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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통령이 규제혁신 말해도…신용카드 디자인까지 간섭하는 금감원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되면 기존 산업에 맞춰진 규제에 부딪히게 된다. 정부가 지금 규제 혁신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더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지난달 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기업 더존비즈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인 ‘디지털 뉴딜’을 가속하기 위해 규제 개혁 속도를 높이라는 주문이다. 이 주문, 과연 현장에서 통하고 있을까?
현대카드가 출시한 대한항공카드 4종. 현대카드

현대카드가 출시한 대한항공카드 4종.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지난 4월 대한항공과 손잡고 새 카드를 출시했다. 비행기 티켓 등을 활용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름도 ‘대한항공 카드’다. 기존 마일리지 카드와 유사하지만, 항공사 첫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PLCC는 발행만 카드사가 할 뿐 유통이나 마케팅은 제휴업체의 몫이다. 일종의 ‘PB 상품’인 셈이다. 해당 업체는 자신들의 고객에게 맞춰 카드를 설계하고, 마케팅도 하니 이점이 있다. 최근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 카드사도 새로운 돌파구로 여기고 파트너 유치에 적극적이다.

 

현대카드에서 발급하는데 현대카드인 줄 모른다? 

 
그런데 이 카드를 내놓자마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카드 앞면에 현대카드 로고가 없다는 게 이유다. 금감원은 이 같은 패턴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상품광고 금지행위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여신금융상품의 내용상 금융이용자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왜곡·과장·누락하거나 모호하게 나타내는 표현을 사용하여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여전법 시행령 제19조가 근거다.

 
대한항공과 제휴했더라도 카드사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표기해야 소비자가 헷갈리지 않는다는 거다. 납득하기 어렵다. 카드 디자인에 대한항공을 내세웠을 뿐 카드 발급은 현대카드가 한다. 일반 소비자가 광고를 본 뒤 카드를 발급하려고 클릭을 하면 현대카드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현대카드에서 발급하는데 앞면에 대한항공 로고만 있다고 소비자가 현대카드인 줄 모른다는 게 가능할까?
출시 초기엔 사진처럼 카드 앞면에 현대카드 로고가 없었다.

출시 초기엔 사진처럼 카드 앞면에 현대카드 로고가 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비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법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서 하나카드와 토스가 신용카드 디자인 문제로 금융위원회에 법령해석을 요청한 걸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앞면에 토스 로고만 넣어도 되느냐고 물었는데 당시 금융위는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결국 양사는 카드 앞면에 두 회사 로고를 모두 넣어 출시했다.
 
이 역시 하나카드에서 발급하는데 이를 혼동하는 소비자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설사 혼동한다고 한들 소비자가 무슨 피해를 보는지 명확하지 않다. 굳이 따져 토스는 금융회사니 카드회사로 혼동할 수 있다고 쳐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그럴 여지조차 없다. 피해 보는 사람도 없고, 규제의 실익도 없는데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하고선 ‘시킨 대로 하라’는 식이다.  
 

금감원 압박에 온라인 광고 변경…실물카드도 바꾸기로

 
결국 현대카드는 금감원의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 일단 온라인 광고 이미지를 로고가 앞면에 배치된 버전으로 교체했다. 이어 실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실물카드 디자인도 바꾸기로 했다. 광고를 규제하는 법령을 가지고 광고가 아닌 실물카드까지 바꾸라는 것이니 이 역시 도가 지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무슨 대단한 규제 혁신을 바라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앞으로 PLCC 같은 이종 간 협업이 훨씬 활발해질 텐데 그때마다 이런 식으로 개입할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요즘 업계에선 금감원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모든 책임을 금융회사에 돌리는 듯한 태도 때문이다. 그러니 사사건건 부딪친다. DLF 사태로 내린 징계를 두고선 소송이 진행 중이고, 금감원장이 힘을 실어 추진한 키코 분쟁 조정안엔 반기를 들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피해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권고한 것 역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런 와중에 부실한 운용으로 환매를 중단하는 사모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신용카드 디자인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 많아 보인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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