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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선 도장 가진 자가 회사 지배" 왕조시대 ‘옥새 전쟁’ 뺨친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일까. 적어도 중국에선 '도장'을 가진 자다. 도장 하나가 대수인가 싶지만 도장이 있고 없음에 따라 기업가의 운명은 크게 갈렸다.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된 21세기에도 중국에선 기업 분쟁을 둘러싼 '도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중국에서는 도장을 가진 자가 곧 회사를 지배하는 자"라고 소개했다. 작지만 강한 도장의 힘을 보여준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기업에서 도장을 둘러싼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기업에서 도장을 둘러싼 분쟁이 빈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위터]

도장 덕에 해고 위기 넘긴 앨런 우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인 암(ARM)홀딩스의 중국 합작 기업인 ARM 차이나. 지난달 4일 이곳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우의 거취를 둘러싸고 이사회가 열렸다. 전직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회사 측은 앨런 우를 샅샅이 조사한 상태였다. 이사회 측은 "우가 회사와 자신의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등 심각하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서 그를 해임키로 했다.  
   
하지만 통보를 받은 우는 "해고는 무효"라고 반발했다. 얼마 후 ARM 차이나는 공식 웨이보에 "우가 여전히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도장 때문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가 회사 도장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암(ARM)차이나의 앨런 우 [트위터]

암(ARM)차이나의 앨런 우 [트위터]

ARM차이나 측은 새로운 공식 도장을 신청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새로운 공식 도장이 승인을 받으려면 회사 영업 허가증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도 현재 도장을 쥐고 있는 앨런 우가 통제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남편이 도장 47개 훔쳐..."낮엔 바지에 밤엔 이불에"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던 당당망도 '도장 전쟁'을 호되게 겪었다. 부부끼리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와중이었다. 지난 4월 26일 당당망의 공동창립자인 리궈칭은 건장한 남성들과 함께 본사로 쳐들어가 회사 도장 47개를 훔쳤다. 훔친 도장의 '인증샷'도 당당히 올렸다. 

 
이어 그는 "회사 운영은 내가 알아서 한다"면서 "아내인 위위는 더 이상 법적 대표가 아니다"는 편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도장을 낮에는 바지에, 밤에는 이불 속에 보관하고 있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당당망이 도장을 쓰려면 나랑 연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궈칭은 도장을 훔치기 이틀 전인 2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이사회를 꾸렸고, 그 결과 아내인 위위가 밀려나고 자기가 회장으로 다시 선출됐다고 주장했다.

도장을 훔쳤다는 내용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스스로 공개한 리궈칭 [웨이보]

도장을 훔쳤다는 내용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스스로 공개한 리궈칭 [웨이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서 온라인 서점의 성장을 목격한 리궈칭과 위위는 지난 1999년 중국에 돌아와 당당망을 설립했다. 당당망은 미국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잘 나가는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2월 리궈칭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공개서한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평화롭게 회사를 넘겨준 것처럼 보였다.  
리궈칭(왼쪽)과 위위 부부 [SUP차이나 웨이보]

리궈칭(왼쪽)과 위위 부부 [SUP차이나 웨이보]

하지만 리궈칭은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아내인 위위 때문에 강제로 떠난 것이란 '폭탄발언'을 했다. 별거 중인 사실을 밝히던 그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인터뷰 도중 물컵을 던지는 장면도 공개됐다. 
 
그러자 위위가 반격에 나섰다. 위위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고, 공동 계좌에서 1억3000만 위안(약 221억원)을 들고 나갔는데 그중에는 부모님 예금도 있었다"며 리궈칭을 비난했다.   

이처럼 부부 사이에 금이 갈 대로 간 상황에서 도장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리궈칭이 훔친 도장들 [웨이보]

리궈칭이 훔친 도장들 [웨이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13일 경찰은 훔친 도장이 남편 것이라며 오히려 리궈칭의 손을 들어줬다. 당당망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리궈칭은 기상천외한 '도장 털이'로 회사를 되찾았지만 네티즌들의 조롱 대상이 됐다. 최근 그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본따 자신과 점심을 같이 먹을 기회를 경매에 부쳤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점심 먹으면서 회사 도장 훔치는 법이라도 가르쳐주겠다는 거냐"며 비꼬기도 했다.   
 

광둥성 세무서, 3분의 2가 전자 도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선 최근 일반 도장을 전자 도장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자 도장은 전통적인 도장보다 위조하기 어려운 데다 또 찍을 때마다 자동으로 기록이 남아 관리하기 좋다. 무엇보다 도난당할 우려도 적다.  
 
광둥성 세무서 관할의 3분의 2 이상은 전자 도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년 문서 200만 개 이상을 처리하는 광둥성의 경우 전자 도장을 도입하면서 행정비용을 500만 위안 절감했고 업무 효율성도 35% 높였다고 밝혔다.  
 
중화망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비대면 업무가 늘어난 것도 전자 도장이 각광 받는 이유"라고 전했다. 
중국 전자도장의 모습 [바이지아하오]

중국 전자도장의 모습 [바이지아하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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