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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결국 ‘공자학원’에서 손 뗀다

중국 소프트 파워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던 공자학원(孔子學院)이 출범 16년 만에 커다란 변곡점을 맞았다.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미국 등 세계 각 곳에서 ‘공자학원 퇴출’ 운동이 일어난 것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공자학원 총부’와 ‘국가한판’ 사라지고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 새로 설립
공자 앞세워 공산당 선전 비판 나와
공자학원 운영은 민간기구서 맡기로
국내 20여개 공자학원 운영도 차질
한어시험 HSK 변화 여부도 잘 챙겨야

중국 공자학원은 200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이후 세계적으로 공자학원이 급속하게 증가하자 2007년 4월 9일 ‘공자학원 총부’를 세워 전 세계의 공자학원을 관리하도록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공자학원은 200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문을 열었다. 이후 세계적으로 공자학원이 급속하게 증가하자 2007년 4월 9일 ‘공자학원 총부’를 세워 전 세계의 공자학원을 관리하도록 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 교육부는 5일 ‘공자학원 총부(總部)/ 국가한판(國家漢办)’ 홈페이지에 공고를 냈다. “국제 중국어 교육사업의 필요에 따라 교육부가 ‘중외(中外)언어교류협력센터(언어협력센터)’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자학원 총부’나 ‘국가한판’이란 이름은 사라진다. ‘국가한판’은 ‘중국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의 약자로, 해외에 한어(漢語)를 보급하기 위해 1987년 세워진 기구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중국의 11개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영국 런던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공자학원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2015년 10월 영국 런던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 공자학원 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한판’은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와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 등을 모방해 2004년 처음으로 서울에 1호 공자학원을 열었다. 한어와 중국 문화 보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후 5일 현재 세계 162개 국가 및 지역에 541개의 공자학원과 1170개의 공자학당을 세웠다.
 
공자학원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기 중국의 ‘평화적인 부상(和平崛起)’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학원 설립 시 중국 당국의 아낌없는 물질적 지원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지난 2016년 6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한 공자학원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지난 2016년 6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한 공자학원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 이후 성격이 많이 변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자학원’에 ‘공자의 말씀’은 없고 ‘공산당 선전’만 가득하다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가 2015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확정한 이후에는 일대일로가 지나는 국가에 집중적으로 공자학원이 세워졌다. 이후 서방 국가에선 공자학원이 공산당 선전과 중국의 스파이 기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전 세계 162개 국가에 진출한 중국의 공자학원에선 공자의 말씀을 가르치지 않고 공산당 선전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전 세계 162개 국가에 진출한 중국의 공자학원에선 공자의 말씀을 가르치지 않고 공산당 선전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공자학원에 파견한 인력을 중심으로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과 민주화 운동 관계자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엔 100여 개가 넘은 공자학원이 설립됐는데 이중 약 40개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지난해 2월 말엔 미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 등이 미국 대학의 공자학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미국에 1억 5800만 달러(약 1895억원)를 투자해 공자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베이징의 선전 무기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했던 스웨덴은 지난 4월 마지막으로 남은 한 개의 공자학원마저 폐쇄했다. 공자학원을 세운 유럽의 43개 국가 중 처음으로 철저하게 공자학원과 인연을 끊은 나라가 된 것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공자학원이 돈은 많이 쏟아붓는데도 기대 만큼의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2017년 중국의 국제 전문가 왕쉬안(王烜)은 “매년 40억 위안(약 6790억원)을 쓰는데도 일부 국가에선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세네갈 대학 커다얼 공자학원에서 한 학생이 지난 2018년 7월 18일 듣기 연습 시험에 참여해 칠판에 한자를 쓰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아프리카 세네갈 대학 커다얼 공자학원에서 한 학생이 지난 2018년 7월 18일 듣기 연습 시험에 참여해 칠판에 한자를 쓰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당국이 결국 투자는 큰 데 효과는 적은 공자학원 운영을 접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어의 국제 교육과 관련한 교사 양성 및 교재 개발, 외국인의 중국어 시험 등은 새로 생기는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에서 처리한다.
 
국가한판은 설립 3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편 공자학원은 민간 공익조직인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가 전면적으로 맡아 운영한다고 중국 교육부는 5일 밝혔다. 이 기금회는 지난달 중순 첫 이사회를 연 신설 기구다.
 
올해 첫 한어 수준 측정 시험인 HSK 시험이 지난 1월 11일 베트남 하노이 대학의 공자학원에서 치러져 모두 1250명이 응시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올해 첫 한어 수준 측정 시험인 HSK 시험이 지난 1월 11일 베트남 하노이 대학의 공자학원에서 치러져 모두 1250명이 응시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전 저장(浙江)대학 총장 양웨이(楊偉)가 이사장을 맡았으며 베이징어언대학 총장 류리(劉利) 등 세 명이 부이사장에 올랐다. 중국의 대학과 기업, 사회조직 27개가 연합해 만든 기구로, 세계의 공자학원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그러나 공자학원 운영이 민간 조직에 맡겨진 만큼 이제까지 세계 각 곳의 공자학원에 주어지던 중국 당국의 물질적 지원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에도 약 20여 개의 공자학원이 있는데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한어 수준 측정 시험 중에는 의학 관련 한어 실력을 테스트하는 ‘의학한어수준시험’인 ‘MCT’도 있다. [중국 국가한판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한어 수준 측정 시험 중에는 의학 관련 한어 실력을 테스트하는 ‘의학한어수준시험’인 ‘MCT’도 있다. [중국 국가한판 홈페이지 캡처]

 
한편 한어의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인 ‘HSK(漢語水平考試)’를 주관하던 곳이 이제까지는 ‘국가한판’이었는데 앞으로는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가 이를 맡게 되므로 이에 대한 변화에도 세심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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