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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의 한반도평화워치] ‘90% 경제’ 시대, 포용적 경제로 지속가능한 체제를

코로나 이후 한국의 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6개월째 인류에 전격전·스텔스전·게릴라전·무차별전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은 밀집·밀접·밀폐를 피하고 접촉·이동을 제한해야 하므로 보건 위협을 넘어 경제·정보·기아 바이러스로 변이해 사회경제적 충격을 주고 있다. 아직도 감염 경로와 치사율, 감염 재생산지수, 백신·치료제 개발 시기, 항체 생성 여부, 2·3차 유행 여부 등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19 진압에는 백신·치료제 개발이나 집단면역이 필요한데 하버드대 연구소는 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4~5년을 예상한다.
 

코로나는 세계 경제의 수요·공급·금융을 동시에 타격해
회복에 6년 걸린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긴 시간 필요
혼돈의 국제 정세에 능동적·선제적·실용적으로 대처하면서
세계 경제난 극복 위해 지역·국제 협력 창출에 힘 써야

팬데믹이 생활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에 비추어 변화는 불가피하겠지만, 그 폭과 속도는 코로나19의 지속 기간, 피해 상황, 국제 사회 대응 등으로 결정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BC)과 코로나 이후(AC)로 구분해야 할 만큼 변화가 클 것이라는 견해가 있지만, 코로나는 이미 진행되던 경향을 더욱 촉진·가속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미·중 전략 대결로 전환기적 혼돈 불가피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긴 이탈리아 베네치아 식당. [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긴 이탈리아 베네치아 식당. [AP=연합뉴스]

비대면이나 가상 세계를 통한 소통이 중시되면서 디지털 시대를 더욱 앞당기고, 효율보다는 안전이 중시되면서 세계 공급망의 변모가 불가피할 것이다. 질병 통제를 위해 정부 권한이 강화되면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고 권위주의 정부가 이를 악용하고 있다. 또 포퓰리즘·민족주의·인종차별·인포데믹스 등이 민주주의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코로나19 대응에서 나타났듯 국제 공공재 공급을 맡을 지도국이 없는 ‘킨들버거 함정’에 빠져 G0(제로) 상황이 되면서 국제 질서가 국제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의 패러다임으로 변할 우려가 크다. 킨들버거 함정이란 신흥 강국이 기존의 패권 국가가 발휘했던 리더십을 제대로 보이지 못해 재앙이 발생한다는 가설이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19 세계는 덜 개방적이고, 덜 번영하며, 덜 조정이 되고, 더 혼란스러우며, 더 뼈대가 없는 세계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로나 사태의 가장 큰 충격은 실효적으로 대처한 동아시아와 달리 북미·유럽 등 서구가 대응 실패로 큰 피해를 보고 방역, 의료체계, 의료보험의 취약성을 드러낸 점이다. 과학보다 정치를 앞세우는 포퓰리즘으로 통치의 열화(劣化) 현상을 보였다. 이는 막대한 경제 피해로 이어져 이미 하향 국면에 있던 서구 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이끌어 ‘일본화’를 촉진할 개연성이 크다.
 
또 유럽은 코로나 대응에서 단결 대신에 국경을 높여 각개약진해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 분열을 심화시켰다. 경제 대응은 독일·프랑스 주도로 어렵게 봉합했으나, 동구 우파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두, 남북·동서 유럽의 격차 심화, 정치·군사통합 부진 등으로 미·중 경쟁에 대응하는 제3축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현상들은 전후 질서를 뒷받침해온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을 가중할 것이다.
 
방역하는 중국 장쑤성 리앤윈강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방역하는 중국 장쑤성 리앤윈강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는 2010년대 후반부터 격화된 미·중 대립과 탈(脫)동조화의 움직임을 더욱 촉진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연계에서 압박으로 전환했다. 지난 5월 백악관의 대중국 전략보고서는 경제와 미국적 가치, 안보 부문에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세부 이행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 공방과 함께 무역 합의 이행, 대만 무기 판매, 홍콩보안법, 위구르 인권법, 남중국해, 화웨이 제재 등 양국 간 단층선은 확대일로다. 11월 대선에서 낙승이 예상되던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악화, 방역 실패, 인종 차별 시위 등으로 어려워진 재선 가도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 때리기를 하면서 더욱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지만, 선거 유세가 어렵고 선거 자금이나 SNS 활용 면에서도 불리해 판세가 아직 불투명하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동맹 경시와 일방주의가 완화되는 등 전통적 외교정책으로 일정 부분 회귀할 전망이다. 분열되고 약화한 미국과 공세적 중화주의의 중국이 펼치는 포괄적 전략 대결은 상당 기간 전환기적 혼돈을 가져올 것이다.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래 처음으로 수요·공급·금융이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회복에 6년이 걸렸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대로 연약하고 혁신성이 떨어지며, 소비·고용·생산 등 경제 활동이 정상 수준의 90%만 작동하는 ‘90% 경제’가 될 위험이 크다. 중국에 의존한 세계 공급망의 재편, 대량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변동성 증가, 재정 적자와 공공 부채의 증가, 개도국·신흥국의 신용 불안, 4차 산업혁명 전환의 가속화, 에너지 시장의 탈 탄소화, 식량난, 출생률 감소 등이 예상되며 각국의 통치 능력에 따라 차등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디지털 가속으로 사이버안보 확보 과제
 
