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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역사 전쟁'…"폭도가 美 역사 지우게 두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4주년 미 독립기념일인 4일 백악관 기념연설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동상 철거운동에 맞서 "성난 폭도가 우리 역사를 말살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4주년 미 독립기념일인 4일 백악관 기념연설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동상 철거운동에 맞서 "성난 폭도가 우리 역사를 말살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244주년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난 폭도가 건국 아버지들의 역사를 지우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역사는 버려야 할 짐이 아니다"라며 '역사 지키기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3일 러시모어, 4일 건국기념일 연설
시위대의 조각상 철거는 "역사 말살"
"폭도, 급진 좌파, 마르크스주의자"
2016년 분열전략 또 통할지 미지수
코로나19 관심 돌리기용이란 분석도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흑인 노예와 미 원주민 인디언을 탄압한 역대 대통령 동상까지 철거 운동을 벌이는 것을 빌미로 보수 백인 지지기반을 결집하는 역공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B-1B,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F-22, F-35 스텔스 전투기들이 백악관 상공을 저공비행으로 통과하는 '미국을 향한 경례' 행사와 더불어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시위대를 또 한 번 극좌파,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영웅들은 나치를 격퇴하고, 파시스트를 몰아냈고 공산주의를 무너뜨리고 미국의 가치를 구하고, 지구 끝까지 테러리스트를 추격했다"며 시위대와 대비시키면서다.
 
그는 "우리는 지금 급진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와 선동 세력과 약탈자를 무찌르는 과정에 있다"라며 "절대 성난 폭도가 우리 동상을 파괴하고 역사를 지우고 아이들을 세뇌해 자유를 훼손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전날인 3일 방문한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 국립 기념관에서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조각상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전날인 3일 방문한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 국립 기념관에서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조각상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앞선 3일 저녁엔 미국 건국의 아버지 4명의 얼굴이 조각된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 국립기념관에서 B-52 전략폭격기와 전투기를 띄워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러시모어 산 중턱에 조각된 큰 바위 얼굴 4명 중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과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수백명의 흑인 노예를 거느렸던 농장주였으며,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서부 팽창 과정에 아메리카 인디언을 탄압한 전력이 있어 철거 논란에 휩싸인 것을 역으로 활용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역사를 말살하고, 영웅들을 모독하고, 가치를 없애려는 무자비한 운동을 목격하고 있다"며 "성난 폭도들이 각 도시에서 우리 건국 아버지들의 동상을 파괴하고, 가장 신성한 기념관을 훼손하는 폭력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공원의 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려던 주모자를 검거했다는 보고에 "기뻤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미 연방 기념물을 훼손할 경우 최소 10년형에 처하도록 행정명령에 서명한 상태다. 3일엔 소위 미국 영웅들의 조각상을 모아 전시하는 국립 정원을 설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위쪽 라파예트공원에 있는 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 동상 기단에 '살인자'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잭슨 대통령이 재임 중 영토 확장을 위해 원주민 아메리카 인디언을 몰아낸 걸 비난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스프레이로 적은 것이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위쪽 라파예트공원에 있는 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 동상 기단에 '살인자'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잭슨 대통령이 재임 중 영토 확장을 위해 원주민 아메리카 인디언을 몰아낸 걸 비난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스프레이로 적은 것이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인종차별이란 허위 비난으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웅들을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트위터에서 플로리다에서 "백인 권력"을 외치는 지지자 동영상을 공유한 뒤 비판 여론이 거센 것과 관련,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역사파괴 세력'으로 규정해 정면 돌파에 나선 셈이다. 
 
이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 "미국은 우리가 모두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단순한 이념 아래 건국됐지만 우리는 결코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것과 완전히 대조됐다. 바이든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독립기념일을 맞아 이 말을 단순히 기념할 게 아니라 마침내 이를 완수하고 체계적 인종차별을 뿌리 뽑는 기회로 삼자"라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승리를 위해 백인 지지기반에 공포심을 조장하려 미국 사회의 인종적, 문화적 화약고를 활용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충성파의 분위기를 띄우려 '문화 전쟁(cultural war)'에 의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보수 백인과 나머지를 분열하는 선거 전략이 2016년에 이어 2020년에도 먹힐 것이냐다. 당시엔 정치신인으로서 기성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역전극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지금은 현직 대통령이다. 또 2016년엔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외부의 적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국내 반대 시위대를 급진 좌파, 공산주의 폭도로 모는 것도 차이점이다.
 
미 국민이 확진자 284만명, 사망자 13만명에 육박한 코로나 19를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공포의 대상을 다른 것으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하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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