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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시네마천국’…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별세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콘서트 지휘 중인 이탈리아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AP=연합뉴스]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콘서트 지휘 중인 이탈리아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AP=연합뉴스]

 
천국의 선율, 보편적 서정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별세했다. 92세.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리코네는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오다가 전날 밤 영면에 들었다.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등 400편
영화음악을 영화 주인공으로 만든 거장
아카데미상 6회 노미네이트, 수상은 1회
세차례 내한… 전세계 7000만장 팔려

 
“영화음악을 영화 주인공으로 만든 작곡가”(전진수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고전보다도 더 고전적인 현대음악의 창조자”(류태형 클래식평론가)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그의 손에서 빚은 선율이 그 영화의 명장면을 대표하곤 했다. ‘황야의 무법자’(1964)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상 1984) ‘시네마 천국’(1988) ‘러브 어페어’(1994) 등 유럽과 할리우드 영화에 두루 영감을 더했다. 평생 400여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다. 음반 판매량이 세계적으로 약 7000만장, 국내에서도 약 200만장에 이른다고 한다.
 
고인은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트럼펫 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에서 트럼펫과 작곡·합창지휘를 전공한 뒤 1959년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를 사사했다. 이듬해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초연하는 등 클래식계 촉망받는 신예였다. 1961년 ‘파시스트’를 시작으로 손댄 영화음악이 호평을 받으면서 아예 그 길로 나섰다. 1968년 한해에만 20편을 작곡했을 정도로 “우물처럼 샘솟는 놀라운 창조성”(류태형 평론가)을 보였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이 빛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천국'.[중앙포토]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이 빛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천국'.[중앙포토]

그의 음악은 단순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 속에 선명한 주제를 들려주는 게 특징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의 휘파람 섞인 테마곡이 대표적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할 때 흘러나오는 이 음악은 이후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상징처럼 돼버렸다. 골든 글로브상 수상작인 '미션'(1984)의 대표음악 ‘가브리엘의 오보에’의 경우엔 오보에 선율에 어우러진 합창의 극적 효과로 영화보다 짙은 여운을 남겼다. 국내에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2008)에서 원곡에 가사를 붙인 ‘넬라 판타지아’가 소개돼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78년 축구 월드컵 공식 주제가도 그의 작품이다.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 등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 외에도 ‘엑소시스트 2’(1977) 같은 공포물, ‘미션 투 마스’(2000) 등 SF 액션스릴러까지 손대지 않은 장르가 없을 정도다. ‘천국의 나날들’(1977)을 시작으로 6차례나 아카데미 음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유럽 영화인에 대한 할리우드의 은근한 배척 때문인지 다섯번 실패했다. 2007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먼저 받고 이후 2016년 제88회 시상식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2015)으로 드디어 음악상 오스카를 거머쥐었다. 그래미상 3회, 골든글로브 3회 등을 수상했다.
 
2016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헤이트풀8'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할 당시 엔니오 모리꼬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16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헤이트풀8'으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할 당시 엔니오 모리꼬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07년 첫 내한공연을 펼쳤고 2011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세 번째로 내한했다.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곡을 쓸 때 피아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서재 책상에 앉아서 먼저 머리 속으로 음을 떠올려 완성한 다음 피아노로 연주한다”고 말했다. “다른 음악을 흉내내지 않고 정직하게 음악을 만든다는 게 원칙”이라고 하면서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아달라는 요청엔 “모든 곡이 내 자식 같다. 곡마다 나름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곡이 쉽지 않다”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할리우드와 오랜 작업을 했지만 평생을 이탈리아에서 살았다. 1956년 결혼한 마리아 트라비아와 사이에 삼형제와 딸을 뒀다. 차남 안드레아 모리코네도 영화음악 작곡가가 됐고, 그가 아버지의 영화음악이 삽입됐던 영화 ‘미션’을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해 한국에서도 공연한 바 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평범한 영화를 꼭 봐야 할 작품으로, 좋은 영화를 예술로, 위대한 영화를 전설로 만들었다”(에드가 라이트 감독) 등의 애도가 이어졌다.
2007년 첫 내한당시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관에서 열린 제12회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식에 참석한 엔리오 모리꼬네 부부가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첫 내한당시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상영관에서 열린 제12회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식에 참석한 엔리오 모리꼬네 부부가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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