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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막판 덜컥 “양성”…7kg 빠지고 폐렴 회복, 산책땐 눈물이

코로나19 ‘감염에서 혈장 기증까지’

중국 후난성 헝양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남성이 자신의 혈장을 기증하고 있다. [사진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후난성 헝양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남성이 자신의 혈장을 기증하고 있다. [사진 중국 인민망 캡처]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야 하니 준비하세요.”
 

아내 확진 뒤 스트레스 심해져
바이러스는 약한 고리 파고들어

목소리 잠기고 식사량 3분의 2 줄어
코·혀·가래 검사 연속 음성 때 퇴원

한 달 정도 지나 체중 정상 회복
백신 개발 병원에 혈장 505cc 기증

3월 29일 일요일 정오쯤. 경산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검사 결과를 통보하며 병원 입원 때 챙겨야 할 물품을 알려줬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던 처가 양성판정을 받아 포항의료원에 입원한 게 11일 전. 집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가 해제 나흘을 앞두고 바이러스에 졌다. 착잡하고 불안하고 후회가 밀려 왔다. 2월 중순 신천지 신도발 바이러스가 대구와 경북 지역에 급속 확산할 때 처에게 잠시 일을 쉬라고 권고했으나 허사였다. 아내가 일하던 병원에서 70대 고령의 환자를 중심으로 5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고 그곳 의료진 몇 명도 감염됐다.
 
격리 5일이 지나면서 잔기침이 조금씩 나왔고 약간의 미열이 있는 듯했지만 별로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생활. 집에서 학교까지는 금호강 가를 걸어서 약 30분 정도. 하루에 평균 1만 보를 걸었고 건강은 그래도 자신했는데. 꼼짝할 수 없는 신세.
  
폐렴약 먹고 면역강화 주사, 열흘만에 완치
 
몇 번이나 밤늦게 아파트 문을 열고 몇 걸음 나섰다가 “아차!”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집 앞이 금호강 산책길이다. 예년보다 날씨가 따듯해져 강가 벚꽃과 들판에서 돋아나는 신록이 눈에 아프게 들어왔다. 잔기침이 심해지고 미열이 지속하자 재검사를 받았다. 격리가 길어지면서 입원한 아내 걱정 등으로 스트레스가 급증해 쇠약해졌다. 그 틈을 바이러스가 노리고 침입했다. 격리 마지막에 주로 확진자가 많은 이유를 체득하게 됐다.
 
보건소에서 제공한 구급차를 타고 안동의료원에 입원했다. 입원실은 5층. 30대 중반의 환자가 눈인사로 맞아줬다. 일주일 전에 입원했다고 했다. 일반 병실이지만 한쪽에 음압기가 설치돼 있었다. 중증 환자용 병실은 아니었기에 각 침대에 접고 칠 수 있는 커튼만 있었다. 내게는 코로나19의 전형적인 증세인 폐렴 초기 현상이 나타났다. 계속해서 잔기침이 나왔다. 이틀에 한 번씩 엑스레이를 찍어 경과를 검사받았다. 매일 폐렴약을 복용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어깨에 면역강화 주사를 맞았다. 며칠이 지나자 5인 병실이 나를 포함해 4명으로 찼다. 특히 40대 중반의 환자는 기저질환이 있어 간호사들이 새벽에도 수시로 와서 치료에 집중했다. 병원 복도라도 걸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일반 환자가 옆 병실에 있어 불허됐다. 화장실을 포함해 가로 4m, 세로 3m 정도의 병실이 생활공간이 됐다. 좁은 공간에서나마 조금씩 걸었다. 식사는 괜찮은 편이었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식성이었지만 식사량은 평소의 3분의 1로 줄었다.
 
점차 병실 생활에 적응해 갔다. 폐렴 초기 증상은 차차 호전됐고, 때때로 걸려오는 위로 전화나 문자가 큰 힘이 됐다. 한 동료는 “다른 사람 다 걸려도 걸리지 않을 강철 체력이라 생각했는데 웬일이냐”며 걱정해줬다. 지인들이 책 몇 권을 보내줬는데 병원에서 외부 물품은 절대 반입이 안 된다며 돌려보냈다. 화가 났지만 어찌하랴. 예외는 없다는데.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코와 혀, 그리고 가래. 세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야 한다. 음성이 나오면 다시 검사를 받고 모두 다 음성이면 퇴원이다. 입원 열흘 만에 귀가했다. 완치자의 평균 입원 기간은 3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저 기뻤다. 먼저 입원해 나를 환영해줬던 30대 환자가 부러운 눈길로 떠나던 나를 주시했다.
 
귀가해서 그동안 격리됐던 처를 3주 만에 만났다. 말로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서로 걱정했는데…증세가 있으면 바로 보건소로 알려야 하고 2주간은 자발적인 자가 격리를 권고받았다. 아침 일찍이나 밤늦게 마스크를 낀 채 다시 강가를 산책할 수 있었다. 집 앞 들판을 걷다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건강했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다시 찾은 일상에서 느낀 소중함이었다. 폐렴에서 회복됐지만, 목소리가 좀 잠겼고 체중은 7kg 빠졌다. 한 달 정도 지나 목소리와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한 달 넘게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나마 나 때문에 감염된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곧바로 학교에 알렸다. 격리 들어가기 이틀 전 학과장 회의에 참석했는데 참석자 가운데 아무도 전염되지 않았다. 퇴원 후 격려해줬던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연락하며 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신천지 신도가 아님을 강조했다. 학교 연구실로 나가 밀렸던 일을 처리했다. 입원했던 그 주를 제외하고 가르치던 온라인 수업도 차질은 없었다.
 
지난달 초 코로나19 완치자 가운데 백신 개발용 혈장 공여자를 모집하는데 신청이 저조하다는 뉴스를 봤다. 바로 연락했다. 국내 임상 포털 올리브씨(www.alllivec.com)로 전화했다(1522-6487). 퇴원한 지 2주일이 지났고, 기저질환이 없는지 등 상담사는 내가 혈장을 공여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려고 10여분 넘게 상세하게 질문했다. 기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내게 대구에서 백신 개발 중인 세 병원을 알려줬다.  
  
수칙 잘 지켜 타인에게 전파 안 되게 해야
 
접근이 편한 파티마 병원을 선택했다. 두 차례 방문했다. 첫 방문에서 다시 세밀한 질의응답과 코로나19 검사, 혈액 검사를 했다. 기증에 충분한 항체가 형성됐다는 판정을 받은 후 일주일 만인 지난 30일 재방문해 혈장 505cc를 뽑았다. 헌혈과 유사했지만, 혈장만을 분리해 뽑았다. 2m 크기의 혈장 분리기가 천천히 돌아갔다. 100cc 정도 뽑고 나서 약 5분 정도 쉰 후, 다시 혈장을 뽑고를 되풀이해 30여 분 정도 걸렸다.
 
설마 내가 걸릴까 했었는데 바이러스는 인정 사정 봐주지 않는다.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걸리지 않는 게 최상이다. 설령 감염됐더라도 수칙을 잘 지키며 타인에게 전파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고교동창들을 만나 완치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듣더니, 곧 자신들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내가 오히려 더 건강한 사람인데…최근 경기도가 확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완치자들은 낙인효과를 제일 우려한다. 따듯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이들에게 힘이 된다.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유럽통합을 전공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럽연합의 이해와 전망』 『유럽연합의 통화정책』 등 10여 권의 책을 냈다. 최근에는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를 출간했다. 주간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을 제작·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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