안보 면에서는 경제 성장의 둔화가 국방비 감축과 무기 조달 축소로 이어지고 팬데믹이 주요 안보 이슈로 등장하며 디지털시대의 가속으로 사이버안보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국제 사회에는 3대 경제·사회 문제가 있었다. 세계 무역 성장이 세계 경제 성장을 웃돌던 현상이 역전되고, 온실가스 배출이 경제 성장에 연동되고, 경제가 성장해도 분배가 악화하는 현상이다. 팬데믹은 위기지만 국제 협력으로 무역 활성화, 온실가스 배출량의 빠른 감축, 포용적 경제를 이루어 지속가능한 정치·경제 여건을 만들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주변 정세가 어려워지고 경제 타격도 심각하다. 다행히 한국은 K방역의 성공을 통해 민주적 방식으로도 효율적 방역이 가능하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중견 국가로서 혼돈의 국제 정세에 능동적·선제적·실용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팬데믹 진압과 경제난 극복을 위한 지역·국제 협력의 창출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코로나19가 가속하는 반세계화의 다섯가지 특징
코로나19 방역으로 사람·물자·자본·기술의 이동이 제한·금지되면서 세계화에 타격이 예상된다. ‘평평한 세계’를 이끈 세계화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들어 이미 속력을 잃었다. 지구를 긴밀히 연결하고 공평한 경쟁 무대를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약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양극화는 대중의 반세계화 움직임을 불러 브렉시트(Brexit), 트럼프 대통령 당선, 보호주의, 반이민 정서를 가져왔다.
 
민족주의·국가주의·배외주의·인기영합주의 흐름도 세계화의 장애가 됐다. 동시에 적시 생산방식(just in time)의 위험 증가, 신흥국의 임금 상승, 무인화·자동화 생산 방식 진보 등도 세계화에 제동을 걸었다.
 
코로나19는 이런 추세를 가속할 것이다. 첫째, 세계화의 핵심인 세계 공급망이 변한다. 다양한 생산 단계를 효율적으로 구분해 구축된 세계 공급망은 코로나19로 생산 중단이 일어나며 세계 제조업에 타격을 입혔다. 효율보다 안정을 중시하게 되면서 자국에 가까운 생산지로의 이전과 여유 재고 증대, 대체 공급선 확보와 함께 지역 공급망 구축과 본국 회귀를 추구할 것이다. 다만 원격 작업이 가능한 서비스산업의 세계 공급망은 유지될 것이다. 의약품, 의료장비, 반도체, 희귀 광물 등 전략물자는 자국 생산·비축과 수출 제한을 꾀할 것이다.
 
둘째, 코로나19로 미·중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국 경제의 탈동조화가 진전되고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같이 블록화로 발전해 세계화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가정이 싼 중국산 물품 수입으로 매년 약 1만 달러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탈동조화에는 제약이 있다.
 
셋째, 방역 조치로 국경 통제가 늘어나고 항공 산업이 침체에 빠지며 항공료가 올라 사람의 이동을 제약할 것이다. 높아진 외국인 경계심과 일자리 문제로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벽도 높아진다.
 
넷째, 안전 자산이 선호되면서 신흥국과 개도국으로부터 자본 이탈이 일어나 이들 국가의 외채 부담이 가중된다. 코로나 회복이 늦어지면 남북 격차를 심화시켜 세계화에 지장을 줄 것이다.
 
다섯째, 세계화를 뒷받침하는 다자협력주의와 국제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부정적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로 인한 국제기구의 공백을 중국이 차지하려 하지만, 최근 WHO 사례에서 보듯 자국 중심적 태도로 대안과는 거리가 멀다. 지속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위기는 세계화에 어려움을 더할 것이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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