냉정히 직면케 했다. 이는 역사의 잔인한 진리이기도 했다. 총을 든 프란시스코 피사로의 168명 스페인 병사들은 돌·나무곤봉으로 맞선 잉카 제국 8만여 명을 진압했다. 구멍 낸 사슴뿔로 굉음을 낸 화살, 명적(鳴鏑)의 몽골은 유라시아를 공포로 지새우게 했다. 단파 송수신기 개량 중 우연히 발견한 기술, 레이더로 미국은 나치의 U-보트와 전투기를 무력화시켰다. 미 국방부가 군사적 소통용으로 개발한 인터넷, 인간의 지식 기반을 넓혀준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등 국가·기업의 성쇠를 결정한 건 기술 혁신이다.
 
개인의 창의만으론 불가능하다.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팅해 준 정부, 기업, 리더 등 생태계의 조화스러운 합작품이 신기술이다. 세계 최초의 제트 전투기와 로켓 폭탄(V2)을 만든 독일에 20여년 앞서 로켓 비행을 시연한 이는 로버트 고더드란 미국 물리학자였다. 당시 미국의 학계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조차 “뉴턴의 작용-반작용 원리 때문에 로켓 비행은 불가능하다. 고더드란 사람은 고교 수준의 지식조차 결여된 듯하다”고 조롱했다. 직후 2차대전 중 미군이 한 독일 장교를 붙잡아 로켓의 원리를 캐묻자 그 대답이 걸작이다. “너희 고더드 박사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뉴욕타임스는 49년이 지나서 “로켓이 물리 법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공식 사과했다.(『룬샷』)
 
지금 우리를 보자. 법무법인 린(테크앤로 부문)의 조사(2019년 기준)는 충격적이다. 글로벌 누적투자 상위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사업할 경우 31%는 아예 사업 모델이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다. 글로벌 혁신 사업 모델의 53%는 진입 규제로 한국에선 사업화조차 힘들다는 게 그 결과다. 바다 건너선 훨훨 날아다닐 새들이 한국에선 새장 속에 감금되는 신세다. 세계 5위 수준의 R&D비용 85조7000억원(민간 66조, 정부 18조·2018년 기준)을 쏟아붓지만 누적 150조원의 저출산 극복 예산처럼 어디로 다 새버리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산업화 이후 반도체 외에 어떤 미래의 대한민국 신무기가 장착됐는가.
 
현장에선 정부·지자체의 돌규제와 이익집단 간 이전투구로 아이디어의 생매장 비명소리가 즐비하다. ‘타다 금지법’ 처럼. 농어촌 빈집을 리모델링해 공유 민박을 하자면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한다”는 걸림돌에 막히고…. 온라인의 출장 강아지 장례 서비스는 “시설 및 인력을 먼저 확충하고 동물 장묘업으로 등록하고” 등의 시시콜콜 잔소리에 시달리다 포기하고…. 코미디 같은 관(官)의 규제란 이루 셀 수도 없다.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 코리아 2019’)
 
신기술 아이디어의 ‘매립지’에선 미래가 없다. 1년8개월 권력에 바란다. 윤석열 총장 혼내주거나, 김정은 위원장 달래거나, 부동산 시장경제 타도하거나, 차기 대선도 좋겠지만 거기에 에너지·시간 모두 소진할 때가 아니다. 부디 걸림돌 규제 좀 없애고 미래 후대들 먹고살 신기술 가꾸기에 올인해 달라. 아편 같은 이념에만 취해 있다간 7대 IT 골리앗들이 머잖아 네메시스호 되어 우리 기업들을 사냥하러 올 것이니…. 다윗의 무기란 신기술뿐이다.
 
최훈 편집인 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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