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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넉달 노숙, 결국 쓰러졌다···베트남계 미국인 속사정

지난달 25일 노윤근 경위가 쓰러진 A의 여권을 구조대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단 제공]

지난달 25일 노윤근 경위가 쓰러진 A의 여권을 구조대원에게 보여주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단 제공]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순찰 중이던 인천공항경찰단 노윤근 경위는 의자에 누워있는 외국인 남성 A(48)를 발견했다. A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노 경위는 그에게 다가갔다. 혈색이 하얗게 변한 A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바지는 소변으로 젖어있었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느낀 노 경위는 119를 불러 A를 인하대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당시 A의 체온은 37.9도였다. 검사결과 A는 전신 쇠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베트남 가려다 코로나19로 발 묶여

A의 사정은 이랬다. 인천공항경찰단 등에 따르면 베트남계 미국인 A는 지난 2월 국내로 들어왔다. 미국에서 베트남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한국을 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베트남 입국이 제한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A는 입국 제한이 풀리길 기다리며 공항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노숙이 길어지면서 수중의 돈이 바닥나자 일탈이 시작됐다. 공항 식당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무전취식하다가 쫓겨났다. 빵집에서 식빵 4개를 훔치기도 했다. 절도 혐의로 입건되는 등 그의 삶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노숙을 이어가던 A가 노 경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 3월 말쯤이었다. 1·2 터미널을 오가며 순찰 업무를 맡았던 노 경위는 자신이 1터미널에 올 때마다 모습을 보이던 A에 주목했다.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 수차례 A의 속사정을 알게 됐다. A는 노 경위에게 “미국에 있는 가족이 나를 원치 않는다. 미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가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상황이 진전되지 않으며 노숙은 계속됐다.
 

베트남 아닌 미국 LA행

119구급대는 지난달 25일 오후 4시쯤 A를 인하대 병원 본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인천공항경찰단 제공]

119구급대는 지난달 25일 오후 4시쯤 A를 인하대 병원 본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인천공항경찰단 제공]

 
결국 A의 몸이 먼저 무너졌다. 지난달 24일 A의 몰골이 점점 초췌해지는 것을 느낀 노 경위는 공항 내 의료지원센터로 그를 데려갔다. 미 대사관에 미리 연락한 터라 대사관 직원도 동행했다. A는 오후 9시쯤 영양제 수액을 맞고 센터를 나왔다. 연신 식은땀을 흘리던 그는 다음 날 인하대병원으로 실려 갔다. 출입국 관리소와 미 대사관은 논의 끝에 A를 인천 중구 한 요양원에 입원시켰다. 요양원 등에 따르면 왼쪽 다리 관절에 이상이 생긴 A는 하체를 전혀 쓰지 못하는 상태다. 뇌경색이나 뇌졸중 의심 증상도 나타나 정밀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미 대사관은 A의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 요양원으로 옮길 방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노 경위는 “A가 원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는데 몸 상태까지 나빠져 걱정이 됐다”며 “일단 공항 근처 요양원에 입원하도록 도왔고 미국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계속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공항에서 노숙하는 외국인 2명과 한국인 6명을 생활안전계와 공항운영서비스팀과 공조해 보호시설이나 가족에 인계 조치했다”며 “A와 같은 일이 더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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