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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프리즘] 오늘도 거리로 나선 출판인들을 보며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우리나라 출판 편집자들은 책만 잘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실력행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피켓 들고 거리로 나가 항의 시위를 벌이는 일 말이다. 즐거워서겠나. 구석구석 후진적인 우리 출판 현실이 출판인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 같다. 인터넷 검색 창에 ‘출판’ ‘시위’, 이런 단어들을 쳐넣어 보시라. 어렵지 않게 과거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도매상 송인의 채무 동결에 분노
상생 추구하는 독일에서 배우자

 
지난달 29일도 또 하나의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이날은 서적 도매상 인터파크송인서적(이하 송인서적)이 그 전 주인 26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게 성토 대상이었다. 당장 2000개 넘는 출판사들이 송인서적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100억원이 넘는 도서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포함해 각종 출판 관련 단체를 이끄는, 이 나라의 핵심 출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송인서적의 모기업인 서울 삼성동 인터파크 본사를 찾아 저항의 냄새 물씬 나는 이름의 ‘인터파크 규탄 출판인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런 장면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3년 전 경영난으로 역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던 송인서적이 이번에 또 말썽을 부려서도, 출판사별로 평균 내면 엄청나다고는 할 수 없는 피해 규모에 전전긍긍해야 하는 영세한 처지가 딱해서도(한 곳당 500만원꼴, 실제 피해액은 적게는 수십만 원 수준에서 많게는 1억이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조용한 편집실에서 책이라는 정신 상품을 매만지고 있어야 할 고급 인력들이 거리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 때문만도 아니다.

 
어째서 송인서적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걸까. 그 원인을 따지다 보면 결국 착잡한 우리 출판 현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불편한 현실을 잠깐 소개하면 이렇다. 한국의 출판계는 철저하게 약육강식 구조다. 가령 이번 송인 사태로 피해 보는 출판사들은 1인 출판사 같은 작은 곳이 많다고 한다. (이들에게 500만원은 큰돈이겠다) 웬만한 큰 출판사들은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거래 규모가 크다 보니 송인으로부터 담보를 확보했거나, 3년 전 학습 효과로 아예 송인과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은 출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송인과 거래해야 한다. 도서 유통 공룡들인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문턱이 높아서다. 그래서 불안하지만 송인에 책 배급을 맡긴다. 적어도 온·오프라인 공룡의 손길에 미치지 않는 지역의 작은 서점에 책을 배송할 수 있다.

 
출판인들은 송인의 ‘먹튀’까지 의심한다. 기업회생 신청 직전 부쩍 도서 주문량을 늘렸다는 이유에서다. 채무 동결 직전 최대한 물량을 챙긴 거 아니냐는 추측이다. 송인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출판사들의 납품 거부로 다른 도매상에 웃돈을 주고 책을 확보해야 했다는 거다. 송인의 부실은 고스란히 지역 서점에 전가된다. 그 결과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갈수록 괜찮은 지역 서점이 씨가 마르는 현상이다. 적어도 이런 그림에서 출판계의 각 주체가 서로를 배려하는 상생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바깥에서 배우자. 독일 사례가 바람직해 보인다. 리브리라는 거대 도매상이 어음 거래가 판치는 우리와 달리 현금 결제 원칙을 확실하게 지켜 출판사가 돈 떼일 일도, 힘센 출판사가 유리할 일도 없다고 한다. 신종락 성균관대 초빙교수의 『독일 출판을 말하다』, 출판유통진흥원 최성구 팀장이 출판문화진흥원 웹진 ‘출판N’에 최근 기고한 ‘도서 도매상은 혁신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에 소개돼 있다. 이 자료들을 살피다 보면 출판사와 도매상이 서로를 위하는 신사협정 정신 같은 게 느껴진다. 독일이 하는데 우리가 하지 못할 이유는 뭔가. 월드컵 축구에서도 이기지 않았나.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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