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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후보 박지원, 9년전 北인권법 막고 "자랑스럽다"

질문에 답하는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연합뉴스]

질문에 답하는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 [연합뉴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의 북한 관련 과거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사를 맡는 등 지난 20여년간 대북 전문가로 활동해 온 이력 때문이다. 그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친북 세력”(홍준표 무소속 의원)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정치인 박 후보자의 북한 관련 행보는 과거에도 몇번의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다. 박 후보자가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 야당이던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북한인권법 저지에 나선 건 상징적인 장면이다. 박 후보자는 2011년 5월 민주당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며 “북한인권법을 저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북한인권법은 당시 과반 여당(153석)인 한나라당에서 2008년 7월 발의해 2010년 2월 국회 외통위를 통과했다. 통일부에 북한인권증진위를 두는 한편 북한에 지원되는 인도적 지원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전달ㆍ분배ㆍ감시되도록 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당시 민주당(81석) 원내대표였던 박 후보자는 “실효성은 없고 남북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관계에 악영향만 미친다”며 이를 당 차원에서 막겠다고 공언했다.
 
2011년 4월 국회 법사위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중앙포토]

2011년 4월 국회 법사위회의에 참석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중앙포토]

 
법안 저지의 보루는 법사위였다.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행에 따라 우윤근 전 주러 대사가 당시 법사위원장을 맡을 때였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는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이 맡고 있었다. 2011년 4월 21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한나라당 의원들이 법사위에서 법안을 막는 민주당에 항의한 기록이 나타난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북한인권법이 외통위를 통과, 법사위로 회부된 지 1년 2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상정이 안 됐다. 체계ㆍ자구 심사하는 법사위에서 이건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내 임기 중에는 종북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이건(북한인권법)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봤다. 통과도 아니고 상정조차 막는 이유가 뭐냐.”
▶박영선 민주당 의원=“외통위에서 날치기 된 법안이고, 4ㆍ27 재보선을 앞두고 교묘한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는 의구심을 지도부가 갖고 있다. 타당성이 있는 부분도 일면 있어 보인다. 위원장이 판단하는 게 좋겠다.”
▶우윤근 법사위원장=“이 자리에서 길게 논의하는 것보다 일반 법안 처리하고 비공개로 협의를 하자.”
 
당시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이처럼 법사위에서 공전을 거듭하다 결국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야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법사위를 통해 법안을 제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는 지난 5월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 공방이 벌어졌을 때는 “여당이 법사위, 예결위를 지켜야 개혁과제가 완수된다”며 여당 손을 들어줬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특사로 활동했던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북한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문화궁전 환영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담소하고 있다. [공동기자단]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특사로 활동했던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북한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문화궁전 환영 만찬장에 나란히 앉아 담소하고 있다. [공동기자단]

 
박 후보자는 이밖에도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 주목을 받았다. ‘김정은 3대 세습 논란’이 일었던 2010년에는 “3대에 걸쳐 세습이 이뤄지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9월) “김정은 체제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습은) 자신들의 상식대로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지만 우리의 시각일 뿐”(10월) 등의 주장을 했다.
 
야권에서는 박 후보자가 방첩이 고유 업무인 국정원 수장을 맡는 것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현 북한 체제에 우호적인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친북 세력을 총결집시켜 또 한 번의 위장평화 쇼를 기획하고 있다”며 박 후보자 인선을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과거 그가 연루된 대북송금 사건을 빗대 “과거라면 송금이라도 해줄텐데, 지금 그렇게 했다가는 큰일 난다”고 비꼬았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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