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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이 극찬한 ‘닷컴 버블’ 예언가…“지금 증시 고평가”

[월스트리트 리더십]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현재의 주식시장은 고평가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중앙포토]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현재의 주식시장은 고평가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중앙포토]

우리나라에 ‘동학개미’가 있다면 미국엔 ‘로빈후드 투자자’가 있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를 뜻한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로빈후드 투자자들은 지난 3월 저점 이후 평균 수익률 61%를 거둬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의 45%에 크게 앞서고 있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과열 경계
모기지 과열 등 시장 변곡점 짚어
가치투자 철학 담은 ‘메모’로 소통
버핏 “막스의 e메일 가장 먼저 봐”

미 ‘로빈후드 투자자’ 공격적 매수
“주식을 카지노의 대체재로 여겨”

다만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은 실물 경제와 달리 견고한 주식시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흥미로운 점은 주식투자에도 ‘반엘리트주의’ 관점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시장 과열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에 맞서는 비전문가의 자극적인 언행에 로빈후드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현상이 일례다. 인터넷 셀럽 데이비드 포트노이 같은 인물은 자신의 데이트레이딩을 트위터로 생중계하며 바이러스로 여유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을 주식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이에 일침을 가하고 나선 인물이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하워드 막스다. 지난 6월 18일, 그는 주식시장을 면밀히 분석한 장문의 글로 로빈후드 투자자들에게 경고장을 날렸다. 자신의 오랜 투자 철학인 ‘가치투자’ 관점에서 볼 때, 현재 개인 투자자들이 떠받치고 있는 주식시장은 고평가 상태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 근거의 하나로 제시한 것이 주식투자를 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세다. 주식투자를 바이러스 탓에 중단된 프로 스포츠나 카지노의 대체재로 여기는 무모함이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버블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포트노이도 즉각 응수했다. “막스와 워런 버핏같은 억만장자들이 우리가 자기들처럼 돈 버는 걸 불쾌하게 여긴다”라고 하며 주류 대 비주류 논란으로 확대시켰다.
 
공교롭게도 포트노이가 막스에 이어 버핏까지 소환하자 가치투자가 주류의 대표 투자 철학으로 비춰지는 모양새다. 막스와 버핏은 곧 가치투자와 동일시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버핏이 3월 이후 급등락장에서 심하게 엇박자를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치투자 위기설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버핏이 주춤한 사이 막스는 가치투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펜을 더 단단히 거머쥔 형국이다.
 
가치투자는 투자의 기준을 철저하게 ‘내재가치’에 두는 투자다. 시장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낮아야 매수하고 높아야 매도하는 투자다. 다만 가치투자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투자자의 ‘감정’이다. 어떤 투자 원칙이든 심리에 무너지기 일쑤다. 시장 가격이 강세장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만 같고 약세장에서는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갈 것 같은 심리의 지배를 받기 쉬운 탓이다. 막스가 로빈후드 투자자들에게 던진 경고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부실채권 사 대박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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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도 처음부터 가치투자를 실천한 것은 아니다. 투자 입문 초기인 1970년대 초, 씨티코프의 주식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였다. 당시 10년 가까이 이어지던 주식 호황기 ‘Go-Go 시대’의 정점에서 과열된 시장의 경고음을 무시한 대가로 문책성 인사를 경험한 것이다.
 
주식에서 손을 뗀 막스가 가치투자의 신봉자가 된 결정적 계기는 동갑내기에 대학 동문인 마이클 밀켄과의 만남이었다. ‘정크본드 제왕’ 밀켄의 손끝에서 탄생한 고위험 투기 등급 채권(하이일드채권) 시장에 뛰어든 게 오늘의 막스를 있게 했다. 대부분의 대형 금융회사에게 투기 등급이란 곧 투자 불가능으로 통하던 그 시기, 정크본드로 불리는 하이일드채권은 적정 가치보다 형편없이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막스는 그 빈틈을 파고들었다.
 
씨티코프를 떠나 자산운용사 TCW에서 하이일드채권 펀드를 운용하던 막스가 또 다른 가치투자의 금맥을 발견한 건 변호사 출신 브루스 카쉬를 만나면서였다. 카쉬는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실기업이 발행한 채권(부실채권)에서 투자의 기회를 발견했다. 부실채권을 충분히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기업이 회생해 채권 가격이 오르거나 기업이 청산되더라도 보상받을 금액이 매수 가격보다 높을 때 이익을 얻는 투자 구조였다.
 
