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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꽉 막혀 우울? 나만의 공간·취미·SNS가 ‘일등석’

[세컨드 라이프] 슬기로운 집콕 생활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이제 휴가철이다. 성큼 다가온 불볕더위 속에서 땀을 닦다 보면 한 단어가 간절히 떠오른다. ‘여행’. 지난해 이맘때 붐비기 시작한 공항의 풍경도 떠오른다. 8월에는 강의 스케줄도 조금 한가해져 큰딸이 예약해준 비행기 표로 함께 떠나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꼼짝을 못 하니 유난히 여름이 푹푹 찌는 것 같다. 여행이 빠진 여름은 누구에게나 답답하지만 50대 이상에게는 더 가혹하다. 우리에게 여행은 정말 소중한 인생의 ‘로망’이니까.
 

은퇴 후 여행, 힐링이고 모험인데
코로나 탓 반년째 발 묶여 속 터져

‘나 혼자 산다’ 시스템 갖추고
재봉·악기·요리 꿈의 아지트로

동창들에게 ‘은퇴하면 뭐 할 거냐’고 물으면 열 명 중 일곱 명은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못 다닌 해외여행이나 다녀야지.” 그만큼 50대에게 여행은 은퇴 후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보상이었다. 평생 고생하면서 직장 다니고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다가 이제야 시간도, 돈도 좀 여유가 생겼을 나이. 느긋하게 나를 돌아보는 데 여행만 한 게 없다. 특히나 여행은 은퇴 이후의 ‘세컨드 라이프’를 담기에도 너무 매력적인 콘텐트다. 그 안에는 모험도 있고, 도전도 있고, 힐링도 있다.
  
마냥 망설이기엔 두 번째 청춘 아까워
 
내 친구 중 한 명은 여행에 글쓰기라는 콘텐트를 결합시켜 여행작가 일을 시작했다. 한 달씩 현지에서 살아본 내용을 책으로 써내는데 제법 독자들이 생겼다. 또 어떤 친구는 유럽과 미국 여행을 다니더니 외국어를 배워야겠다며 나이 50에 갑자기 영어와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는 친구들 사이에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또 어떤 친구는 은퇴하더니 갑자기 평생의 꿈이었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을 하겠다며 몇 년씩 산을 오르며 준비하고 있다. 나이 50에 그간의 로망을 이루거나 새로운 모험을 하는 데도 여행처럼 딱 맞는 게 없다. 사실상 우리의 노후와 여행은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 여행길이 코로나로 거짓말처럼 딱 끊겼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몇 달째 나아질 기미가 없으니 맥이 탁 풀린다. 정말 해외여행은 끝인가 싶어 방법을 찾아봐도, 모르는 사람과 비행기를 타는 것도 개운하지 않고, 현지에 도착한다 해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곳이 허다하니 바로 포기했다. 게다가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차별받지 않고 치료받을 권리는 내 나라가 최고다. 결국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보다 안전한 곳은 없다.
 
이 상황이 시간이 지나면 과연 해결될까? 백신이 개발되면 정말 마음 놓고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 코로나로 시작된 외국인에 대한 공포와 인종차별 문제도 사라질까. 무엇 하나 확실한 건 없다. 며칠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세대에게 여행이 빠지면 도대체 노후에 뭐가 남지?’
 
코로나로 길을 잃은 것은 우리의 일과 생계뿐이 아니다. 우리의 은퇴 이후 세컨드 라이프도 갑자기 갈 곳을 잃어버렸다. 내 주변 친구들도 요새 통화하면 늘 이런 얘기뿐이다.
 
“코로나로 운동도 못 가니까 집안에서 살만 엄청 쪘어.”
 
“이거 언제 지나가니? 집에서 맨날 유튜브랑 홈쇼핑만 본다.”
 
“친구들 만나기도 무서워서 집에만 있으니까 정말 우울하다 우울해!”
 
은퇴 이후 세워두었던 계획, 꿈, 인간관계마저 차단돼버렸으니 멀쩡한 사람도 저절로 우울할 지경이다.
 
이탈리아 시민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로 발코니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 시민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로 발코니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우리의 세컨드 라이프를 마냥 미뤄둘 수만은 없다. 벌써 코로나 폭풍이 덮친 지도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처음 한두 달이야 상황 파악하느라 그랬지만 6개월째 똑같은 얘기만 하면서 망설이기에 우리의 두 번째 청춘이 너무 아깝지 않나.
 
