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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회전문’‘혼공족’이 지탱한 코로나 시대 공연계…라이브 매력 때문에 ‘보고 또 보고’

2030여성 출판계를 지배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올 상반기 공연계는 ‘흑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월 400억원대이던 공연업계 매출액은 6월 100억원대로 줄었다. 클래식 내한공연 등 예정됐던 기대작들도 대부분 취소됐다. 팬덤이 탄탄한 뮤지컬 장르만 꾸준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신체적 젊음 위해 피부에 투자하듯
정신적 젊음 위해 공연 관람 몰입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뮤지컬 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건 2030 여성들이다. 2월 이후 전체 예매자의 81%를 차지한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들의 비중은 지난해 54%에 비해서도 훌쩍 높아졌는데, 40대 이상이 대부분 예매를 취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6월 예매 1위인 ‘모차르트!’도 여성 81.7%, 2030이 75.4%다.

 
2030 여성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일까. ‘모차르트!’를 이미 세 번 관람했다는 한모씨는 “코로나에 걸릴까 봐 관람을 포기하는 팬은 없다. 오히려 아티스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스스로 생활방역을 철저히 하고,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표를 양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모차르트!’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의 오정화 공연기획팀장은 “충성도 높은 2030에게 관람이란 예매의 설렘부터 극장을 찾아 막이 올라가길 기다리는 기대감까지 포함한다”며 “온라인 스트리밍과 현장의 희열은 비교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공연시장의 핵심 고객층은 이들이었다. 지난해 클래식·연극·무용 등 모든 장르에서 2030 여성 관객이 40% 이상이었다.  
 
뮤지컬 ‘모차르트!’가 공연 중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의 2030 여성들. [사진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모차르트!’가 공연 중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의 2030 여성들. [사진 세종문화회관]

사실 선진국 공연계는 관객 노령화 해결이 화두다. 반면 기성세대가 문화를 향유할 여유 없이 살아온 한국은 공연 관람 문화가 젊은 세대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사회 참여로 경제력을 갖게 된 젊은 여성들이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문화 소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정호 에투알 클래식&컨설팅 대표도 “2030 여성이 신체적 젊음을 위해 피부에 투자하듯, 공연 관람은 정신적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한국 공연시장 규모는 인터파크 예매기준 5200억원대. 그중 콘서트와 뮤지컬이 4600억원대다. K팝의 급격한 팽창과 트로트의 부활로 콘서트 장르가 처음으로 뮤지컬을 앞질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공연 시장 성장을 견인해 온 것이 뮤지컬 장르고, 장기공연을 하기 때문에 관객 특성 파악에 유리하다.

 
뮤지컬 코어 관객은 흔히 ‘뮤덕’이라 불리는 마니어들로, 같은 공연을 반복 관람해 “회전문을 돈다”고 말한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2018년 동일 공연을 3회 이상 예매한 관객이 약 6%로, 그중 10%는 10회 이상 재관람했다. 30회 이상이 150여 명이었고, 무려 120회나 관람한 경우도 있었다.  
 
회전문 관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예매 상위 뮤지컬 10편의 재관람 관객은 12.7%였다. 공연을 혼자 보는 ‘혼공족’과의 교집합도 크다. 2005년에 1인 관객 11%, 2인 관객 69%였던 것이  2018년엔 46%, 40%로 역전됐다.

 
이들은 특정 배우의 팬덤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워너원’ 출신의 아이돌 황민현이 출연했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경우 총 109회 공연 중 78회나 관람한 사람이 나왔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라이브로 진행되는 공연의 특성과 캐스트 조합에 따른 해석의 차이 등 ‘N차 관람’의 매력이 크다. 배우의 팬덤으로 시작해 작품에 대한 충성도로 이어지곤 한다”고 전했다. 상반기 김준수가 주연한 ‘드라큘라’ 공연을 14회 관람했다는 한모씨는 “김준수의 노래를 라이브로 자꾸 듣고 싶어 회전문을 돈다”고 했다. 전동석 배우의 팬인 김모씨도 “중독된 것처럼 어떤 장면을 또 보고 싶어 회전문을 돌게 된다”면서 “전동석 때문에 본 공연에서 다른 배우가 보이면 그의 다른 공연으로 ‘파도를 타게’ 된다. 공연에만 집중하기 위해 혼자 다닌다”고 말했다.

 
스타 마케팅과 회전문 현상에 대해 공연 시장이 왜곡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일변했다. 스타가 뮤지컬 한류를 견인하고, 회전문 관객이 업계 전체의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원종원 교수는 “공연의 다양한 실험을 저해할 수 있는 회전문에만 기댄다면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놓치게 된다는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코로나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삶의 질을 우선하는 마니어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충실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공연계가 공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2030 여성 파워는 포화상태다. 지난해 통계만 봐도 콘서트·클래식 분야만 성장했을 뿐 뮤지컬 매출이 15% 감소한 것을 비롯해 연극·무용·전통예술 시장이 모두 정체 상태다. 코로나 이후 언택트 문화 확산도 변수다. 공연 예술이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대체될 순 없지만 디지털 콘텐트와 경쟁 관계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공연업계가 문턱을 낮추고 저변 확대 전략을 펴온 이유다.

 
2018년 ‘라이온킹’ ‘마틸다’ 등 해외에서 검증된 가족 뮤지컬이 동시 출격하는 등 뮤지컬계는 이미 적극적으로 미래 관객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공연된 3075편의 뮤지컬 중 아동·가족극이 73.6%(2264편)에 달한다.

 
하지만 미래 관객은 어느 세대보다 디지털 친화적인 세대다. 공연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예술과 디지털의 접목 등 새롭고 역동적인 프로그래밍이 필요할 터다. 원종원 교수는 “1990년대 디즈니가 ‘미녀와 야수’ 같이 애니메이션을 무대화할 때만 해도 어린이쇼 정도로 취급했지만, 그 아이들이 디즈니와 뮤지컬의 충실한 소비자로 변신한 지금 디즈니는 브로드웨이의 큰손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를 위해 공연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의 교집합 또는 융합을 위한 다양한 시도로 서로의 외연을 확장할 때 새로운 관객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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