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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식 말고, 한국식 디지털 뉴딜 전략 짜자"

[인터뷰] 한국IBM 송기홍 사장

"글로벌 경영진들이 한국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파일럿(pilot·시범 운영)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에 우리가 A를 제안하면 한국 기업은 이를 A2로 응용하고 A를 더 개선하는 단계까지 가죠. 그렇다보니 IBM 본사도 '한국은 이런 걸로 성공했어'라는 식으로 자주 인용합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디지털 뉴딜'도 다른 국가를 따라하지 말고 한국식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송기홍 한국IBM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기업의 전략에 대해 "적은 투자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똑똑한 디지털 뉴딜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지난 2월 그가 사장에 선임된 후 첫 언론 인터뷰다. 송 사장은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대표, 모니터그룹 아시아 지역 대표 등을 역임한 정통 컨설턴트 출신이다. 그는 한국IBM 사장에 선임되기 전까지 국내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부문(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대표로 일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가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클라우드·바이오·인공지능(AI)과 같은 산업군은 탄력을 받고 있지만, 자동차·기계 장비·철강 금속 등의 산업군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산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달 중 AI 등 신산업을 키우는 디지털 뉴딜 전략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저렴한 공급망보다 안정적인 공급망이 더 중요"

송 사장은 "미국·일본·독일이 요즘 경기 부양에 쏟아붓는 돈이 나라당 4조달러(약 4800조원)가 넘는다"며 "한국이 미국·일본이 하는 걸 1대1로 경쟁할만한 위치는 아니기 때문에 더욱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디지털 뉴딜은 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나라가 이미 하고 있는, 우리가 경쟁 우위를 갖기 힘든 분야에 중복으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가장 저렴하게 공급망을 찾는 게 중요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끊기지 않을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송기홍 한국IBM 사장은 "코로나19로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예전에는 가장 저렴하게 공급망을 찾는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끊어지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IBM]

송기홍 한국IBM 사장은 "코로나19로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예전에는 가장 저렴하게 공급망을 찾는게 중요했지만, 이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끊어지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IBM]

송 사장은 "기업들에 '디지털 전환 속도가 요즘 더 빨라졌다고 해도, 1~2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청사진을 가지고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과 분기 내에 단기적으로 추진할 것을 구별해 기업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코로나19로 살아남는 기업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는 "강한 쏠림 현상이 디지털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종전에 한 산업군에 7~8개 플레이어가 존재했지만, 집적도가 훨씬 높아진 요즘 같은 상황에선 시장 점유율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유지할 기업은 3개 이내로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순히 '따라가겠다'는 전략이 이제는 먹히지 않게 됐다"며 "쿠팡처럼 적자를 보면서도 '산업의 표준'이 되겠다는 회사만 살아남는 식으로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향후 20년 물줄기 가를 주요 모멘텀

20년 전인 2000년 당시 포춘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곳은 20개 뿐이다. 송 사장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시절을 되돌아보는 사람들은 '아, 내가 그때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무슨 선택을 했지'라고 반추하지 않냐"며 "그 당시 선택이 이후 20년을 사는 큰 물줄기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디지털 뉴딜, 즉 디지털 전환 전략이 향후 10~20년의 물줄기를 바꿀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본다.
 
IBM은 지난해 한 해 동안 9200여개의 미국 특허를 취득하며 27년째 미국 내 최다 특허 보유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회사는 특히 최근에 AI·클라우드 컴퓨팅·블록체인 등 신기술 분야에서 특허를 집중적으로 확보 중이다. 송 사장은 "회사의 주요 원천 기술은 미국 동·서부에서 주로 개발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IBM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참여하고 상용화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 있는 'IBM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파크' 전경. 한국IBM은 이 공간을 IBM 직원, 협력사들이 함께 기술 시연을 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꾸몄다. [한국IBM]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 있는 'IBM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파크' 전경. 한국IBM은 이 공간을 IBM 직원, 협력사들이 함께 기술 시연을 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꾸몄다. [한국IBM]

송 사장은 사장 취임후 올해 5월 한국IBM 본사에 'IBM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파크'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전에는 출입 허가를 받은 회사 임직원만 쓸 수 있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IBM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등 외부 관계자 누구라도 와서 IBM의 기술과 적용 사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송 사장은 이곳에서 매주 클라우드 관련 강의를 열고 직원들이 직접 세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송 사장은 "잘하는 사람이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IBM은 이런 사람이 그다음 단계의 새로운 걸 배우고 습득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영입하는 것 못지 않게 그 인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지도 회사의 중요한 역량이라는 얘기다. IBM은 전 임직원이 '유어 러닝'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AI·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연간 평균 60시간 공부한다. 그는 "특히 AI는 '종합 예술'에 가까운 기술이기 때문에 어느 한 영역에서의 뛰어난 역량만 갖고는 잘 다루기가 어렵다"며 "완성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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