카쉬의 합류로 부실채권과 하이일드채권이라는 가치투자 구현의 양대 축을 완성한 막스는 동시에 투자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글에 담아 외부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1990년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는 ‘메모’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메모는 막스의 투자 철학과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이다. 지난 달 고평가된 주식시장을 지적한 것도 ‘랠리의 해부’라는 메모를 통해서였다.
 
오크트리캐피털

오크트리캐피털

부실채권 펀드의 연이은 성공은 1995년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오크트리캐피털의 창업으로 이어졌다. 막스는 창업을 통해 자신의 투자 철학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여기에는 그의 메모가 크게 기여했다. 투자에 대해 깊이 사고하고 그 결과를 설득력 있게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투자 전략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막스의 메모가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 데는 가치투자계의 맏형 버핏의 호평이 크게 작용했다. 버핏이 “메일함에 막스의 e메일이 보이면 가장 먼저 읽는다”라고 얘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물론 버핏이 극찬한 건 막스의 수려한 글솜씨 때문만은 아니다. 21세기 금융시장의 최대 변곡점 두 차례를 모두 정확하게 짚어낸 사실이 버핏의 마음을 산 것이다. 막스는 2000년 1월 ‘버블 닷컴’이라는 메모에서 인터넷 주가에 가득 낀 거품을 지적했고, 2007년 2월엔 ‘바닥을 향한 경주’라는 메모로 과열된 모기지 시장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폭풍전야 장세, 부도 급증 대비 실탄 마련
 
막스가 실천한 가치투자의 압권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에 있었다.  이때 막스의 투자 철학이 빛을 발했다. 막스는 ‘부정주의의 한계’라는 메모에서 “몇 년 후면 우리는 2008~2009년 바겐세일을 이용했던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이었는지 회상하고 있을 것”이라며 저가 매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동시에 같은 해 봄부터 펀드를 조성해 마련한 현금 110억 달러로 부실채권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투자의 결과는 경이로웠다. 공포심이 사라지자 적정 가치로 회복한 시장 반등에 힘입어 고객들은 60억 달러 이익을 얻었고, 막스와 동업자 카쉬는 15억 달러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막스는 처음으로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과연 막스는 바이러스가 초래한 미증유의 사태에 어떤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막스의 복안은 지난 3월 주식시장 급락과 맞물려 나온 뉴스에서 읽을 수 있다. 오크트리캐피털이 역대 최대 규모(150억 달러)의 부실채권 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막스는 경기 침체로 부도 급증에 대비해 실탄을 마련하고 있고, 현재의 장세는 폭풍 전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도박 속성 같아”…가격 적정성 판단 능력이 가장 중요
막스는 도박 애호가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도 게임에 베팅하는 것을 즐긴다. “게임을 못 하느니 차라리 돈을 잃는 게 낫다”라고 할 정도다. 그는 투자와 도박의 기본이 같다고 말한다. 둘 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내리는 의사결정이라서다. 막스는 투자와 도박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 숨겨진 정보·운·기술을 제시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기술이다. 여기서 기술이란 한마디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도박에선 이길 확률과 배당률로, 투자에선 자산의 내재가치로 판단할 수 있다. 도박에서 배당률이 충분히 높으면 꼴찌가 예상되는 대상이라도 베팅을 꺼릴 필요가 없듯이, 투자에선 어떤 대상을 매수하는지가 아니라 얼마에 매수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결국 막스는 로빈후드 투자자들의 이 기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하워드 막스(Howard Marks)
오크트리캐피털 회장, 전 TCW 최고투자책임자, 전 씨티코프 포트폴리오매니저
출생연도 1946년(74세)
최종 학력 시카고대학 MBA(1969년 졸업)
개인 자산 20억 달러(2020년 6월 기준, 포브스), 미국 370위, 세계 945위
 
최정혁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jung-hyuck.choy@sejong.ac.kr
골드만삭스은행 서울 대표, 유비에스, 크레디트 스위스, 씨티그룹 FICC(Fixed Income, Currencies and Commodities, 채권·외환·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세종대 경영학부에서 국제금융과 금융리스크를 강의하며 금융서비스산업의 국제화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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