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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발" 외치며 춤까지…유튜브 들어간 '망가지는 사장님들'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사내방송에 '유튜버 완'으로 등장한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사진 롯데홈쇼핑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사내방송에 '유튜버 완'으로 등장한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사진 롯데홈쇼핑

 
 

[기업딥톡 26] CEO들 영상에 직접 나와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소통필요 커져
20·30 직원 인식변화가 근본적 이유
‘비권위·친영상’ 소통 이어질 전망

직원 : 신입사원 때 사장되실 줄 아셨어요?
사장 : 입사했을 때 친구들이 얘는 한 달 다니면 많이 다닌 거라고…. 근데 1년, 2년 견디다 보니 현재까지 왔어요. 내가 항상 밑진다는 생각을 가지면 상대방이 손을 내밀어 주더라고요. 
직원 : 근데 피부에 주름이 없으시네요.
사장 : 화장발 아닐까요? 화장발.
직원 : 피부 좋다는 포즈 한번 해주세요.
사장 : (양손을 얼굴에 대며) 어떻게, 한 번도 안 해 봐서…. 이렇게?  
(6월 24일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와 직원들의 사내방송 대화 중)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사내방송이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젊은 감각의 영상 구성과 자막은 기본. 60대 안팎의 나이와 과거 조직문화를 고려하면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런 변화의 직접적인 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다. 대규모 오프라인 모임이 쉽지 않은 데다 재택근무로 인해 비대면 소통의 필요성이 커졌다. 여기에 권위적 문화를 거부하고 디지털 기반으로 소통하는 20~30대 직원들이 기업 내 주요 구성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소통의 형식과 내용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담에 춤까지…‘사장님이 달라졌어요’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완신(60세) 롯데홈쇼핑 대표도 사내 조직문화팀에 "비대면으로 직원들을 만날 방법을 찾아야겠다. 기왕 하는 거 최대한 재미있게 해보자"고 먼저 제안한 사례다. 지난달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된 사내방송에서 이 대표는 춤까지 췄다. 실시간 채팅창에는 방송이 진행된 1시간 내내 약 600명의 직원이 동시 접속해 ‘사장님 신들린 연기!!’, ‘너무 재미있어요’, ‘대구센터에서 시청하고 있어요’ 등 관심을 보였다. 사내방송인만큼 자체 브랜드 신제품이 등장해 화제가 되는가 하면, 편한 농담들이 이어졌다.  
사내 방송에서 직원들의 요청에 즉석에서 춤추는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사진 롯데홈쇼핑

사내 방송에서 직원들의 요청에 즉석에서 춤추는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 사진 롯데홈쇼핑

 
채팅창에 ‘광안리 게거품(○○○)’이란 닉네임으로 글이 올라오자 이 대표는 "○○○팀장, 게거품은 안 물어도 맨날 담배를 물고 있던데"라고 하며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재미만 추구한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올해 회사의 영업실적과 경영전략 등을 공개했고, 신입 시절 일화를 통해 직장생활 조언도 했다. 신입사원인 이예림 롯데홈쇼핑 상품총괄팀 직원은 “20대가 좋아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사장님이 직접 출연하셔서 깜짝 놀랐다. 처음엔 망설였는데 격 없이 소통하시는 모습을 보고 편하게 채팅으로 질문하고 의견도 많이 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방송 뒤 "코로나 사태로 분위기가 많이 위축됐는데 직원들이 유쾌하게 즐겼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뜻깊었다"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통할 방법을 많이 시도해 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경기도 일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유튜브를 통해 '기업 비전 선포식'을 하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지난 5월 경기도 일산의 한 스튜디오에서 유튜브를 통해 '기업 비전 선포식'을 하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사장도 90년대생 목소리 들어야 경영에 ‘도움’ 

LG화학 CEO인 신학철(63) 부회장은 3개월째 온라인상에서 직원들과 화상 면담 중이다. 한 달에 3회 이상 여수·김천·온산 등 국내 사업장과 미국·폴란드·중국 등 해외 사업장을 연결해 2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을 만났다.
미팅 주제는 ‘스피크 업(Speak-up)’이다.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말해보자는 취지에서인데 예상보다(?) 다양한 의견이 나와 사내에서도 화제다. 일례로 최근 한 직원은 “주니어 직원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들과 소통하려면 직원들이 멘토를 하고 임원들이 멘티가 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신 부회장은 “회사 주축들이 머지않아 90년대생이 될 거다. 임원들이 90년대생과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저도 CEO로서 의사결정을 할 때 이런 직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LG화학은 아예 사업본부 차원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소통 콘텐트와 제반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박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 팀장은 “이미 코로나 사태 전부터 정보기술(IT) 발달과 20·30세대 직원들의 인식 변화에 따른 소통 방식의 변화는 기업들의 주된 관심사였다”며 “코로나가 변화를 가속한 만큼 영상 등 비대면 소통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튜브영상에 등장한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 본업을 스키노맨(회사 유튜브채널) 총사령관이라고 했다. 사진 유튜브영상 캡처

유튜브에 등장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대표들. 사진 유튜브영상 캡처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가 동영상 촬영을 위한 녹음을 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영상 캡처
'최태원 클라쓰'라는 제목의 사내방송에 출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SK그룹 유튜브영상 캡처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앞장서 사내방송 등에서 예능 못지않은 언행을 이어가는 바람에 계열사 전체에 ‘비 권위, 친 영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SK이노베이션만 해도 김준(59) 대표와 6개 에너지 자회사 대표들이 일제히 유튜브에 등장해 영상을 찍었다. 제목은 기업의 친환경 캠페인을 알리는 의미의 ‘아.그.위.그(I GREEN WE GREEN)’인데 ‘악…이게 뭐야 ㅋㅋㅋㅋ’, ‘사장님들…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의 댓글이 달릴 만큼 기존의 기업 홍보 영상 형식을 파괴했다. 
영상 속 김 대표는 “자네들 혹시 갑분아(갑자기 분위기 아그위그)라고 들어봤어?”라고 웃으며 배경 노래 사이사이마다 ‘갑분아~’를 외친다. SK관계자는 “구성원과 소통하려면 친숙해져야 하고, 친숙해지려면 결국 상사들이 권위를 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준비 힘들어도 영상 소통의 효과 무시 못 해

달라진 소통방법에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 동영상 제작에 참여하는 CEO들은 익숙지 않은 촬영 과정은 물론이고 영상 기획 아이디어를 내느라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대표들 사이에선 "사업 상황 돌보랴, 요즘 직원들 좋아하는 영상 찍으랴 머리가 깨진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하지만 재미있고 친숙한 영상 하나가 갖는 소통의 효과가 기존의 조회나 간담회, 보고서·알림문 등 보다 훨씬 뛰어나 ‘망가지는 사장님’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김범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원장은 “20대~40대 초반까지의 디지털 밀레니얼 세대들은 ‘최소한 이 정도 품위를 지켜야 훌륭한 리더다, 또는 존경할 만하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인간적이고 친근하고 나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 ‘따르고 싶다’,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조건 웃긴 영상을 찍는다고 효과가 나는 건 아니지만, 기업에서도 디지털을 기반으로, 다양한 가치와 모습을 수용하는 내용으로 소통의 프로토콜을 바꿔나가는 게 필연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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