이제는 여행 대신 내 삶에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여행으로 채워뒀던 계획 대신 새로운 도전과 모험, 힐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TV 예능 ‘나 혼자 산다’를 각자의 삶에서 실현해봤으면 좋겠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여러 명이지만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집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사실이다. 혼자 살지만 외롭지 않을 반려동물이 있고, 우울할 때 기분 전환이 될 피아노나 악기가 있고, 다양한 취미와 게임 도구가 있고, 혼자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는 예쁜 그릇이 있다. 이렇게 집 밖에 안 나가도,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그들은 혼자서 행복하게 잘 지낸다. 집 안에 있어도 별로 심심할 틈이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다. 코로나로 여행길은 막혔지만 나의 세컨드 라이프는 순항하고 있다. 나 역시 모든 강의가 사라지면서 서울 연남동 집필실에 몇 달째 갇혀 살고 있지만 답답하거나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난 몇 년간 완벽한 ‘나 혼자 산다’ 시스템을 갖춰놨기 때문이다.
  
온라인 소통 땐 또 다른 자유·즐거움도
 
요즘 나는 아침마다 마스크를 끼고 1~2시간씩 걷는다. 집에서 회사까지 음악을 들으며 걸어오면 음악과 뇌가 같이 춤추는 기분이다. 집필실에 도착하자마자 커피부터 내린다. 이때 커피를 내리는 ‘도구’가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머그컵과 드리퍼에 커피를 내리며 향기를 느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다음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해도 괜찮은 편안한 책상에서 한두 시간 동안 신문을 보고 책을 읽고 노트에 메모를 한다. 공부도 ‘장비’가 좋아야 능률이 오른다. 문구 덕후인 나는 손에 착착 감기는 만년필과 펜을 너무나 사랑한다. 몇 가지 브랜드를 지정해놓고 그것만 사서 쓴다.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잘 간다. 독서대는 시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아는 교수님에게 부탁해서 직접 만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나면 재봉실로 들어가 서너 시간 집중하면 옷 한 벌이 뚝딱 나온다. 며칠 전에는 여름에 입을 시원한 고무줄 바지를 1시간에 서너 벌 만들었다. 요즘엔 취미로 ‘북 바인딩(제책)’을 배우는데 종이를 꿰매고 풀로 붙여서 몇 시간 만에 노트 한 권을 만든다. 이렇게 혼자 놀다가 사람이 그리우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일상 사진도 올리고 댓글도 달면서 사람들과 신나게 소통한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 혼자 노는 시간이 충만하니 여행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난다.
 
그래서 나는 하늘길이 열리기만 기다리며 우울해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잔소리를 많이 한다.
 
“세상이 바뀌길 기다리지 말고, 여행 가듯 살 수 있는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 눈을 떴을 때 우울하고 집 밖으로 나가야만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집 안에 아무것도 없어서야. 집에 네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다 세팅해서 꿈의 아지트로 만들어봐!”
 
많은 친구가 집에 가보면 의외로 아무것도 없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고 회사 다니느라 바빠 자신만의 방 하나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쓸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첫째,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일이다. 아직 자녀들이 독립하지 않아 방이 없다면 최소한 책상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나의 세컨드 라이프를 구상하고, 도전 계획을 세우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꿈의 공간, 비행기 일등석 못지않은 나만의 ‘퍼스트 클래스’부터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취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재봉이든, 악기든, 요리든, 그림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열정을 갖고 꾸준히 몰입하다 보면 일정한 경지에 오르게 되고, 누군가에게 기여도 할 수 있다. 빵을 맛있게 구워서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것부터 재능 기부, 혹은 온라인에 작은 샵을 내는 것도 좋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가치를 만들고 이를 인정받을 때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풍성해진다.
 
셋째는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작게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것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도전해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것까지 모르는 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여행의 큰 기쁨 중의 하나가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일이듯 집안에서도 휴대폰 하나로 세상과 접속해 소통하다 보면 또 다른 자유와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더 공허해진 마음을 그냥 두지 말고 이제는 조금씩 채워보자. 하늘길이 막혔다면 나만의 길을 만들어 새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김미경 유튜브 김미경TV 대표
사람들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50대 중반부터 유튜브 채널 ‘김미경TV’ 크리에이터이자 국내 최초 유튜브대학인 ‘MK유튜브대학’ 학장으로 활동하며 세컨드 라이프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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